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3.12.19
캐스팅: 윤석호, 조풍래, 정우연, 한보라, 서동진, 선한국, 주민우
장소: 플러스씨어터
좌석: E열 중앙

“그리하여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Happily ever after, 동화의 결말은 언제나 영원한 행복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공주와 왕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틱한 동화는 더더욱 그렇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클리셰 같은 사랑 이야기에 당당히 물음표를 던지는 유쾌한 뮤지컬이 등장했으니 바로 ‘난쟁이들’이다. 뮤지컬 ‘난쟁이들’은 여태껏 우리가 보아 온 동화들의 선하고 평화로운 이야기를 벗어나 솔직하고 발칙한 새로운 동화를 들려준다. ‘난쟁이들’의 페이지를 넘기면 맵고 달고 짠, 어른들을 위한 속세 맛 동화가 시작된다. 

동화 나라에 사는 난쟁이 찰리와 빅은 난쟁이 마을의 지루한 삶이 갑갑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왕자와 공주만 참여하는 무도회에서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나누면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찰리와 빅은 왕자가 되기 위해 마녀를 찾아가고, 은밀한 거래 끝에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과연 두 난쟁이는 사랑을 찾고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뮤지컬 ‘난쟁이들’의 이야기는 꽤나 아름다워 보이는 시놉시스와는 다르게 어른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아한 공주와 멋진 왕자의 순수한 사랑 대신 돈과 쾌락, 허세와 신분상승으로 채워진 풍자적 스토리는 놀랍도록 재치가 넘친다. 관람 전에는 기존의 뮤지컬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화법으로 무장한 이 작품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보고 나니 낯설기는 커녕 우리의 현실을 200% 반영한 모습에 단전에서 올라오는 진실된 공감을 숨길 길이 없었다. ‘난쟁이들’은 낭만보다 실재, 환상보단 현실이 익숙한 어른이들에게 선사하는 현대판 동화, 그 자체였다. 

색다른 이야기에 걸맞는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도 인상적이다. 신분 상승 후 보석을 칭칭 두르고 다니는 신데렐라와 답답할 때 손가방에서 담배 한 까치를 꺼내 드는 백설공주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새롭고도 짜릿하다. 이렇게 기존의 동화를 완전히 무시하는 공주와 왕자의 등장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다른 작품들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에 객석 여기저기서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토록 세속적인 공주들이라니, 신선하지 않은가. ’난쟁이들‘은 어느새 다 자라서 이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 저항 없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난쟁이들’, 영원하지 않아도 좋은 해피엔딩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난쟁이들’, 영원하지 않아도 좋은 해피엔딩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코믹 연기를 뻔뻔하고 멋지게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매우 뛰어나다. 목소리 톤과 몸짓까지 캐릭터 맞춤형으로 완벽히 갈아 끼운 듯한 자연스러움에 감탄을 감출 길이 없었다. 시종 이어지는 애드리브와 웃음을 참기 힘든 대사의 향연에도 재치 있게 대처하고 받아치는 모습에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가 여실히 느껴졌다. 배우들의 즐거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무대와 객석의 딱딱한 경계가 흐려지는 듯했다. 보는 내내 그저 한 권의 동화를 함께 읽는 것처럼 마냥 재미있고 행복했던,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 

꼭 주인공이 되어야 행복할 수 있는 걸까? 뮤지컬 '난쟁이들'은 틀에 박힌 동화의 전개에 당당히 "NO!"를 외친다. 영원한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아닐지라도 함께 하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닐까. 진짜 공주, 진짜 왕자가 아니면 뭐 어떤가. 공주가 아니어도, 왕자가 아니어도 좋은 세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그만이다. 솔직하게, 대담하게 사랑을 외치는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동화가 궁금하다면 뮤지컬 '난쟁이들'과 함께 해 보기를 바란다. 한편  높은 인기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 공연 소식을 전한 뮤지컬 '난쟁이들'은 1월 27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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