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최영태의 음악이 시작된 지점은 누구나 잘 아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이하 슈스케)'에서부터다. 등장부터 주목을 받았던 '슈스케 3'와 편집 논란으로 오해를 샀던 '슈스케 5'를 거친 이후, 최영태는 정식 레슨을 받으며 뮤지션으로서의 내실을 탄탄히 다졌다. 그렇게 그가 들고 나온 앨범은 수많은 감성 싱어송라이터 사이에서도 눈길을 끈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범위'는 독특한 분위기와 여성적인 음색, 시적인 가사까지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은 곡이다. 이처럼 노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편곡, 음색 등에 있어 모든 경우의 수를 고민하는 뮤지션, 우직하게 나아가는 싱어송라이터 최영태를 만났다.

 

   
 

요즘의 근황은 어떤가.
ㄴ지난 3일 싱글앨범 '범위'를 발매한 이후 큰 활동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연남동으로 이사해서 집 근처의 맛집을 탐방하고 있다(웃음). 곧 휴가도 다녀오고 이번 달까지는 여유롭게 지낼 계획이다. 9월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무대 위에서 팬들과 만나고 싶다.

보컬도 작곡도 따로 전공하지 않았다. 처음에 작곡을 하게 된 계기는.
ㄴ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친구들이 학원 다니는 걸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보컬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나를 차별화하고 싶은 마음에 기타도 치고 덩달아 작곡도 시작하게 됐다. 그때부터 꾸준히 곡을 썼다. 당시의 곡들은 어린 마음에 썼던 거라 대부분 뻔하고 오글거리긴 하지만(웃음).

곡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가.
ㄴ나는 멜로디든 가사든 영감을 바탕으로 곡을 만든다. 가령 어감이 좋은 단어나 괜찮은 멜로디가 생각나면 꼭 적어둔다. 내 기준에서 가장 작업다운 작업은 곡 안에 억지로 멜로디나 반주를 넣는 것이 아니라, 문득 좋은 멜로디나 가사, 혹은 두 가지 모두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곡을 쓰는 것이다. 좋은 뿌리가 있으면 나무가 쑥쑥 자라는 것처럼, 좋은 코러스가 있으면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벌스가 나오는 식으로 어느새 하나의 곡이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고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작업하는 편이다.

또한, 멜로디와 가사는 서로에게 맞는 옷이 있다고 생각해서 멜로디와 가사를 조합하는 데 많은 신경을 쏟는다. 멜로디와 가사가 따로 노는 곡을 들으면 정신없다고 느껴지더라. 그래서 나는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를 찾을 때까지 외계어 같은 말들을 붙여서 계속 노래를 해본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한국말이 튀어나와서 멜로디에 착 붙는다. 곡의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 '범위' 뮤직비디오.

 

싱글앨범 '범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ㄴ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인 '범위'는 20살 때 만들었다. 구체적인 사연이 있는 곡은 아니고 살아오면서 간접적으로 느끼는 이런저런 감정들을 풀어낸 노래다. 오히려 작곡했을 때보다 지금 더욱 마음에 와닿는 곡이다. 기타와 건반의 단촐한 구성에 담담하게 편곡해서 러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지나갈 때면'은 22살 때 쓴 곡이다. 당시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새벽에 그 사람을 만나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고백했는데 결국 차였다. 그러고 나서 아침에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느껴지더라. 이후 일주일 간 감정을 추스르고 작곡한 곡이 '지나갈 때면'이다. 나 자신에게는 굉장히 슬픈 곡이지만 곡의 멜로디가 캐주얼한 면이 있어서,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재즈 풍으로 편곡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그 사건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 편하게 부를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발매된 미니앨범 '아무 말 없이'의 첫 곡 'Present'는 유일하게 본인이 작곡한 곡이 아니다. 수록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바람'의 코드와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연주곡을 만들고 싶어서, 피아니스트 김현정에게 작업을 부탁했다. 그에게 선물 받은 곡이라 제목도 선물이라는 의미에서 'Present'로 지었다. 그런데 선물이 아닌 현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더라(웃음).

수록곡 중 '바람'은 편곡이 담백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ㄴ'바람'은 스무 살 때 만든 곡이다. 오래 전부터 밴드 셋으로 합주를 정말 많이 했는데, 정작 편곡이나 녹음에 있어서는 항상 애매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곡을 미니앨범에 수록했으면 좋겠다는 회사의 권유에 곡 작업을 시작했는데, 일정 탓에 다소 바쁘게 작업을 진행했다. 담백하지 않은 느낌으로 발매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악기가 밴드 셋으로 들어갈 거라면 스트링 편곡 등을 통해 꽉 차 있는 느낌을 확실히 살리던지, 아니면 아예 구성을 간단하게 해서 집중도를 높이면 좋았을 텐데 이도저도 아니게 애매한 느낌이다.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게 편곡돼서 아쉽다.

 

   
 

그렇다면 최영태가 생각하는 '좋은 노래'는 무엇인가.
ㄴ주제가 확실하고 완성도 있는 곡이다. 곡의 구성이 소박하든 화려하든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확실하고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완성되어, 듣는 이에게 와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노래는 하나의 원석과도 같다. 곡을 부르다보면 멜로디나 편곡이 매번 바뀌는데, 이 과정이 마치 원석을 세공하는 과정과 같다. 물론 쏟는 시간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곡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이게 최선이다' 싶을 때 나 자신도 다른 사람도 만족할 수 있는 곡이 나오는 것 같다. '범위' 앨범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합이 잘 맞아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바람', '끝나가네' 등의 신곡 티져 영상은 곡과 정반대로 코믹한 분위기더라.
ㄴ'바람'과 '끝나가네' 모두 잔잔하고 감성적인 곡들이지만 티져 영상은 곡의 키워드만 따와서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봤다. '바람'은 강한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는 코믹한 상황들을 보여주고, '끝나가네'는 급하게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는 '끝나버린' 상황을 내가 직접 연기했다. 열심히 연기도 하고 재밌게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적어서 아쉽다(웃음).

