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3.12.31
캐스팅: 이정열, 서현철, 최정원, 장예원, 차지연, 지현준, 이정수, 이현진, 김지혜, 신창주, 현석준, 홍서영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좌석: D열 중앙

2001년 9월 11일, 온 인류의 기억 속에 끔찍한 재앙으로 남은 그날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항공기 테러로 인해 하늘길은 완전히 막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다. 영문도 모른 채 비행기에 갇혀 두려움에 떨던 승객들은 원 종착지인 미국이 아닌 캐나다의 한 섬에 비상 상륙하게 된다. 섬사람들은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을 환영하며 기꺼이 그들의 쉼터가 되어주었으니, 그곳이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된 뉴펀들랜드섬이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9.11테러로 뉴펀들랜드의 작은 공항, 갠더에 불시착한 승객들과 섬사람들의 따뜻한 유대를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의 이야기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악역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손님들, 섬에 살던 사람들 모두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거리낌 없이 낯선 이를 받아들이고 남을 돕기 위해 자신의 것을 선뜻 내어놓는 이들의 훈훈한 모습을 보며 내내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받았다. 섬사람들은 왜 남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에 "누구라도 이 상황에 놓였더라면 똑같이 했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손님들은 도움을 받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어떻게든 보답하려 애쓴다. 이토록 아름답고 이상적인 사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 사회도 언젠간 이렇게 온정 가득한 곳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자라났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아요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아요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12명의 배우들 중 누구도 돋보이거나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넘버의 구성도 솔로 넘버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여러 명의 배우가 같이 노래하는 단체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컴프롬어웨이'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추며 무대를 꾸며간다.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넘버,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켜 가는 과정은 뉴펀들랜드의 작은 마을에 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 되어 만들어낸 기적을 더욱 아름답게 보여준다. 특정 배우의 화려한 무대를 기대했다면 잠시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이내 배우들의 조화로운 하모니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9.11 테러라는 가슴 아픈 사건을 다루면서도 시종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한다. 과거의 절망에 매여있기보다 주어진 오늘을 즐기고 다가올 내일의 희망을 맞이하자는 밝은 메시지가 전해졌다. 섬에 가득했던 불안과 두려움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저마다의 웃음으로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따뜻한 시간 속에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느껴졌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기꺼이 서로를 감싸 안는 갠더 사람들의 온기가 마음의 온도까지 데우는 듯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따뜻한 손길 한 번, 진심을 담은 위로 한마디만으로도 기적은 이뤄진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위대한 기적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각박한 사회에 치이며 마음이 지쳐있다면, 희망찬 기운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다면 뉴펀들랜드에서 시작된 따스한 동행에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시작을 위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광림아트센터에서 2월 18일까지 공연된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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