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잭더리퍼'의 앤더슨, 조성윤 배우를 만났다.

뮤지컬 '잭더리퍼'는 영국 런던을 공포에 몰아넣은 살인마 '잭더리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살인마 '잭' 역에는 이창희와 테이가, '잭'과 거래를 하는 위험한 외과 의사 '다니엘' 역에는 류정한, 엄기준, 카이가, 코카인에 중독된 강력계 수사관 '앤더슨' 역에는 김준현, 조성윤, 박성환이 출연한다.

또 돈과 특종을 쫓는 기자 '먼로' 역은 정의욱과 김대종이, 런던 최고의 매력녀 '글로리아' 역에는 김예원과 김보경이, '앤더슨'의 옛 연인 '폴리' 역에는 정단영이 출연한다.

일본에서도 화제를 일으켰던 뮤지컬 '잭더리퍼'는 특정한 인물을 타이틀로 내세운 작품답지 않게 여러 인물의 감정과 시선을 오가며 긴장감 넘치고 쫀쫀한 수사극 형식을 통해 관객을 1800년대 런던의 한복판으로 데려온다.

작품의 스토리텔러 역을 맡은 코카인 중독 강력계 형사 '앤더슨' 역의 조성윤을 만났다. 말이 적다고 알려진 그였지만, '잭더리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면 작품에 대한 깊은 생각이 느껴졌다.

바쁜 스케쥴 가운데 짬을 내 만났지만, 피곤한 얼굴에서도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본 인터뷰는 뮤지컬 '잭더리퍼'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다. 조성윤 배우가 생각하는 앤더슨 형사는 어떤 '앤더슨'인가.

ㄴ 첫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다(웃음). 저나 연출님 생각이 비슷하지 않을까. 염세주의자고, 시대적 배경이 앤더슨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라거나.

보통은 다른 캐스트와 비교하겠지만, 본인의 생각이 궁금했다.

ㄴ 제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생각은 인물이 가진 연민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페이소스를 고민했다.

수염은 작품 때문에 기르고 계시는지.

ㄴ 맞다. 이렇게 많이 날 줄은 몰랐다(웃음). 자르고 싶다.

10월까지 쭉 기르셔야 할 텐데… 마지막 티켓 오픈에는 회차가 적어서 아쉽다.

ㄴ 계약한 회차가 있어서다. 다른 스케쥴 상 빠지는 것은 아니다.

   
▲ ⓒ쇼홀릭

앤더슨을 보면 무대 위에서 담배를 피고 마약을 한다. 굉장히 리얼하다는 느낌인데 어떤 것을 참고했는지.

ㄴ '잭더리퍼'를 소재로 한 영화나 자료가 많다. 다큐멘터리라거나. 그런 것을 다 찾아봤다. 조니 뎁이 연기하는 장면도 있더라. 마약 장면의 경우 영화를 많이 참고했다.

마약을 해볼 수는 없을 텐데 잘 연기한 것 같은지(웃음).

ㄴ 사실 잘 모르겠다. 극도로 좋은 느낌. 극도로 안정된 느낌.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코의 점막에 붙이는 코카인의 경우 5초 안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고, 호흡도 달라지고, 집중력이나 뇌를 쓰는 budget이 달라진다더라. 그런 것을 참고했다. 직접 해본 게 아니다 보니 사실 이거야말로 '연기'다.

   
▲ ⓒ쇼홀릭

'잭더리퍼'에서는 앤더슨이 시작과 끝을 담당하며 극의 전개를 이끌어간다. 앤더슨은 공연 내내 어둡고 힘든 감정을 끌고 가야 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ㄴ 그렇다. 여느 작품이라면 뭔가 시작과 함께 빌드업 해가는 작품이 많다면, '잭더리퍼'는 오프닝과 엔딩이 연결돼 있기에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많이 끌어올려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첫 장면이 가장 힘들지만, 빌드업이 된 뒤부터는 오히려 마지막까지 끌고 가기엔 수월하다.

