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후 첫 여순사건 판결…구례 희생자 유족들 국가 책임 인정 받아
광주지법 순천지원 33억 7천만 원 배상 판결…특별법 제정 이후 첫 집단소송 승소로 향후 여수·순천·광양·고흥 재판에도 영향 전망

(문화뉴스 이동구 기자)‘여수순천10·19사건(여순사건)’ 당시 구례 지역 희생자 26명의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동용 변호사
 서동용 변호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는 지난 22일 열린 판결에서 희생자 26명의 유족 중 22명에게 총 33억 7천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을 내리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이후 첫 집단소송 판결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재판부는 소송 대상이 된 희생자 25명이 국가 소속 군인과 경찰 등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당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1명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신분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또 일부 희생자 유족은 과거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결정통지서를 직접 수령한 사실이 있어 ‘통지서 수령일로부터 3년 이내’라는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진상규명결정 통지서의 수령 여부에 따라 법리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결정통지서 송달 자체만으로도 소멸시효가 적용돼 유족 청구가 기각됐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직접 수령하지 않은 유족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했다. 이는 여순사건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멸시효 적용과 관련한 새로운 법리 해석으로 평가된다.

유족 측 변론을 맡은 서동용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 자체가 국가의 채무승인 또는 소멸시효 이익 포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항소심에서도 강력히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고령의 유족들이 77년간 통한의 세월을 보냈다. ‘이제야 아버지 산소에 소주 한 잔 따를 수 있다’는 절규에 국가와 사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항소를 통해 가해자의 신분 특정 문제와 단기 소멸시효 적용 문제를 다시 다툴 예정이다. 특히 여순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상 확대를 위해 특별법의 취지와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근거로 법리 다툼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유족 측은 국가가 항소해 소송을 지연시키는 일이 없도록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상소 자제 지휘’를 촉구했다. 정 장관도 최근 “국가의 중대한 불법행위 사건에서 권리구제를 지연시키는 상소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여수와 순천, 광양, 고흥 지역 희생자 유족들이 제기해 현재 심리 중인 다른 여순사건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뉴스 / 이동구 기자 pcs819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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