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가화극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루오다준 각색 왕시아오잉 연출의 리차드 3세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각색을 한 류오다준(罗大军)은 국가 1급 극작가, 문화부 우수 전문가, 국가화극원 원장보좌, 국가 화극원 동방 영상문화유한공사 이사, 베이징 연극협회 이사, 국가무대예술정품공정 전문가 심사위원, 중국연극문학학회 회원이다.

왕시아오잉 (王晓鹰)은 중국국가화극원 부원장, 중국 연극인협회 부주석, 연출학 박사, 국가 1급 연출, 연출작 <두보> <떠나다> <복생> <리차드 3세> <깊은 화상> <제인 에어> <코펜하겐> <크루서블> <쇼팽> <1977> <황야와 사람> <패왕가행> <눈 먼 도시> 등. 저서로는 <연출예술이론> <가정성(假定性)에서 시적 이미지까지> <연극 연출에서 가정성(假定性)>이 있다.

필자가 최초로 관람한 <리차드 3세>는 1965년 고대극회는 개교 60주년 기념공연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여석기 번역, 김경옥 연출의 <리처드 Ⅲ세>다. 1965년 5월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조연출에 유길촌, 진행에 독고중훈, 무대감독에 정병, 무대고안에 조동화, 음악에 김종삼, 효과에 심재훈, 조명에 고천산과 정성환, 의상에 임연빈․ 김경미 ․홍석인 ․이공임, 분장에 전예출, 소품에 황태연, 홍보에 최창봉과 이수열 등이다.

캐스트로는 리치몬드 역 최상현, 리처드Ⅲ 역 김성옥, 에드워드Ⅳ 역 조성현, 에드워드 세자 역 이종화, 클라렌스 역 홍계일, 버킹감 공작 역 나영세, 노포크 역 강신홍, 리버스 역 김상진, 도오셋트 역 강경심, 그레이 역 전덕현, 옥스퍼드 역 오정석, 헤스팅스 역 유용환, 스탄리 역 박규채, 케이스비 역 노의용, 터버트 역 노신영, 제임스 역 권영민, 브레큰 베리 역 노재성, 엘리자베스 역 여운계, 마가렛 역 김청조, 요오크 공작부인 역 김진희, 앤 역 손숙, 프렌테지넷트 역 정문희, 이외 교우 및 재학생 다수가 출연해 열연한 것이 현재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1995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리처드 3세가 이태주 번역, 김철리 연출로 공연되었고 복잡했던 무대장치가 기억에 남는다. 2004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한태숙 연출의 리처드 3세는 거대한 액자 속에 움직이는 그림 같은 느낌의 연극으로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는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극단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에서 원어극 리처드 3세를 국립극장 청소년하늘극장에서 공연했다.

연출은 조영창 (배화여대 교수)가 맡아 기량을 발취했다. 출연진(CAST)은 리처드3세: 신겸수(경기대 교수), 엘리자베스 왕비: 이혜경(강릉원주대 교수), 버킹엄: 신웅재(광운대 교수), 에드워드4세: 안병대(한양여대 교수), 앤: 김현주(숙명여대 교수), 헤이스팅스: 조영학(경기대 교수), 클라렌스: 이용관(수원대 교수), 요크공작부인: 임도현(서울시립대 교수), 마가렛왕비: 김경옥(백석대 교수), 래트클리프: 남장현(인하공전 교수), 티렐: 방승희(동국대 교수) 그 외의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으로 감동을 받았다.

