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문화 人] '골든슬럼버' 강동원 "택배기사 모습 잘생겼나 VS 못생겼나" ①에서 이어집니다.

원작은 소설인데 일본 영화이다. 영화도 봤는지?

ㄴ 일본 영화도 당연히 봤다. 일본 영화는 일본 정서가 강하니까 한국 영화에서는 좀 더 스피드감도 있고 리듬을 잘 살리고 싶었다. 또 한국 정서에 맞는 친구들의 우정도 녹여냈고 훨씬 다이나믹하게 했다. 스피드감 같은 것은 괜찮았던 것 같고, 한국은 친구들 간에 감정표현이 더 센데 그런 것들이 잘 살았던 것 같다.

 

'골든슬럼버'를 부르는 것을 기대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ㄴ 엔딩에 불렀는데 안 썼다. 마지막 노래를 '힘을 내'(신해철)로 바꿨다. 마지막에 그런 정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는데 강승윤, 이하이 씨가 잘 불러줬다. 우리가 녹음한 버전을 건우가 차에서 듣고 가니 마니 등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비틀스 원곡은 쓸 수가 없어서 회의를 많이 했는데 결국 '힘을 내'로 음악 감독님이 가자고 했다. 연주도 연습 다 시켰는데. '골든슬럼버'를 다 연습했는데 '그대에게'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연습했더니 마지막에 '힘을 내'를 부르라고 했다. 찍기는 다 찍었는데 음악 감독님이 편집 붙여보고 마지막 정서는 '힘을 내'가 맞다고 했다. 음악 감독님은 나에게 노래를 세 번 시켰다.(웃음)

메이킹으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은데.

ㄴ 뮤직비디오 어제 나왔다. 재밌다. 연기자가 OST 녹음하고 믹스하는거 그런 컨셉 싫어하는데 친구들이 있으니까 되게 재밌어 보인다.

 

노래 외에도 촬영하고 편집돼서 아쉬운 부분이 있나?

ㄴ 그 추운데 바다 한가운데에 밤에 던져놓고 수영시키더니 안 쓴 게 아쉽다. 진짜 무서웠다. 해병대분들과 잠수분들 옆에 대기하고 계시고 찍었는데 그 분들도 추운데 어떻게 들어가냐고 걱정하셨다. 도망가려다가 다시 돌아올 때 장면인데 일본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그렇게 끝내면 한국분들은 화냈을 것 같다. 영화화 제안했을 때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작은 권력에 굴복하고 끝난다. 거기에 복수하는 모습을 통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 원작처럼 끝나면 '건우'라는 캐릭터가 불쌍하다. 평생을 자기 아닌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있었다. 일본 원작 나름대로의 던지는 메시지가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걸 좀 바꾸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는 사실 일본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이미지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배우 강동원의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다른지?

ㄴ 아무래도 공개석상에 나올 때는 기자회견 때 모습을 보게 된다. 거기에서는 거기에 맞는 예의가 있는 거니까 맞추게 된다. 당연히 전부는 아니다. 지금 인터뷰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여기에 맞는 예의가 있는 것이듯. 보통 차가워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허술한 면 많다. 철저할 땐 더 철저하고 허술할 땐 더 허술하다. 일과 관련된 거 아니면 진짜 잘 까먹는다. 물건 잘 흘리고 다니고 자주 놓고 다녀서 누가 계속 찾아줘야 한다. 전화기 떨어뜨려서 맨날 깨지기도 하고.

 

영화 속 '건우'보다는 슬기롭게 대처했을 거라고 했는데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나? 더 잘했을 것 같은 부분은?

ㄴ 쫓기기 시작해서 탈출에 성공했다고 하면 좀 더 치밀하게 복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 도망만 다니지 않고 작전을 스스로 짰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조력자가 짰는데 직접 작전을 짜서 더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을 처음 봤던) 7년 전보다는 SNS라는 게 생기고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그런 쪽으로 활용을 하지 않을까 한다. 저쪽에서 이미지 조작을 이용하는 거로 나오지만, 역으로 이쪽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거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건우'랑 비슷한 편인지?

ㄴ 비슷한 면이 있다. 영화 속 '건우'의 대사 중에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하다. '손해 보고 살면 어떠냐'이다. 굳이 그렇게 계산하면서 살아야 하나. 친구들이 고민하고 있으면 '손해 보면 어때,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라고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산속에서 혼자 살면 살고 죽으면 죽었지 치사한 짓 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언론시사회 기자회견에서 사기당했던 이야기가 나왔었다.