 

▲ '아무 말 없이' 뮤직비디오.

'아무 말 없이' 뮤직비디오의 콘셉트가 궁금하다.
ㄴ세상을 떠난 옛 연인과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서스펜스를 통해 독특하게 풀어낸 뮤직비디오다. 옛 연인과의 좋았던 기억을 회상하지만, 이젠 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집착까지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냈다. 뮤직비디오를 자세히 보면, 주인공이 죽은 연인의 시체를 방에 함께 두고 있다는 것을 연상할 수 있는 장치가 숨겨져 있다. 촬영감독님이 처음 제안해주신 콘셉트고, 그 속의 서스펜스가 신선해서 재밌게 촬영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내 연기가 어색해서 아쉬웠다(웃음).

현재 총 80곡을 노래하는 '프로젝트 80'을 진행하고 있다.
ㄴ저희 회사의 프로듀서인 로빈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곡씩 업로드해서 총 80일간 80곡을 소개하는 음악여정으로 시작했는데, 콘텐츠의 퀄리티를 고려해서 80곡을 선보이는 것으로 변경했다. 사실 숫자가 80인 이유는 딱히 없다(웃음).

현재까지 플루토 뮤직 공식 유튜브 계정에 5곡이 업로드된 상태다. 김광석의 '기다려줘'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기존에도 즐겨 부르던 감성적인 옛날 노래 위주로 소개했다. 5월부터는 두 개의 앨범 작업을 진행하느라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있었는데, 팬들과 약속한 프로젝트인 만큼 9월부터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내가 옛날노래를 많이 하다 보니, 딘(Dean)과 같이 알앤비적인 요소가 섞여있는 음악도 불러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연습해서 꼭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슈퍼스타 K' 출연 당시와 지금 보컬에 많은 차이가 있다. 음색을 잡는 데 있어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ㄴ'슈퍼스타 K' 때는 그저 내 느낌대로 불렀다면, 이후 보컬레슨을 받고 정식 녹음도 진행하면서 기본기가 생기고 목소리의 톤도 잡혔다. 현재는 곡의 성격에 맞게 목소리의 톤을 다르게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범위'같은 곡은 누가 들어도 여자가 부른 줄 알 것이다. 이 곡은 멜로디의 특성상 강하게 부르면 약간 트로트 같은 느낌이 나서, 최대한 흘려보내듯 편안하게 불렀다. 곡의 색깔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서, 그에 맞게 음색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로 발매된 앨범의 '듣고 있다면'에는 객원보컬이 참여하기도 했다.
ㄴ'듣고 있다면'이 정말 좋은 곡인지라 욕심이 앞서서 이런저런 편곡을 다 해봤다. 그러다보니 곡의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지고 급기야는 산을 넘고 있더라(웃음). 보컬로 참여해준 유진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다보니, 잘 불러줬는데도 오히려 감정이 덜 묻어나온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녹음을 진행하고 싶다.

 

   
▲ '메리 크리스마스' 앨범커버.

첫 음원인 '메리 크리스마스'는 이후의 곡들과 비교했을 때, 상반된 분위기를 가진 노래다.
ㄴ'메리 크리스마스'는 21살 때 쓴 곡이다. '발매 이유는 4년간 제대로 된 여자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곡 설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실연을 당해서 발매한 음원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나 명절, 생일과 같은 날이 기쁘고 즐거운 날이라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모두가 기뻐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더 외로워지지 않나. 그래서 즐겁지 않은 캐롤을 만들고 싶었다. 후렴구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멜로디 훅이 먼저 떠올랐고, 여기에 가사를 붙여서 완성했다.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사실 '메리 크리스마스'처럼 차갑고 무미건조한 분위기의 곡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곡들은 가끔 나오는 편이고, 나는 주로 금속의 질감이 느껴지는 차가운 분위기의 음악을 쓰고 있다. 10곡 중에 8곡은 차가운 느낌의 밴드음악이다. 지금은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강렬한 음악이 재밌고 좋더라. 밴드음악 특유의 다이나믹한 진행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뛴다.

발표된 곡은 대부분 어쿠스틱 음악인데 의외다.
ㄴ내 음악적 정체성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밴드음악이다. 어쿠스틱한 음악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은 최영태의 음악세계에서 일부분일 뿐이다.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감성적인 어쿠스틱 음악부터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은 록이다. 다음 앨범은 새롭게 팀을 꾸려 밴드음악으로 내고 싶다. 내가 쓴 곡들 중에서도 좀 더 아끼는 노래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이전에도 '최영태와 쩌우들'이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한 적이 있다. 이 이름을 그대로 가져갈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팀을 새로 꾸려 9월부터는 밴드 구성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보일 최영태의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
ㄴ록 중에서도 사이키델릭한 밴드음악이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퇴폐적인 느낌, 뮤즈(Muse)의 차가운 분위기,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의 몽환적인 색깔을 섞은 음악이랄까.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색깔을 나만의 방식으로 녹여내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최영태의 음악을 들을 때 유념하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ㄴ각자의 드라마, 각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어떤 곡이든 누구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그래서인지 노래 속에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듯한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 싶다. 그래서 가사를 쓸 때 최대한 함축적으로 간추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멜로디가 진행되고 곡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느끼고 각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음악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ㄴ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싶다. 밸리, 포트, 민트 같이 예쁜 이름 들어간 페스티벌이 많지 않나(웃음). 페스티벌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관객으로 많이 찾는 편인데, 공연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나도 무대에 올라 수많은 관객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싶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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