하긴 오프닝에서 앤더슨의 감정이 너무 격양돼서 '왜 저렇지' 싶다 엔딩에서 '아 저래서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느낌이다.

ㄴ 그런 플롯 때문에 영화 하시는 분들이 '영화 같다'고 하시는 것 같다. 저는 영화를 배우거나 하지 않아서 사실 잘 모르겠지만, 영화 하셨던 분들이 공연을 보시면 '영화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 폴리 역의 정단영 배우 / ⓒ쇼홀릭

'잭더리퍼'는 배우에게 다 해보라고 맡긴다기보단 플롯이 확실히 극을 이끌어가고, 절제미 있게끔 보여주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폴리와의 로맨스도 극 중에선 몇 씬 안 되지만, 넌지시 던지는 대사 몇 마디로 둘의 과거나 어떻게 서로를 생각하는지가 전해져 온다.

ㄴ 이 작품이 그런 게 매력인 것 같다.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프닝을 보면 '이게 뭐야?' 싶게 설명이 없고, 뒷부분에서도 그렇다. 폴리와의 로맨스도 상상만 되지 않나. 옛날에 어땠고 왜 헤어졌으며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를 직접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관객에게 열어준다. 관객들이 잘 소화해주시고 봐주셔서 좋은 말씀을 주시는 것 같다.

그럼 공연에서 보이지 않는 폴리와의 전사를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ㄴ 그냥 어렴풋하게 그 시대를 생각해봤다. 영화를 참고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개봉한 '레전드 오브 타잔'도 비슷한 배경이더라. 우선 '폴리는 왜 창녀가 됐을까?' 부터 시작했다. 그다음은 '나는 왜 염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물론 시대적 배경을 완벽히 이해하고 인물의 정서를 100%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보니 이래서 둘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구나. 서로의 존재를 멀찌감치서 지켜봤겠구나 싶었다. 지금의 사랑보다는 돈, 코카인. 코카인도 결국 돈이니까. 그런 감정을 막연히 생각해 봤다.

주인공인 다니엘과 글로리아는 너무 특이하고 지독한 사랑이다. 죽어가는 연인을 살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오히려 앤더슨과 폴리는 현실적인 관계라 몰입이 잘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앤더슨이 오히려 '잭더리퍼'에서 유일한 정상인에 가깝지 않나 싶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뭔가 하나에 확실히 미쳐 있지만, 앤더슨은 중간중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ㄴ 각자 미쳐있는 부분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또 캐릭터가 말하고 싶은 부분도 명확히 느껴진다. 그렇지만 앤더슨이 정상처럼 느껴지는 것은 플롯의 힘이라고 본다. 가만 보면 앤더슨도 많이 미쳐있다. 마지막에 보면 사건을 덮지 않나. 폴리를 죽인 살인자가 낭만적인 살인마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 사건을 덮어버린다. 사건 보고서를 쓰면서도 계속 환청을 듣고, 그러다 다시 보고서를 태워 없애고 밖으로 나간다. 그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에서 저는 '앤더슨이 앞으로 어떻게 살까?'란 의문이 들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사건을 덮고 그런 비주얼로 나가진 않았을 것 같다. 마지막의 미장센은 조금 의문스러웠다. 원래 사건에선 11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선 5명만 죽는데 그럼 나머지 6명은 누가 죽인 것인지. 연출님께 물어보기도 했다. 저에게도 마지막 미장센은 남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말씀하신 것처럼 앤더슨의 작품 이후를 더 상상해보기도 했나.

ㄴ 많은 상상을 했다. 6명을 내가 죽인 것은 아닐까. 아냐 그건 아니겠지. 그 사건과 관계 없이도 앤더슨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마약에 찌들어 죽었을까. 아마 그 상태로 나간다면 마지막에 다니엘을 죽이고 나서 부른 멜로디가 계속 들려올 텐데, 사람이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

'잭더리퍼'의 극 중 진행을 보면 먼로와 앤더슨의 버디물 같은 느낌도 난다.

