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4.1.11
캐스팅: 장민제, 김경수
장소: 드림아트센터 1관
좌석: J열 우측

"사랑을 보내며, 키다리 아저씨께"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써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난다면 유난히도 순수한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모바일 메신저가 보편화된 요즈음, 빳빳한 편지지에 한 자 두 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마음은 참 특별히 따뜻하고몽글몽글하게 다가온다. 뮤지컬 '키다리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렇다. 당찬 소녀의 꿈과 상상들로 가득 채워진 편지는 우리가 잊고 있던 간지러운 설렘을 고스란히 가져다준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펜을 잡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던 시간들, 나를 생각하며 썼을 편지를 읽어나갈 때의 기쁨과 같은 모든 낭만들이 진하게 무대를 채운다. 

뮤지컬 '키다리아저씨'는 진 웹스터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고아 소녀 제루샤와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 단 둘만 등장하는 2인극이다. 제루샤가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대학에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이작품은 주인공 제루샤의 성장과 사랑을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그려낸다. 제루샤의 편지를 따라 함께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이 사랑스러운 소녀가 옆에 와서 말을 건네는 듯하다. "제가 행복의비밀을 알려드릴게요." 하고 말이다. 

처음으로 고아원을 떠나 넓은 세상에 발을 디딘 제루샤는 넓은 벽 틈새에 싹을 틔운 담쟁이 덩굴의 모습이다. 제루샤는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만나며 그 속에 숨겨진 행복을 찾아낸다. 호기심으로 가득찬 그 초롱초롱한 눈빛은 보는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제루샤의 후원자, 키다리아저씨는 그런 그녀가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든든한 힘이되어 곁을 지킨다. 어린 담쟁이 덩굴이 마음 놓고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거대한 담벼락, 그녀의 가족, 그녀의세상으로.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편지 속 사랑스러운 상상들이 방울방울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편지 속 사랑스러운 상상들이 방울방울

 

제루샤와 키다리아저씨의 따스한 인연은 두 배우가 가진 감성으로 생생히 그려진다. 통통 튀는 매력과 맑은 눈빛으로 제루샤가 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싱크로율을 선보인 장민제 배우, 특유의 온화하고 섬세한 연기로 키다리아저씨의 모습을표현한 김경수 배우의 합이 너무나 좋았다. 특히 목소리가 잘 어울려서 듀엣 넘버에서 빛을 발했으며,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대화들도 좋았다. 두 배우 모두 이번에 처음 참여하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모습이었다. 

뮤지컬 ‘키다리아저씨’는 생각만으로 웃음이 날 만큼 사랑스럽고 순수한 작품이다. 아직도 무대를 보며 받은 감동과 행복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벅차오를 정도이니 말은 다 한 셈이다.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손발은 얼어붙을지언정 마음만큼은 후끈 데워진 느낌이었다. 세상에 숨겨진 행복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오늘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한편 뮤지컬 ‘키다리아저씨’는 드림아트센터에서 2월 25일까지 공연된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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