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백현우 기자) 감정의 순환과 회복을 주제로 한 기술융합 오브제극 〈굴러라, 양!〉(Roll, Sheep!)이 오는 11월 7일 오후 2시 30분, 춘천 합센터 xr스테이지에서 초연된다. 이번 작품은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춘천시공연예술창업지원센터(The HAB)가 주관한다.

〈굴러라, 양!〉은 불안, 질투, 무기력, 행복 등 인간의 감정을 양의 모습으로 의인화해,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고 굴리며 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굴러가며 살아가는 모든 마음들을 위한 무대동화’라는 부제처럼,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감정의 언어를 새롭게 해석하는 감정 판타지극이다.

무대는 한 아이의 머릿속을 시각화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LED 패널이 감정의 거울이자 언어의 번역자 역할을 하며, 배우의 움직임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인형이 된 배우는 대사 없이 양의 울음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 소리는 LED 자막으로 변환되어 시각적 감정 언어로 확장된다. 기술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비추는 예술적 장치가 구현된 셈이다.

이야기는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시작된다. 걱정양, 질투양, 무기력양, 행복회로양 등 각기 다른 감정의 양들이 머릿속을 굴러다니며 충돌한다. 그러던 중 어둠 속의 늑대가 나타나 “너희는 나쁜 감정들이야, 사라져야 마음이 깨끗해지지”라 속삭이며 감정들을 몰아낸다. 모든 감정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순간, 한 개의 달걀이 나타나 양들을 감싸며 말한다. “감정은 나쁜 게 아니야. 그건 우리가 이해해주길 기다리는 마음이야.” 이내 늑대는 작아지고, 양들은 둥글게 굴러 하나가 된다. 감정이 화해하고 순환하는 순간, 아이의 내면에는 따뜻한 달빛이 비추며 관객은 감정을 품는 법을 배운다.

공연 전후에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관객은 공연 전 전시 공간에 설치된 ‘감정의 그물망’에 자신의 감정에 해당하는 공을 던지고,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돌아와 변화된 감정의 위치에 공을 던지며 감정의 순환을 체험한다.

작·연출을 맡은 정소원은 “〈굴러라, 양!〉은 기술이 감정을 대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이 감정을 비추는 또 하나의 언어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라며 “감정은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굴러가며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우 최준혁, 황인성, 권제인이 각각 아이, 양들, 늑대의 내면적 감정을 표현하며 퍼펫티어와 배우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조명감독 강원재와 영상감독 홍예원이 참여해 빛과 그림자, 영상과 오브제가 교차하는 다층적 무대를 완성했다.

한편 이번 작품은 동명의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공연·전시·출판·영상이 연결된 감정예술 IP 프로젝트로 확장될 예정이다. 기술로 감정의 언어를 시각화하고 예술을 통해 감정을 회복시키는 〈굴러라, 양!〉은 융합형 공연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문화뉴스 / 백현우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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