관람일: 2023.12.27
캐스팅: 박정원, 윤소호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좌석: 1층 10열 중앙

"별이 되어, 빛이 되어 너의 길을 비춰줄게"

까만 밤, 하늘을 빼곡히 채운 별무리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마주한 별들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은 일도 있을지 모른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순수한 옛 시절의 이야기일테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별빛 가득한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동심을 가득 안고 기차에 올라타는 순간,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이 안내하는 환상적인 은하수 여행이 시작된다.

앞을 볼 수 없는 조반니는 어릴 적 친구인 캄파넬라와 함께 은하수 축제에 간다. 축제에서 못된 무리의 장난에 휩쓸려 정신을 잃은 조반니는 은하철도 999호 기차에서 눈을 뜨게 된다. 어리둥절한 조반니의 앞에 승무원이 된 캄파넬라가 나타나 그를 은하수 여행으로 인도한다. 조반니는 캄파넬라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별자리 이야기를 들으며 잊고 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종착역에 다다라 비로소 이 여행의 의미를 깨닫는데...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통통 튀는 밝은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역을 지날 때마다 독특한 변장을 하고 등장하는 캄파넬라와 그가 들려주는 신비한 이야기는 입가에 자연히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덜컹이는 기차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참 따뜻하고 즐거운 느낌이 든다. 단순하고, 어쩌면 조금은 유치한 스토리지만 이 작품이 전하는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차를 타고 은하 속에 숨겨진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별에 담긴 위로와 사랑의 빛을 마주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은하수 너머 반짝이는 행복을 찾아서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은하수 너머 반짝이는 행복을 찾아서

 

작품이 공연되는 예스24스테이지 1관의 무대는 다른 소극장들과 비교해도 꽤 작은 편이다. 그러나 '은하철도의 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동안에는 조금도 무대가 작다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컨셉에 맞게 잘 꾸며진 세트와 다양한 스크린의 조합이 어우러져 넓고도 신비로운 은하의 풍경을 효과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연스러운 화면 전환과 CG 활용은 여타 대극장 작품들보다 훌륭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은하수 너머 반짝이는 행복을 찾아서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은하수 너머 반짝이는 행복을 찾아서

 

바쁘게 움직이는 두 배우의 활약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분위기를 휙휙 바꿔가며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박정원, 윤소호 배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역할의 특징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낸다. 아직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몇달간 함께 공연한 것처럼 찰떡같이 들어맞는 두 배우의 호흡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살면서 잊고 있던 수많은 기억을 불러낸다. 기차의 경적 소리와 함께 상실의 섬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살아나 저마다의 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별자리는 또 새로운 기억이 되어 우리를 새로운 여행으로 이끈다. 그 여행 끝에서 우리는 한 뼘 더 자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단단하고 성숙해진, 진짜 '어른'의 모습을 말이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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