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달러 4개재단에 기부…"버크셔 미래 관점 변화가 아냐"
후임 아벨, 내년 초 취임…“나와 같은 수준의 신뢰감, 느낄 것”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우리 주가는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고, 현 경영진의 60년동안 3차례 그랬던 것처럼 때로는 50%가량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절망하지 마라. 미국이 다시 일어설 것이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도 그럴 것이다.”
‘투자의 구루’이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10일(현지시간) 발신한 연례 추수감사절 공개 서한에서 “나는 조용히 지낸다(I’m going quiet)”라며 이 같은 낙관론을 피력했다. 1930년생으로 만 95세인 버핏은 올해 연말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서한은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쓰는 마지막 공개 서한이다. 이후부터는 후임 CEO로 지목된 그레고리 아벨 부회장이 주주서한을 이어받는다.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아벨은 내년 초 CEO로 취임한다. 그래도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한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이 찰리(멍거)와 내가 오랫동안 누렸던 신뢰감을 그렉에게도 느낄 때까지 상당량의 A주를 보유하겠다”며 “그 수준의 신뢰가 쌓이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내 자녀들과 버크셔 이사진 모두 이미 100% 그렉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은 2분기 말 기준 1490억 달러 규모의 버크셔 주식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는 이번에 A주 1800주를 B주 270만주로 전환해 총 13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가족 재단 4곳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기부 대상은 수전 톰슨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하워드 G. 버핏 재단, 노보 재단이다.
이와 관련, 버핏은 “생전 기부 속도를 높이는 것은 버크셔의 미래에 대한 관점 변화 때문이 아니다”며 “버크셔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버크셔 A주는 버핏이 1965년 인수 당시부터 보유해왔던 ‘원조 주식’으로, 주당 가격이 75만 달러에 달한다. A주 1주는 B주 1만 주에 해당하는 의결권 영향력을 갖고 있다. 버핏은 A주를 주로 직접 보유하며, 경영권 통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B주는 1996년 버크셔가 소액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로 발행한 주식이다. 주당 가격은 500달러 수준으로 A주의 15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거래가 자유롭고 분할이 가능하다. 의결권은 A주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기부나 상속, 사회 환원 목적에는 B주가 적합하다. A주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눠 증여하거나 일부를 팔기 어렵지만, B주는 유동성이 높고 단위가 작아 재단이 필요한 시점에 일부만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또 B주는 의결권이 미미해 버핏이 회사 경영권을 유지한 채로도 대규모 기부가 가능하다.

건강과 관련, 버핏은 “놀랍게도 전반적으로 건강하다. 움직임은 느려졌고 글씨 읽기도 점점 어렵지만, 여전히 주 5일 사무실에 나와 훌륭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늙음을 늦게 맞이했지만, 일단 시작되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배운다”고도 나이듦을 담담히 술회했다.
버핏은 1965년 직물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후, 보험·철도·유틸리티·소비재를 아우르는 시가총액 1조 달러 규모의 복합기업으로 키웠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9월 말 기준 3816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 급증했다.
버핏은 “버크셔의 거대한 규모는 강점이자 한계”라며 “향후 10~20년 후에는 버크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0% 상승했다. 인공지능(AI) 얼품 속에 기술주 중심의 랠리에서 S&P500보다는 다소 뒤처졌지만, 방어적 종목군보다는 나은 성과를 냈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thecenpe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