ㄴ 연출님은 그렇게 되길 원하셨지만 저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먼로와 앤더슨이 쿵짝쿵짝 해서 사건 수사의 결과물을 짠! 하고 내놓는 걸 원하셨다. 그러나 둘의 목표는 같아 보이지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서로를 조금씩 이용만 할 뿐 진짜 같은 목표는 아니지 않나.

   
▲ 먼로 역의 정의욱 배우 / ⓒ쇼홀릭

먼로의 경우 마지막에 그 목적을 드러내기도 한다.

ㄴ 맞다. 저는 그래서 앤더슨을 연기할 때 먼로와 앤더슨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간다는 걸 인지하고 싶다. 조심스럽지만 둘이 정말 웃고 잘 맞고 그런 느낌은 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진행되면 극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긴 하겠다.

ㄴ 연습할 때 그렇게 해본 적도 있다. 근데 잘 연결이 안 되더라. 먼로가 막 사진을 여기저기 찍지 않나. 그걸 앤더슨이 먼로에게 찍으라고 시키고, 다니엘이 막으면 찍지 말라고 했다가 다시 몰래 가서 찍으라고 부추기고. 그런 식으로 해봤는데 뒤랑 연결이 전혀 안 됐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자칫하면 그냥 화만 내다 끝나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감정이 다소 절제되고 눌러놓는 캐릭터다. 다른 캐릭터들은 중간에 어느 정도 웃음을 주거나 가벼운 장면도 있는데 앤더슨은 극 내내 혼자 있는 느낌이다. 다른 캐릭터나 배우들과의 케미는 어떤지.

ㄴ 케미라고 한다면 앤더슨은 그런 게 특별히 없긴 하다. 먼로와 버디가 되거나 폴리와 어떤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진 않으니. 배우들과의 케미는 무척 좋다. 선배님들 항상 공경하고. 늘 오시면 깍듯이 먼저 인사드린다(웃음). 김예원 배우 빼곤 제가 막내다. 막내로서 열심히 하고 있다.

   
▲ 폴리 역의 정단영 배우 / ⓒ쇼홀릭

정단영 배우와는 어떤가. 원 캐스트인데 연기하기 좋겠다.

ㄴ 맞다. 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배우가 한 명이니까. 여러 배우가 있으면 호흡이 바뀌거나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단영이 누나는 한 명이라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다.

먼로 역의 두 배우와는 어떤가.

ㄴ 너무 좋다. 두 분 다 너무너무 편하다. 대 선배님들이라 제가 의지하고 편하게 연기해도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주신다.

   
▲ 먼로 역의 김대종 배우 / ⓒ쇼홀릭

담배 피우는 장면에서 피우는 담배는 뭔가. 입장할 때 보니 '흡연 장면이 있어 객석에 냄새가 갈 수 있으니 유의바란다'고 하더라. 저는 낯설었다.

ㄴ 금연초라서 냄새가 더 역하다. 옛날에는 극장에서 무대에 필요하다면 담배도 많이 피우고 했다. 몇 년 전부터 큰 건물에서 흡연이 금지되면서 바뀌었는데 저는 그런 세대가 아니라 낯설지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막 객석에 플래시도 쏘고(웃음). 좋아하는 캐릭터와 넘버가 있다면.

ㄴ 앤더슨을 가장 좋아한다. 대본을 읽으면서 가장 연민이 느껴졌다. 넘버는 '회색도시'를 좋아한다. 극 시작 후 몇 번째인지 세봐야겠지만 코카인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범죄를 잡고 싶어 하는 장면이다. 그 상황에서 나오는 '회색도시'의 가사가 굉장히 철학적이다. 나는 정말 뭘 잡고 싶은 걸까? 단순히 '범인을 잡고 싶어 난!' 이런 게 아니라 난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나. 내 목표는 무엇이며 그에 따른 갈등에 대해 끊임없이 노래하기에 인물이 가장 잘 표현되는 넘버라고 생각한다. 넘버가 몇 개 없는데 오히려 넘버마다 앤더슨이 뭘 말하고 싶은지가 명확히 보인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게 아니라 말을 하는 것 같은 노래들이라서 '회색도시'나 '이 도시가 싫어' 등등 무척 좋아한다.

