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에 4-9 패배 불구, 기대 이상 활약 선보여

▲ 청룡기 4강 진출을 기념하여 배명고는 전교생 응원단을 동원했다. 야구장을 찾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친구, 선배, 후배들을 목청껏 응원했다. 학생야구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 중 하나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좋아, 잘했어!"

배명고 김경섭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을 향하여 손뼉부터 쳐 줬다. 경기 결과는 4-9 패배였지만,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할 수 있는 '아름다운 패배'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프로야구 입장에서 보면, 매우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 있지만, 제71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에서는 충분히 통용될 수 있었다. 승패보다 내일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학생 야구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특히, 배명고는 예상을 뒤엎고 청룡기 4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야구 명문'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최근 몇 년간 전국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쳐주지 못했지만, 그들은 2008년 대통령배 4강 이후 8년 만에 전국 무대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패했어도 선수단 사이에서도 서로 치하하며 박수를 보내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 아홉 번째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동주의 후예', 배명고 야구부 이야기

사실 배명고는 대회 전부터 '약체'로 분류됐다. 전국 무대 본선이라는 큰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고, 대진운도 그다지 좋지 않아 초반 탈락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32강전에서 우승 후보였던 강호 동성고에 완승한 것을 시작으로 16강전에서 만난 김유신의 청주고마저 격파했다. 그리고 맞이했던 8강전에서는 강혁 감독이 이끄는 신일고에도 5-4 신승하며,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 가장 '핫'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랬기에, 내친김에 덕수고마저 이기고 결승전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 경기는 패배로 끝났지만, 선수단은 박수를 치며, 자신을 응원해 준 친구들을 향하여 예를 표하기도 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물론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배명고가 덕수고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덕수고는 전반기 왕중왕전인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터라, 선수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정상을 차지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선수단 사이에 존재하는 부담감 정도였다. 덕수고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반면, 배명고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기에 선수들 스스로 마음을 편히 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학생 야구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특히, 초반에 내어 준 4점이 너무 컸다. 경기 중반으로 가면서 점수 차이를 좁히는 듯했지만, 전광판에 새겨진 양 팀의 스코어는 9-4였다. 돌풍의 배명고도 덕수고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 배명고의 2학년 유망주 곽빈. 투-타를 겸업하는 그는 윤석민과 박석민, '두 석민'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할 수 있는 인재들이 나타났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팀을 이끈 '대들보' 김현성이 이번 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에 충실했고, 투-타를 겸업하는 2학년 곽빈도 3번 타순에서 제 몫을 다 했다. 3학년 박태양과 장완석, 박준석 트리오도 선두에서 1, 2학년 동생들을 도왔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들에게는 청룡기 4강 경험이 분명 다음 대회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록 패했지만, 오늘 야구장을 찾은 그 누구도 배명고의 선전을 칭찬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김동주의 후예들은 후회 없이 싸웠고, 후회 없이 패했다. 공연이 끝난 이후 관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배우들처럼, 배명고 선수들 역시 기립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이들의 더 나은 내일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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