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전시 참여 인증서·작품 보증서까지 전 과정 디지털 전환

(문화뉴스 백현우 기자) 시각장애 예술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에이블라인드가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 예술인을 위한 디지털배지(Digital Badge) 인증 체계를 구축하고, 제1회부터 제5회 전시 참여 작가들에게v전시 참여 인증서와 작품 보증서를 디지털 형태로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번 디지털 전환은 장애 예술 분야에서 그동안 축적해온 창작·전시 활동을 데이터 기반 방식으로 기록하는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에이블라인드는 창립 초기부터 시각장애 예술인의 창작 과정을 지원해 왔으나, 전시 참여 사실이나 작품 인증을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는 대부분 종이 문서나 사진 자료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 보관과 공모·협업 시 활용에 한계가 있어, 작가의 경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번 디지털배지 도입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고, 시각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공식적 커리어 데이터’로 축적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롭게 도입된 디지털 인증 시스템은 블록스푼㈜이 운영하는 칼리지스(Kolleges)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를 통해 작가별로 전시 활동 이력, 작품 정보, 창작 과정, 참여 회차 등이 자동 기록되며, 발급된 배지는 클릭 즉시 검증 페이지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참여 인증서뿐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디지털 ‘작품 보증서(Digital Certificate of Authenticity)’까지 발급되며, 동일한 디지털 검증 구조가 적용된다.
실제 디지털배지를 발급받은 시각장애 미술가들은 변화의 체감을 크게 전했다. 작가 A씨는 “작품을 만들고 전시에 참여해도, 그 경험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늘 막막했다”며 “이번 디지털배지는 예술 활동이 기록으로 확실히 남는다는 점에서 큰 힘이 된다. 특히 정보 접근성이 고려된 구조라 시각장애인이 직접 활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작가 B씨 역시 “공모전이나 기관 협업 제안에서 활동을 공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필요했지만, 기존 증명 방식은 한계가 많았다”며 “디지털배지는 전시 이력을 명확하게 증명해주고, 작품 보증서까지 포함되어 앞으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에이블라인드 관계자는 “시각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은 그 가치와 잠재력에 비해 사회적으로 증명되고 기록되는 방식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디지털배지는 예술인의 활동을 투명하게 구조화하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커리어 인증 표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1회부터 5회까지 이어진 전시의 모든 참여 작가들이 동일한 구조로 인증을 적용받음으로써, 장애 예술인의 경력 관리가 더 체계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칼리지스를 기반으로 구축된 이번 시스템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표준을 반영해 설계되었다. 화면 리더 호환, 간결한 정보 구조, 쉬운 공유 기능 등을 확보해 시각장애 예술가가 자신의 배지를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에이블라인드는 앞으로 디지털배지 기반 인증을 전시 참여뿐 아니라 작가의 창작 활동, 예술 교육 이수, 프로젝트 경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디지털 인증 체계가 정착되면, 시각장애 예술인의 활동이 공공·민간 예술 지원 사업, 대관 신청, 협업 제안 등에서 공식적인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디지털배지 도입은 국내 장애 예술계에서 최초로 ‘표준화된 커리어 인증 구조’를 구축한 사례로, 장애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예술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뉴스 / 백현우 기자 press@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