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2일부터 10일까지 개관축제 '별례악' 열려

   
▲ 김정승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한 콘텐츠를 상설화하는 것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은 품격과 재미라는 두 가지 관점 때문이다. 국악은 재밌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악을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듣는 시대는 지났다. 재미와 감동이 없으면 관객이 오지 않는다." - 김정승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
 
산조와 판소리 등 국악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이 문을 연다. 9월 1일 서울시가 건립하고 세종문화회관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개관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창덕궁 일대의 정체성 회복과 국악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에서 주유소가 있던 곳을 매입해 국악 전용 공연장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을 혼합해 건축했고, 친환경적인 공연장을 표방해 지열을 이용한 난방, 기계적 확성을 하지 않는 자연음향 등을 추구했다. 지하 2~3층에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실내 공연장은 음향 장치에 의한 별도의 확성 없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140석의 좌석은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되어, 무대 위 예술가와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 상호 소통이 중요한 국악 장르에 더욱 어울린다. 객석의 경사도 역시 일반 공연장보다 높아 앞 좌석으로 인한 시야 방해가 거의 없는 특색이 있다.
 
또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객석 내부가 전통 창호로 마감되어 있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맨 뒤의 객석까지 음향이 적은 국악기의 소리가 잘 전달되어 우리 국악의 정수인 산조, 판소리 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를 알리기 위한 개관 기자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돈화문국악당 지하 2층 공연장에서 열렸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정승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장 전경. ⓒ 세종문화회관
 
김정승 예술감독은 국립국악원 정악단에 16년간 재직했고, 원로들과 연주가들로 구성된 정악단체인 정농악회의 최연소단원으로 활동했고, '한국현대음악앙상블'의 창단 멤버로 현재까지 활동하는 등 정악 분야에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을 쌓고 있다. 김 예술감독은 개관 전부터 공연장 프로그래밍을 총괄하며, 개관 전 공연축제 '프리&프리(Pre&Free)'를 이끌었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자랑스러운 세 가지를 말하면 다음과 같다"며 "첫 번째는 국악 전문 공연장이라는 것이다. 자연 음향만을 사용하며, 확성을 하지 않는 국악 전문 공연장이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문을 열었고,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연장은 대체로 복합공연장, 장르를 가리지 않는 공연장이 주를 이뤘다. 최근 롯데콘서트홀이 전문공연장으로 개관하는 등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곳은 국악전문공연장의 흐름을 대표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승엽 사장은 "두 번째는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운영하기에 매우 적절한 위치다. 이름부터 서울돈화문국악당인것처럼, 서울시에서 국악진흥정책을 발표할 때 창덕궁 정문 돈화문로부터 종로3가역까지 '국악로'로 부르고 있다. 이 지역의 앵커 시설로, 서울돈화문국악당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일종의 사명이다. 과거 국립국악원이 있던 곳이어서, 지금도 국악인들이 이 근방에 많이 사시고 활동도 하신다. 지역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세 번째로, 이 건물이 준공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개관까지 6개월의 준비 기간을 뒀다. 시범 운영 기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공연, 운영, 음향 테스트 등을 거쳤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기간을 두고 운영하게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장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뒤이어 김정승 예술감독이 서울돈화문국악당의 개요 발표를 진행했다. 김정승 예술감독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추진 전략은 세 가지"라며 "국악 활성화 플랫폼, 지역 활성화 및 새로운 관객 개발, 궁중문화 예술 기반 콘텐츠 운영"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 예술감독은 "공연제작, 공모를 통한 출연자 선발, 창작 인큐베이팅을 통해 새로운 공연 형식,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협업을 통한 시장 개발을 하려 한다"고 밝히며, "지역자원 연계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돈화문로 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 강화, MICE 산업을 연계한 기업 고객 발굴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궁궐 앞에 있는 국악당 입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악당 및 콘텐츠 정체성 확보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악 활성화 플랫폼을 위해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개관 전 공연축제인 '프리&프리'를 진행했다. 연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총 128팀이 지원했다. 선정된 17개 팀은 6월 9일부터 7월 28일까지 총 28회 공연을 펼쳤다.
 
김정승 예술감독은 "개관에 앞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풀어놓은 무대를 통해 공연장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여기에 국악계 신진 예술가를 알리고 지원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프리&프리' 기간 중엔 '시민주간'이 열렸다. 공모를 통해 시민예술단체를 모집해 총 10개 단체를 선정했다.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김정승 예술감독이 마스터클래스와 공연장 연습 참여를 이끌었다. 시민예술단체만의 새로운 해석을 담은 8회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한편, 9월 1일 오후 5시엔 문화예술계 인사와 시민참여자 70명이 참석하는 개관식이 열린다. 사전 예약을 통해 시민참여자를 모집하는데, 1시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이날 축하공연엔 국립국악원 정악단, 안숙선, 김덕수 사물놀잎 등 국악계 대표 명인 연주자들의 축하 공연이 펼쳐진다.
 
   
▲ 김정승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이 개관 공연인 '별례악' 소개를 하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개관식 이후 9월 2일부터 10일까지 개관축제 '별례악'이 열린다. 김 예술감독은 "풍류 음악, 민속 음악, 창작 음악, 연희극 등 국악이 지닌 폭넓은 스펙트럼을 모두 담았다"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정희, 양주풍류악회, 이춘희,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김무경, 이철주, 최경만, 정화영, 김영길, 유영주, 이용규, 이지영, 김원민 등 국악의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는 명인 연주자들이 총출동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9월 3일엔 야외축제 돈화문 산대가 국악당 및 돈화문로 일대에서 열린다. 체험 부스 8개, 야외공연 22회, 프리마킷 셀러 30팀이 운영된다. "시민예술단체의 버스킹 참여, 돈화문로 상인들의 체험 부스 참여 등 시민 참여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전통문화예술 축제가 될 전망"이라고 김 예술감독은 이야기했다.
 
