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의 소녀시대, 그리고 무표정의 남자.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소녀시대의 티저영상은 모두 정적이었다. 아름다운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눈을 감고 있는 남자, 생명이 없어 보이는 남자, 그리고 그와 함께 있는 정적인 소녀시대. 이 티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뮤직비디오를 보자 이 티저영상이 하나의 스토리임을 알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에서 수술실에 들어선 소녀시대의 표정은 비장했고, 남자는 잠들어 있다. 아니, 잠들어있다기보다는 죽어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수술대 위에서 그는 눈을 떴고, 그 자리에 소녀시대는 없다. 소녀시대는 이미 문을 열고 떠났다.

   
 

▶ 새로운 타이틀곡 Mr.Mr.를 들고 수술실을 떠난 소녀시대

사실 음악자체가 매우 파격적이지 않다. The Boys처럼 급격하게 여전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I Got A Boy처럼 너무나 파격적인 음악을 들고 나온 것도 아니다. 음악도 안무도(현재까지는) 매우 무난하다. 소녀시대에게서 SM의 새로운 방향을 찾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소녀시대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이렇게 안전한 결정을 내린 걸까? 답은 시간과 그녀들의 음악 속에 있었다.

Bring the boys out을 외치고, I got a boy라며 수다 떨던 소녀들은 이제 소녀의 티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예전에 소녀에서 벗어나 숙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소녀시대이다. 영원히 소녀시대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성장하고 시간이 흐르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또한 그녀들의 위치도 더는 예전의 소녀시대가 아니다. 그녀들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여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Boy가 아닌 Mr.를 선택했다. 그녀들이 물리적, 심리적 성장에 걸맞은 성숙한 남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앨범은 소녀시대의 성장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녀들이 소년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냈다면, 이제 선택한 그 소년을 Mr.로 한 단계 성장시킨다. 그녀들의 격에 맞게 그 소년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녀들이 몇 년 전 세상으로 불러냈던 소년은 세상에서 상처받고 위축되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심장이 뛰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 소년을 세상으로 불러낸 이유가 있다. 날 가슴 뛰게 한 최고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나를 빛내줄 최고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이야기 한다. 세상에 널 던지고 더 치열하게 부딪히라고. 앞서가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눈을 감는 건 좋지 않다고. 겁내지 말라고.

그리고 그녀들은 그를 위해 빛나는 심장을 준비했다. 그를 세상으로 불러낸 사람이 소녀시대이듯, 그가 소년보다 더 큰 꿈을 품게 하기 위해서 이번엔 소녀시대가 빛나는 심장을 준비했다. 위축되어 있는 그에게 그가 왜 특별한 사람인지를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미래를 여는 열쇠는 네가 가졌고, 빛나는 눈 속에 나를 담고 세상을 흔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소녀시대가 선택한 남자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그런 그를 소녀시대가 다시 돕겠다는 것이다. 소녀시대는 수술실에서 그에게 그 빛나는 심장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는 눈을 뜬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소녀시대는 수술실에 없다. 어쩌면 또 다른 Mr.에게 빛나는 심장을 선물하기 위해, 혹은 그 Mr.를 통해 더욱 빛나기 위해 수술실을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 소녀시대의 새로운 탄생, 그녀들의 성숙을 알리는 Mr.Mr.

그런 의미에서 수술실은 소녀시대도 소년에게도 새로운 탄생의 장소이다. 어쩌면 부활의 장소일 수도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소녀시대는 단 한 번도 문을 닫지 않는다. 그녀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가고, 문을 열고 나간다. 즉, 그녀들은 그녀들의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화면이 데칼코마니처럼 반으로 나누어지는 것 역시 그녀들은 여전히 소녀시대이고, 같은 모습이겠지만, 그 모습이 하나가 아니라 성숙해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분열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즉, 앞으로도 영원히 소녀시대이지만 소녀시대는 계속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들의 나이도 더 이상 소녀가 아니겠지만, 소녀가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성장하듯이 그녀들 역시 성장했고, 성장해 가겠다는 의미이다.

소녀시대는 타이틀곡으로 자신들의 성장, 그리고 자신들의 사랑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 솔직히 앨범 전체적인 구성은 그리 완성도가 높지 않다. 그러나 타이틀곡으로 이어지는 소년과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소녀시대의 성장기는 꽤나 흥미롭다. 소녀시대의 성장에 따라 이제 소녀들은 boy는 물론 Mr.도 뒤흔들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격에 맞게 그들을 성장시켜나갈 것이다. 타이틀곡 즉, 음악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간의 흐름,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녀들의 음악적 변화. 그것이 이번 앨범의 한가운데에 있다.

결국 그녀들의 선택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면서 나아가 발전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 매우 특별하고 새롭지 않지만, 그리고 매우 안전하지만, 이것은 나름의 선언이다. 아직 무대에서의 퍼포먼스가 궁금하지만, 현재까지의 느낌은 이렇다.

그녀들의 남자는 단순히 사랑, 연애의 대상이 아니다. 소녀시대이기 때문에 그녀들의 주된 타겟은 남성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녀들은 그녀들의 타겟인 남성을 정확하게 겨누어 그들을 자신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동반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 밖으로 초대하고, 세상을 흔들 남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들이 결국 소녀시대를 빛내주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팬들도 존재하지만, 굳이 곡들을 해석하자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미래를 여는 열쇠는 Mr.도 소녀시대도, 그리고 그녀들의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가 각자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흔들 사람 역시 우리 각자들 일 것이다.

   
 

▶ 소녀시대와 함께 흐르는 시간을 맞는 우리들 

소녀시대의 시간이 흐르듯, 우리의 시간도 흐르고 있다. 소녀시대가 성장해왔듯이 그녀들과 함께 한 우리도 성장해왔을 것이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녀시대처럼 우리도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 맞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상처로 깨진 유리조각도 별이 되게 해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재고 또 재지 말고, 세상에 눈 감지 말고, 우리가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미래를 여는 열쇠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더 당당하게 더 치열하게 세상에 뛰어들어 보자.

소녀시대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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