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백현우 기자)

지난 10월 열린 한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시집을 전시한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신랑 이민우 씨로, 그는 결혼식장 한편에 故 한고운 시인과 故 차도하 시인의 유고 시집을 전시해 두 친구를 추모했다. 이 사연은 이 씨가 지난 10월 26일 개인 SNS를 통해 관련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씨는 게시글에서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저희가 꾸며 놓은 ‘자기소개’ 자리를 보셨을 것”이라며 하객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을 소개했다. 해당 공간에는 부부의 취향이 담긴 영화, 책, 식물 등이 전시됐으며, 그중 두 권의 시집이 하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된 작품은 ▲한고운 시인(1990~2009)의 ‘나방, 혹은 공중보행자’ ▲차도하 시인(1999~2023)의 ‘미래의 손’으로, 모두 시인들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다.

한고운 시인은 19세에 요절한 ‘천재 소녀 시인’으로, 10대 시절 쓴 시들을 묶은 첫 시집 ‘나방, 혹은 공중보행자’를 통해 섬세한 감수성과 독창적 상상력으로 주목받았다. 차도하 시인은 2020년 신춘문예에 등단했으며,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맑고 투명한 언어로 절망 속의 희망을 노래했다. 유고 시집 ‘미래의 손’에는 그의 대표작 ‘침착하게 사랑하기’ 등이 수록돼 있다.

이민우 씨가 이 두 시집을 전시한 이유는 이들이 단순한 시인이 아닌, 그의 소중한 친구이자 '문우(文友)'였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게시글을 통해 “(시집들은)몇 해 전에 먼저 떠난 문우와 몇 해 전 먼 길을 떠난 친구의 유고 시집들”이라며 “가장 기쁜 날, 직접 오지 못한 두 친구와 함께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먼저 떠난 친구들의 자리를 마련한 신랑의 따뜻한 마음에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진정한 우정이 느껴진다”, “시집을 꼭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등 따뜻한 반응을 보였다.

이 씨는 “여러분들도 이 두 시집을 기억했으면 해 남겨본다”라며, 먼저 세상을 떠난 두 친구를 향한 변함없는 그리움을 전했다.

문화뉴스 / 백현우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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