   
 ▲ 뮤지컬 '삼총사'

전작 '삼총사'에서 많은 배우와 함께 넘어왔다. 박성환 배우와는 둘 다 아라미스 역을 하고 앤더슨 역으로 넘어왔는데 두 캐릭터의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ㄴ 공통점이랄게 있는지 모르겠다. 둘 다 외국사람. 유럽사람(웃음). 연출님이 저를 캐스팅했을 때 아라미스 연습하는 것을 보고 앤더슨 역에 대해 확신을 하셨다고 들었다. 둘이 너무 다른 캐릭터라서 저는 잘 모르겠다.

조성윤의 아라미스는 어떤 아라미스였나.

ㄴ 대본에 나온 아라미스와 뒤마의 소설이 너무 달랐다. 원작에선 오페라 가수가 아니라 성직자고, 총사대는 잠깐 알바 같은 거였고, 라틴어도 잘해서 논문까지 쓰는 캐릭터다. 그래서 여자들이 끊임없이 붙고. 또 그 당시에는 결혼한 여자를 유혹하는 게 너무 흔한 일이고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러나 이런 부분이 뮤지컬로 옮겨지며 많은 부분이 삭제되고 오페라 가수라거나 여자를 밝히고 좋아하는 성격이 생겨났다. 이것들을 잘 섞어봤다. 할 거면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자를 밝히려면 더 밝혀야 하고. 그래서 지금까지의 아라미스와 달리 조금 더 나간 캐릭터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자 밝히는 아라미스(웃음).

아라미스는 오페라 가수였다. 굉장히 고난도의 넘버를 소화하기도 하고, 본인의 노래 실력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ㄴ 뮤지컬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느꼈다. 노래에 따른 기술이나 훈련도 필요하지만, 결국엔 '말'이다. 어떤 사람이 이 노래를 더 말처럼 하는가에 따라서 퀄리티가 정해지는 것 같다. 대극장에선 작품마다 느낌이 좀 다를 수는 있다. 시원한 노래를 듣고 싶은 관객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가창력, 성량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제 생각에 뮤지컬의 노래는 멜로디가 아니라 가사를,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연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 노래에 자신 있다 없다. 잘 한다 못 한다기보단 평생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목소리가 좋으신데 성우나 라디오 DJ 같이 연기 외적 분야도 욕심이 나시는지.

ㄴ 전혀 없다. 연기 하나만 하기도 힘든데 다른 걸 하기엔 벅차다.

개명하셨는데 이번 이름에 특별한 뜻을 담으셨는지.

ㄴ 예명이다. 개명한 것은 아니고 밝고 윤택하게 살자는 의미에서 예명을 쓰는 거다.

이름이 불길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바꾸셨단 이야기를 들어서 개명하신 줄 알았다.

ㄴ 사실이다. 우연히 세 번 정도 서로 다른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좀 그렇더라.

이전 인터뷰를 보니 뮤지컬 외의 다른 매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단 뜻을 내비치셨다.

ㄴ 아직 도전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잡아줘야지 제 혼자 결정으론 안 된다. 시켜만 주신다면, 기회만 된다면 도전하고픈 마음은 여전하다. 언젠간 기회가 닿을 거라 생각한다.

오디션 도전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했는데 아쉽다.

ㄴ 없다. 전혀 없다. 다음 작품도 아직 없다.

   
 

그동안의 작품을 쭉 훑어봤는데 '편식 없는 배우'란 느낌이다. 그렇지만 대극장, 소극장, 창작, 라이선스도 가리지 않고, 아라미스와 앤더슨처럼 캐릭터도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해왔다.

ㄴ 오해가 있다. 저는 편식 엄청 한다. 하지만 첫 번째는 제게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웃음). 어떤 시기엔 과하게 오거나 전혀 없을 때도 있다. 저 같은 배우들이 가진 고민이지 않을까. 많이 들어올 땐 6, 7개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럴 때야 선택을 하지만 평소엔 거의 없고 우선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냥 들어오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고 싶은 것'은 어떤 작품인지.