제작진 (STAFF)은 무대감독: 강경호(경기대 교수), 음향오퍼: 김자은(배화여대 영어통번역학과), 조명오퍼: 윤영유(한국전력기술인협회), 자막: 고영선(배화여대 영어통번역학과), 분장: 윤영란, 이지현(강릉원주대 대학원), 무대장치 디자인: 이혜경(강릉원주대 교수), 의상 디자인: 이혜경(강릉원주대 교수), 포스터 디자인: 강수진(한양여대 교육환경센타 연구원), 박초롱(한양여대 교육환경센타 조교) 등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영화로는 1995년에 제작된 리처드 론크레인 (Richard Loncraine) 감독의 영화 리처드 3세(Richard III)가 기억에 남는다. 이언 맥켈런(Ian McKellen)이 리처드 3세, 아네트 베닝(Annette Bening)이 엘리자베스 왕비(Queen Elizabeth),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Kristin Scott Thomas)가 레이디 앤(Lady Anne), 짐 브로드벤트(Jim Broadbent)가 버킹햄(Buckingham),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가 리버스(Rivers), 매기 스미스(Maggie Smith)..가 요크 공작부인(Duchess of York), 나이젤 호손(Nigel Hawthorne)이 클라렌스(Clarence), 짐 카터(Jim Carter)가 헤이스팅스(Hastings), 도니믹 웨스트(Dominic West)가 리치몬드(Richmond), 존 우드(John Wood)가 에드워드 왕(King Edward)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여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1455~1485년까지 영국 시민전쟁은 왕의 암살로 끝이 난다. 전쟁에서 승리한 요오크카의 맏이 에드워드(King Edward)는 왕위에 오르고 모두가 이를 축하하지만 에드워드의 막내 동생 리차드 글로스터(Richard III)는 에드워드 왕권에 불만을 품는다. 리처드는 볼품없이 못생긴 얼굴과 말라비틀어진 듯 옴추려든 왼팔, 곱사 등을 가진 신체적 불구자이다. 하지만 그는 세기를 뛰어넘는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 탁월한 리더쉽, 유머감각으로 모든 열등감을 뛰어넘은 카리스마적 인물이다.

그의 피해 의식은 세상을 악으로 지배하고야 말겠다는 정권욕으로 바뀐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여자는 모두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야했고 마음에 두고 있던 앤(Lady Anne)을 얻기 위해 시민전쟁 동안 앤의 남편을 처참히 죽인다. 리차드는 남편의 영안실에서 오열을 토하고있는 앤을 달콤한 유혹으로 자신의 아내로 맞게 된다.

   
 

리차드는 자신의 집권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계획을 세운다. 맨처음 희생자는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걸림돌로 여기는 큰 형 클러랜스(Clarence)를 탑에 가두어버린다. 클러랜스를 탑에서 풀어주라는 에드워드 왕의 명령을 중간에서 가로챈 후 자신의 심복 타이렛(Tyrrel)을 시켜 살해해 버린다. 이 충격으로 왕 에드워드는 운명을 맞게 된다.

리처드는 어린 승계자 웨일즈 왕자(Prince of Wales)와 웨일즈의 동생도 탑에 가두어 살해한 후 호민관의 지위에 오른다. 그런 다음 카리스마적인 리처드를 추앙하는 무리들에 의해 '리처드 3세'로 추대된다. 그러나 새로운 왕, 리처드 3세에 반대하는 세력은 점점 더 거세게 밀려오고 리처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설득해 그녀의 딸(Princess Elizabeth)과 결혼하려 하나 자신과 숙명의 대결자 헨리 리치몬드(Richmond)에게 빼앗기고 만다. 결국 리처드는 헨리 리치몬드가 이끄는 군대에 도전을 받아 추락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역사적으로는 리처드 3세는 1483년부터 1485년 장미전쟁으로 불리는 영국 왕위계승 전쟁에서 패해 사망하기까지 2년 간 영국을 통치했다. 영국 역사가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중세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그는 웨일스의 보즈워스 전투 중에 사망했는데 영국 왕이 전투에서 사망한 마지막 사례이다. 흰 장미를 표식으로 삼은 요크 왕가의 리처드 3세와의 왕위 쟁탈전에서 승리한 랭커스터 왕가는 후에 붉은 장미를 표식으로 삼았다. 리처드 3세의 뒤를 이어 랭커스터 왕가의 헨리 7세가 튜더 왕조를 열었다.

리처드 3세는 튜더 왕조가 들어선 이후 형과 조카, 부인마저 서슴지 않고 살해하는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셰익스피어가 일조를 했다. 그는 리처드 3세를 그의 회곡에서 영국 왕 중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의 하나로 기록했다.

