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켈레, 20대 후반 세계 지휘계의 총아(寵兒)이자 젊은 이단아(異端兒)!
11월 5일(수) 저녁 7시 30분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버르토크의 걸작,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Sz.116에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지휘비팅을 선보이고 있는 핀란드의 지휘계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 (사진 암스테르담콘세르트헤보우 페이스북)
버르토크의 걸작,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Sz.116에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지휘비팅을 선보이고 있는 핀란드의 지휘계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 (사진 암스테르담콘세르트헤보우 페이스북)

 

핀란드 출신의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9)는 이번 내한에서도 ‘메켈레다운’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지난 6월 롯데콘서트홀에서 파리오케스트라와 선보인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여운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다시 그의 지휘 비팅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필자는 물론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11월 7~9일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이끈 키릴 페트렌코가 악보를 성스럽게 대하고 치밀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메켈레는 20대 후반 세계 지휘계를 대표하는 ‘총아(寵兒)’이자 전통에 도전하는 ‘젊은 이단아(異端兒)’라 할 만하다. 그는 지휘계의 권위와 규범에 균열을 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고, 그 혁신적 기질은 이번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냉정함과 관조적 피아니즘으로 관현악단과 대조적 모습을 보인 러시아 출신 미국계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연주장면. 
냉정함과 관조적 피아니즘으로 관현악단과 대조적 모습을 보인 러시아 출신 미국계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1번 연주장면.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에서 폭발한 메켈레의 지휘”

올해 베를린필 내한에서도 느껴졌듯, 최근 유럽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의 내한에서는 피아노 솔리스트보다 오케스트라 자체의 관현악적 힘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 베를린필 무대에서 김선욱의 슈만 피아노협주곡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오히려 베를린필 특유의 관현악이 돋보인 프로그램들이 더 강렬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처럼 말이다.

세계 오케스트라 랭킹 1·2위를 다투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이번 내한에서도, 후반부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Orchestra), Sz.116이 메켈레의 장점을 극대화한 무대로 느껴졌다.

메켈레의 폭발적이면서도 정밀한 비팅은 버르토크가 ‘절망 속의 희망’을 노래하며 만들어낸 20세기 관현악의 결정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 작품에 깊게 배어 있는 헝가리 민속음악의 리듬과 선법적 색채, 각 악기군이 독립적으로 부각되는 구성 등은 RCO의 풍부한 음색과 더해져 강렬한 생동감을 전했다.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브람스 최초의 대규모 관현악 작품으로 3악장 구성임에도 연주시간이 50여분이나 되는 대곡으로 교향곡적 성격이 강해 피아노 독주를 위한 교향곡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연주곡이다. (사진은 공연직후 무대에서 손을 치켜들고 있는 지휘 메켈레와 키릴 게르스타인)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브람스 최초의 대규모 관현악 작품으로 3악장 구성임에도 연주시간이 50여분이나 되는 대곡으로 교향곡적 성격이 강해 피아노 독주를 위한 교향곡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연주곡이다. (사진은 공연직후 무대에서 손을 치켜들고 있는 지휘 메켈레와 키릴 게르스타인)

 

“냉정함과 관조의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전반부에 무대를 장식한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은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에서 과열된 무대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과 관조적 태도를 유지하며, 후반부 버르토크와는 대조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세 악장 구성임에도 50분에 가까운 연주시간을 지닌 대곡으로, 교향곡적 성격이 강해 ‘피아노가 있는 교향곡’으로도 불린다. 게르스타인은 기교 과시보다 작품의 구조와 교향악적 성격을 강조하는 해석을 펼쳤고, 이는 필자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난 5월 서울시향과의 무대에서도 그는 동일한 접근을 보인 바 있다. 비루투오소적 과시 대신 학구적 해석을 선택하는 경향은, 무대 중심의 연주자와 후학을 양성하는 음악가 사이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스타일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10월 한달 아시아 정상권의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도 있었지만 11월초의 로열 콘세르헤바우오케스트라나 베를린필급의 오케스트라 연주력은 또다른 어너더 레벨의 연주력을 펼쳐보인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10월 한달 아시아 정상권의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도 있었지만 11월초의 로열 콘세르헤바우오케스트라나 베를린필급의 오케스트라 연주력은 또다른 어너더 레벨의 연주력을 펼쳐보인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RCO와 베를린필, 진정한 ‘어너더 레벨’의 내한”

10월에 홍콩필·타이베이심포니 등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있었지만, 11월 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베를린필의 무대는 또 다른 차원의 연주력을 보여주었다.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은 이들의 압도적 사운드에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한 RCO는 137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풍부한 음색과 다채로운 해석으로 전 세계 청중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내한에서도 그 위상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내한한 베를린필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압도적 존재감을 증명했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편집: 주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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