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신임 법관 임명식서
여당 주도 압박에 ‘우회’ 비판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25일 신임 법관들에게 “헌법은 재판의 독립을 천명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라며 “헌법정신을 되새겨 의연한 자세로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의 이런 당부는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여당 주도의 정치권 거센 공격에 대한 우회 비판으로 읽힌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사법부의 재판권은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며 “법관에게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막중한 책무가 부여돼 있다”라고 말했다. 임명식에는 법조 경력 5년 이상의 신임 법관 153명과 가족들, 노태악·천대엽·오경미·신숙희 대법관 등이 참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직 독립된 재판을 통해서만 사법부에 주어진 헌법적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다”라며 “(이는)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것”이라고 했다. 또 “법관의 사명과 책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법권을 행사함으로써,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에 대한 봉사와 자기 절제도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독립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관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봉사자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또 “법관 개개인의 신중하고 절제된 처신과 언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재판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며 “공적인 영역은 물론 사적인 부분에서도 신독(愼獨·홀로 있을 때 더욱 조심함)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라면서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과 시련이 닥쳐올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은 동시에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꿈을 이룬 것을 같이 기뻐하고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면서, 법복이 지닌 무게와 법관이 짊어져야 할 막중한 사명을 다하겠다는 굳은 각오도 함께 다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정치적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leekic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