많은 역사가들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그의 조카인 에드워드 5세를 죽인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늘날 영국에선 그가 에드워드 5세를 유폐만 시켰을 뿐이고 폭군의 이미지는 승자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3세는 관도 없이 교회에 매장됐으며 교회가 뒤에 없어져 왕의 무덤은 찾을 수 없었다.그는 튜더 왕조 때 활동한 셰익스피어의 동명 "리처드 3세" 희곡을 통해 어린 조카 두 명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악독한 꼽추 왕으로 그려졌고 이후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식됐다.그러나 그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그의 악명이 과장됐으며 계몽 군주의 면모를 갖췄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2013년 오랜 세월 땅속에 유폐되었던 그의 무덤이 발견되고, 그의 무덤을 옮기는 이장의 날의 행사는 장례식이 아니라 재매장식으로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리처드 왕의 후손이 아닌 먼 친척인 엘리자베스 2세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아들 에드워드 왕자의 부인으로 며느리인 웨섹스 백작부인 소피를 보냈다. 왕의 유골은 오크 관 속에 모셔졌다. 특히 이 관은 레스터의 학자들이 유골의 DNA 조사를 통해 행방을 알게 된 17대 후손이 만들었다. 이 남성 후손은 캐나다에서 목수로 살고 있었다. 까마득한 선조의 관을 그의 후손이 직접 만든 것도 극적인 사실이라 하겠다.

중국국가화극원의 내한공연 루오다준(罗大军) 각색, 왕시아오잉 (王晓鹰) 연출의 <리차드 3세(理查三世)>의 무대는 중앙에 붉은 현판을 의자위에 걸쳐놓고 현판에 리처드 3세(Richard III)라는 영문과 理查三世라는 한문글씨가 보인다. 공연이 시작되면 출연자가 현판과 의자를 무대 밖으로 내간다. 배경 앞에 수많은 새로운 형태의 한문글자를 쓴 여러 폭의 병풍을 세우고, 그 양 옆으로 풍경을 그린 검은 휘장을 드리워 놓았다. 장면변화에 따라 병풍은 붉은 피가 흘러내리도록 변화를 주고, 대단원에는 그 피 흐름이 여러 개의 줄로 나타난다. 무대 좌우에 복잡한 문양이 들어간 원형기둥을 세우고, 어좌와 옥좌 그리고 탁자와 의자를 출연진이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한다. 글씨나 문양이 들어간 기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무대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대북, 소북, 징을 비롯한 각종 타악기 연주석이 있고 연주자가 시종일관 등장해 악기 연주를 하고 출연진과 대사를 주고받는다. 웅장한 음악과 음향효과는 녹음으로 처리한다. 출연진은 가면을 쓰고 일인 다역으로 등장하고, 맥베스에서처럼 이 공연에는 여성출연진에게 마녀 마스크와 복장을 입혀 리처드에게 예언을 하는 장면을 첨가해 흥미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연극의 1막 1장에 주인공이 등장해 "나는 기형이고, 미완성이고, 반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너무 일찍이 이 생동하는 세계로 보내져, 쩔뚝거리고 추한 나의 모습에, 곁에만 지나가면 개들도 짖는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는, 사랑하는 자가 될 수 없기에, 나는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And therefore, since I cannot prove a lover, To entertain these fair well-spoken days, I am determined to prove a villain, And hate the idle pleasures of these days.)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I am determined to prove a villain)" 라는 대사는 이 연극에 자주 등장하고, 그리고 또 자주 쓰이는 대사로는 "말을 다오, 말을 다오. 말을 가져오면 내 왕국을 주리라(A horse, A horse, My Kingdom for a horse.)"라는 대사도 대단원에서 반복해 사용되는데, 이번 연극에서는 이 대사를 글씨로 써서 대단원에 무대 앞에 세워놓는다.

   
 

장동규(張東雨), 터송옌(塗松岩), 티엔쟁(田征), 쉬나난(余南南), 장이에팡(張譯方), 장신(張), 리예(李曄), 장지용(張志勇), 카이징차오(蔡景超), 리지안펭(李建鵬), 왕리푸(王力夫), 창디(常塡) 왕지아난(王佳男) 등의 출연진은 중국 고전극과 현대극은 물론 고유의 경극 분위기를 융합한 연기와 무예, 그리고 곡예로 호연과 열연, 성격창출을 해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자인 리우케통, 조명디자인 리우지안종, 의상디자인 펭딩후앙, 분장 가면디자인 센미아오, 영문 한자디자인 수빙, 음악디자인 타악연주 왕지아난 등 스텝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중국국가화극원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루오다준(罗大军) 각색, 왕시아오잉 (王晓鹰) 연출의 <리차드 3세(理查三世)>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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