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제게 이해돼야 한다. 제게 이해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그래서 뭘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인데?'라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올라서 큰 인기를 얻고. 제 기준은 제가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이 작품은 지금 이걸 이야기해야겠지' 라고 확신이 드는 작품을 한다.

앙상블부터 다양한 작품을 '열일'해오셨다. 무대에 설 수 있던 원동력은.

ㄴ 잘 모르겠다. 지금도 신인이지만 앙상블하고 '김종욱찾기'로 데뷔하던 더 신인일 때랑은 느낌이 달라진 것 같다. 뭐라고 정리해서 말하긴 어렵다. 그때야말로 정말 주어진 것을 하는 시기였다. 내게 들어오는 작품, 내가 오디션 볼 수 있는 작품. 그러면서 끊임없이 다음 작품, 다음 작품하고 고민하다 '셜록 홈즈'란 작품을 한 이후부터 제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졌다. 그러면서 더 쉬지 않고 더 작품을 하게 됐다. 드라마 '맏이'를 찍었을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 쉰 시기다.

   
▲ ⓒ쇼홀릭

드라마 때문에 작품을 쉬신 것인지.

ㄴ 드라마를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있다. '좀 더 해볼걸'이란 마음도 있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그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물리적으로 기간과 촬영에 소모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열두시간 대기해야 하고 다른 배우들과 스케쥴 맞추다 보면 매일 밤새야 하고. 그런 것에 비해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그보단 크지 않았다. 작가님이나 여러 사람을 얻은 것은 매우 크지만, 그 외의 것은 좀 아쉬움이 남았다.

앙상블부터 시작하며 두루두루 경험해오셨다. 미래의 조성윤을 꿈꿀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ㄴ 미래의 조성윤을 꿈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웃음), 굳이 하자면 요즘 친구들이 무척 똑똑하다. 아는 것도 많고, 정보도 빠르고. 그런데 예전 선배님들도 저를 보며 말했겠지만, 밀도가 부족하단 생각이다. 막연한 느낌이지만 꾸역꾸역 말해보자면 사는데, 뭔가를 할 때 작은 거라도 밀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성공하고 기뻐할 때보다 실패하고 좌절할 때가 훨씬 많다. 그런 점을 버티려면 그 '밀도'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조성윤 배우도 출연한 작품보다 출연하지 못한 작품이 훨씬 더 많은가.

ㄴ 맞다. 훨씬 많았다. 누구나 겪은 일이 아닐까.

   
 

이전 인터뷰에서 돈 받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연기하겠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십수만 원의 푯값이 드는 뮤지컬이야말로 '돈에 대한 책임감'이 큰 장르다. 그 책임감을 만들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ㄴ 당연하다. 내가 돈을 내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니 많은 책임이 따른다.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십만 원씩 돈을 내고 작품을 본다는 것.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또 반대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배우들이 돈에 대한 큰 부담감을 느끼고 '이들의 돈 낸 값어치를 사수해야 돼!'라고 생각하며 무대에서 연기하면 연기의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부담감은 연습할 때나 평상시에 내가 가져야 할 마인드라 생각한다. 관객과의 신뢰를 계속 쌓아야 하고, 돈이 아깝지 않은 연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지만 계속 1년, 2년, 한 작품, 두 작품 통해 쌓아야 한다. 이런 책임감과 존경심은 너무나 당연한, 베이스라고 생각한다. 입이 마르고 닳도록 팬들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하고 싶다. 그들이 있어서 무대도, 배우도, 극장도, 음악도 존재하지 않나.

2008년 데뷔했지만 아직도 신인이라고 자칭하는 배우. 조심스럽게, 하지만 해야 할 말을 확실히 하는 배우. 그가 보여줄 앤더슨이, 앞으로가 기대된다. 뮤지컬 '잭더리퍼'는 10월 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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