이번 가을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선 다양한 기획공연이 열린다. 10월 7일부터 29일까지 국악과 한식을 연계해 공감각적인 국악의 멋과 맛을 음미하는 공연인 '국악의 맛'이 16회 공연에 걸쳐 진행된다. 'Taste of Sound, Sound of Taste!'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통 및 창작 국악 레퍼토리를 쉽고 친근하게 소개하는 해설 음악회다. 황병기, 국립국악원, 임준희, 음악동인 고물, 문재숙, 이슬기, 의하니, 불세출 등이 참여한다.
 
10월 25일과 26일엔 세종문화회관 온쉼표(천원의 행복) 페스티벌이 국악당에서도 열린다. 여기에 11월 2일부터 19일까지 음악극, 현대음악 등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형식의 공연 '미래의 명곡'이 진행된다. 한국현대음악앙상블, 가야금앙상블 사계, 최우정 등이 출연한다.
 
또한, 국악 장르의 역사, 예술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스토리 텔링 하는 '제작공연'이 계획 중이다. 최우정 연출, 배삼식 작가가 제작에 참여한다. 김 예술감독은 "올해는 사전제작 기간으로 프로덕션 구성 및 주제곡, 시놉시스 샘플을 제작하고, 내년엔 시범 및 제작공연을 통해 콘텐츠의 지속 및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전망했다. 발표 이후 취재진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김정승 예술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서울돈화문국악당 입구 모습.
 
자연음향을 표방한 서울남산국악당은 음향 시설이 없는 공연을 하는 데 결국 실패했는데,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어떤 차이가 있나?
ㄴ 서울남산국악당이 실패한 것은 전통 예술가들의 선입견 때문이 아니라 공연장의 한계가 있다고 봤다. 무대와 좌석의 뒷부분까지의 거리가 멀다. 완전히 어쿠스틱으로 해결하는 데 무리가 있고 생각한다. 이 극장은 그런 면에서 적합하다. '프리&프리' 공연을 통해 음향 시설이 없는 원칙을 지켜나가도 무리가 없다고 봤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이 130석 정도 되고, 서울남산국악당도 그 정도 된다. 이 공간은 중간에 석고도 있지만, 우리 재래종 나무로 마무리되어 있다. 음향전문가와 협의해 깊이 있게 고민해서 설계했다. 그리고 8월 한 달간 정비도 마쳤다. 특수성을 강점으로 살려 나갈 것이다. 객석도 경사가 있는데, 앞사람 머리가 가리지 않는다의 차원을 떠나 맨 뒤와 앞까지의 객석 거리가 좁다. 음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자연음향 방식의 콘텐츠가 적합하다고 봤다.
 
'외국어 홍보를 통한 외국인 관객 접근성 강화'를 사업방향 중 하나로 제시했다.
ㄴ 김정승 : 내년 사업 기획을 하면서, 창덕궁을 보러 온 관광객이 바로 인사동이 아닌 이곳으로 오도록 하려 한다. 그 사업을 다른 사업이 있으므로, 바로 시작할 순 없다. 연계 홍보를 창덕궁 안에서 펼칠 생각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물을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거리 축제를 통해 관심을 유도할 것이다. 또한, 최고의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면서 언제든지 같이 즐기는 게 타당하다는 것을 자체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 아쟁컴퍼니 아로새김이 개관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타겟 별 프로그램 기획을 통한 새로운 관객개발'도 사업방향 중 하나다. 어떤 내용인가?
ㄴ 굵직한 기획 공연은 품격과 친숙한 요소를 두루 갖춘 콘텐츠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보여주는 수준 높은 공연을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고민을 계속하고 있고, 사업계획에서 녹여내려고 하고 있다. 어린이, 시니어, 주부 대상 공연도 포함되어 있다.
 
'국악의 맛'은 올해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엔 쿠킹 클래스도 같이 열어서 한식 만들기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 '미래의 명곡' 시리즈를 할 때도, 곡목선정에 청중이 난해하지 않게 다가가고, 친숙하게 담아갈 방법을 전제로 하려 한다. 
 
극장에서 많은 욕심과 계획을 세워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이 공연 주체가 되고, 이 공간을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주는 젊은 아티스트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년 3월부터 5월까지 하는 '프리&프리' 공모를 할 땐, 공모 요강에 방향성을 제시할 생각이다. 어린이 대상 등 특정 관객층을 위한 재미난 공연을 품격있게 꾸미면 우선적으로 뽑겠다는 방향성을 통해서 '타겟 별 프로그램' 기획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 보고 있다.
 
   
▲ 아쟁컴퍼니 아로새김의 축하 공연이 취재진 질의 응답 후 진행됐다.
 
상설공연에 대한 계획은 없나?
ㄴ 궁중 예술을 자산으로 한 상설공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궁중 예술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무대가 커야 한다. 정악의 웅장함과 궁중정재의 화려함을 축소해서 보여줄 순 있지만, 그 정수를 온전히 보여주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상설공연을 하는 것은 의미 있고, 큰 장점이 있다. 정동극장의 '배비장전'을 보면, 계속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콘텐츠를 상설화하는 것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은 품격과 재미라는 두 가지 관점 때문이다. 국악은 재밌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악을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듣는 시대는 지났다. 재미와 감동이 없으면 관객이 오지 않는다. 그게 어떤 것인지 중요한데, 그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는 사실 어렵다.
 
젊은 사람이 재미없지만, 시니어는 재미있을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도, 어떠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층위의 관객에게 두루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선 하나의 상설극장 역할도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을 이뤄낼 수 없다고 봤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