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4.02.01
캐스팅: 이휘종, 남경주, 신진경, 이민규, 전성혜, 장두환
장소: CKL 스테이지
좌석: 6열 중앙

"너의 정당성을 인정해, 너의 고통을 이해해"

매일 벼랑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하루를 살아내는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 '키키'. 긴장된 모습으로 토크 콘서트 무대 위에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매분, 매초 경계선 사이를 넘나드는 불안한 일상을 '변증법적 치료'를 통해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대해 말한다. 자신이 견뎌 온 모든 나날이 얼마나 괴롭고 황홀했으며 두렵고 행복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키키의, 아니 우리 모두의 치료가 지금 무대 위에서 시작된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잘못된 감정이란 건 없어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잘못된 감정이란 건 없어

 

사람들은 모두 어떤 문제를 안고 산다. 문제가 겉으로 보이든, 보이지 않든 아무 문제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주인공키키의 문제, '경계성 인격장애'는 아주 명확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시때때로 기분이 변하며 스스로를 위험으로몰아넣는 행동을 반복하는 키키의 모습은 매우 위태롭다. 그러나 그는 치료를 멈추지 않는다. 의사의 말에 따라 얼음을손에 쥐고 충동을 참아내며 유혹을 버틴다. 키키는 속으로 문제를 썩이며 곪아가게 내버려두는 이들보다 훨씬 나은 인생을 산다. 단지 그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 보인다는 이유로 누구도 그를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으리라.

경계성 인격장애를 겪는 키키의 감정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수시로 변한다. 키키는 혼란하게 뒤섞이는 감정의소용돌이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 감정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그런 키키를 바라보던 의사는 그에게 ‘잘못된 감정은 없다‘고말한다.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의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키키는 변증법적 치료를 통해 문제를 많이 극복했다. 그리고 아직도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그가 스스로를 돌보고 매일조금씩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그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크게 작용한다. 의지가 되어주는 연인, 그의 다름을 이해하는 동료들,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의사, 결국 그를 인정하게 된 아버지까지. 키키는 이들의손을 잡고 많은 장애물들을 훌쩍 넘어선다.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들과 그 손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키키. 혼자라면넘지 못했을 높은 문제의 벽을 함께 손을 잡고 넘어가는 이들의 연대가 참 밝게 빛났다.

토크쇼의 게스트, 키키 역을 맡은 이휘종 배우는 변덕스러운 인물의 감정과 그가 겪는 혼돈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반복하는 키키의 정신세계를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졌다. 토크쇼의 호스트 역을 맡은 모든 배우들도 더할 나위없이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일인다역을 재치있게 소화한다. 여기에 토크쇼장을 연상시키는 라이브 밴드와 독특한 영상들이 더해져 더욱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잘못된 감정이란 건 없어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잘못된 감정이란 건 없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모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아픔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아픔을 별것 아니라며 묻어두고 외면할 뿐 꺼내어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 키키는 매순간 그의 문제를 꺼내고 바라보고 부딪히며 스스로의 아픔과 맞서 싸운다.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그렇게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더나은 내일, 더 나은 내 모습을 위한 용기를 가지라고 말이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 우리 모두를,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할우리의 내일을 응원한다. 한편,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오는 2월 25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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