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행 “중앙지검장과 협의”…정진우 “의견 다르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 관계자 및 일반 증인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 관계자 및 일반 증인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9일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협의의 당사자로 거론된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이날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며 되받아쳤다.

노 대행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했다"며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 여러분은 이런 점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란다"며 "장기간 공소 유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선 검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늦은 시간까지 쉽지 않은 고민을 함께해 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몽습. 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몽습. 연합뉴스

하지만 정 지검장은 노 대행의 입장 발표 직후 언론공지를 통해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지검장은 항소 포기 결정 다음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4개월 만이다.

노 대행이 공개적으로 밝힌 ‘법무부 의견’ 당사자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를 비롯한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대검찰청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는 당초 기존 업무처리 관행대로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었지만, 법무부 측에서 항소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논의 끝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형사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한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형소법에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1심은 유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1천만원을 선고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이,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및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 22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사 측 인물인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검찰이 주요 피고인의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thecenp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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