ㄴ 감독님이 갑자기 그 얘기를 하셨는데 사기당했다기보다는 그 친구가 사기를 당해서 엮어 들어갔던 거다. 사이도 다 좋게 잘 지내고 있다. 결혼도 하고 잘살고 있는데 상처받을까 봐 걱정됐다.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이 광화문 폭발 장면이었다. 일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한국 영화에서는 크게 보여졌다. 찍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지?

ㄴ 허가가 났다가 한번 엎어지고 다시 허가받는데도 힘들게 받아냈다. 한쪽 차선을 다 막아놓고 찍는데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일요일 아침에 4시간밖에 허가를 안 해줬다. 할리우드의 큰 영화면 좀 더 촬영하게 해주려나 그런 생각도 했는데 아무리 미국 영화이고 한국의 홍보를 할 수 있는 영화여도 불가능할 것 같다. 다리 하나 정도는 막아주던데 우리는 안 막아주더라. ('블랙팬서'의 부산 광안대교를 말하는 듯) 국가적으로 홍보가 되니까. 4시간 허가를 받고 8시부터 12시까지 찍었다. 10시부터는 차가 조금씩 늘었다. 사람들 통행도 점점 늘어가고 근처에 신문사도 있다 보니 나와서 촬영해가더니 갑자기 인터넷에 떴더라. 숨겨놨다가 크게 빵 터뜨리고 싶었는데 촬영하고 있는 중에 공개가 됐다. 그것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 기사 난 것처럼 또 재밌었다.

시기가 좋지는 않았을 텐데.

ㄴ 한쪽은 촛불 집회하고 한쪽은 태극기 집회하고 정말 그랬다. 감사하게 허가해주셨다. 처음에 한 번 취소됐을 때는 제작비가 엄청 깨졌다. 많이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 허가를 받아도 여러 부서가 있고 이거에 관련된 경찰, 교통부, 서울시가 있다 보니 여러 군데 다 허락받았는데 한쪽에서 안된다고 하면 캔슬 되버리는 거다. 몇억을 투자해서 준비한 게 다 날아가 버린다. 촬영 허가를 받는 시스템이 없어서 여기저기 가서 다 직접 허락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의 노력과 돈도 걸려있는데 틀어버리면 끝인 거다. 보증도 없고 해서 그런 건 개선됐으면 좋겠다. 그런 경우가 많다. 물론 주민 항의 들어오면 당연히 에러 사항이 있기도 하고 주민들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발 당시 신고가 들어오지는 않았나?

ㄴ 신고 들어왔다고 하더라. 청와대에서 경찰이 저기 뭐 하는 거냐고 연락 왔다고 그랬는데 당연히 폭발이 일어나니 경호팀에서 놀란듯하다. 집회하는 데서 테러가 났나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골든슬럼버' 촬영 당시 대중들 앞에서 뛰어야 하는 장면도 있다고 했다. 곤란했던 점이 있었나?

ㄴ 계속 뛰니까 누군가가 달려들 만큼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영화 장면이 길에서 찍혀서 올라오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거기에 있는 분들은 당연히 신기하니까 찍고 싶어 하고 '촬영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해도 찍으니까 막느라 힘들고 연기하는 것에도 힘들었다. 제작팀들이 힘들었다. '쳐다보지 마세요'라고 해도 다 쳐다보고. 그게 사실 말도 안 되지만. 그럴 때는 쳐다보고 있으면 CG로 눈동자를 돌린다.

 

배수로 장면 찍으면서 홍제천이라고 들었는데 영화에서 보이듯 정비가 잘 되어있진 않았을 텐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ㄴ 정비를 안 해놓은 곳도 있고 미술 세팅도 없었다. 그냥 거기 들어가서 찍었다. 물을 깨끗하게 바꿔놓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쥐 떠내려오고 엄청 냄새도 났다. 다행히 겨울이어서 냄새는 버틸 만 했는데 깊이 들어가니까 공기가 안 좋았다. 마스크 쓰고 산소마스크도 주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됐다. 냄새에 예민하고 잘 못 참는 편인데 일할 때는 참아야 한다. 아무래도 한국 영화들의 제작비가 외국 영화처럼 크지 않으니까, 물론 다른 환경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감수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먼지를 석탄으로 사용한다던가. 코 시컴해져서 '내 폐는 어떻게 됐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문화 人] '골든슬럼버' 강동원 "'1987'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feat. 할리우드 진출) ③로 이어집니다.

pinkcat@mhnew.com 사진ⓒ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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