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순재가 28일 오후 아르코예술극장 3층 스튜디오 다락에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연습 시연을 하고 있다.

[문화뉴스]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순간에 우뚝 설 수 있지만, 그게 정지되고 완성된 자리는 아니다. 개인의 판단이지만, 연기의 완성은 없다. 끝은 없다고 본다. 그 보람으로 공연한다."

 
한결같이 겸손함과 절제의 미덕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연기 열정을 놓지 않은 배우 이순재가 연기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친다.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12월 13일부터 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희곡의 거장인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1949년 초연 발표 이후, 연극계 3대상인 퓰리처상, 연극비평가상, 앙투아네트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작품이다. 평범한 개인 '윌리 로먼'을 통해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의 잔해 속에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을 담았다. 여기에 자본주의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인간성 회복을 호소하며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공연은 원작 그대로가 무대에 구현되길 바라는 이순재 배우의 뜻으로 2시간 40분에 걸쳐 공연이 진행된다. 그가 '원 캐스트'로 연기하는 분량은 580마디로, 젊은 배우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다.
 
28일 오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박병수 연출을 비롯해 한 가족의 가장 '윌리 로먼' 역의 이순재, '윌리'의 아내인 '린다 로먼' 역의 손숙, '윌리'의 첫째 아들 '비프' 역의 김기무, 이무생, '윌리'의 둘째 아들 '해피' 역의 유정석, 라경민, '윌리'의 친구 '찰리' 역의 맹봉학, 김태훈, '윌리'의 형 '벤' 역에 이문수가 참석했다. 연출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연과 이순재의 '연기인생 60주년' 의미를 살펴본다.
 
   
▲ (왼쪽부터) 배우 라경민, 유정석, 맹봉학, 손숙, 이순재, 연출 박병수, 배우 이문수, 김기무, 김태훈, 이무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이순재 : 햇수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 연기를 하다 보니 60년이 됐다. 옆에 있는 주변 사람들이 따져줘서 60주년인 걸 알았다. 일종의 권고 때문에 행사가 진행됐다. 공연하면서 조그맣게 '60주년 기념'만 붙이자고 한 건데, 일이 커졌다. 한쪽으론 대단히 송구스러운데, 손숙, 이문수, 맹봉학 선생에게 출연 제의를 간청했는데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큰 힘을 받는 것 같다.
 
이 작품은 1978년 처음 현대극장에서 故 김의경 선생님의 주도로 연기했다. 너무나 어려운 작품이었다. 40대니까 이 작품을 해야 할 연령과 비슷하지만,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부족한 점이 있었다. 여기에 2000년엔 드라마 '허준'을 끝내고 공백기가 조금 있어서 오랜만에 공연하게 됐다. 또한, 2012년에 우리식으로 번안한 '아버지'를 했었다. 창작극도 하면 좋았을 텐데, 늙은이가 주역으로 한 작품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원작 중심으로 제대로 하자고 해서 해보려 한다. 2시간 40분 정도의 공연 시간인데, 놓쳤던 것들과 표현에 부족한 것을 보완해 원작에 충실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
 
여기에 손숙 선생이랑 평생 같이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별로 없었다. 나는 TV에 바빠서 연극을 별로 못했는데, '사랑별곡'에 이어 이 작품을 같이 해서 큰 힘을 받고 있다. 이문수 선생은 '벤'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꼭 해달라고 했다. 젊은 친구들은 내가 세종대학교에 있을 때 가르쳤던 제자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참가해 고맙게 생각한다. 그 외에 제자들도 많은데, 여러분이 스스로 참석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 작품을 다신 앞으로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 배우 손숙(왼쪽)과 이순재(오른쪽)가 '사랑별곡' 이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사랑별곡'에 이어 바로 다음 작품을 통해 이순재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ㄴ 손숙 : 옛날부터 '세일즈맨의 죽음'을 하고 싶었고, 여러 번 기회도 있었다. 여배우라면 탐나는 역할이기도 했다. 이순재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굉장히 친하다. 가족 같은 분인데, 한 무대에 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올해 이상하게 두 작품을 연달아 해서 굉장히 기쁘다.
 
'사랑별곡'에선 내가 죽었는데, 이번에는 영감님이 돌아가신다. (웃음) 60주년이라니까 함께 참여하게 되어 행복하다. 한가지 놀란 것이 있다. 배우가 나이든 게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80이 넘으셨는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시냐였다. 나도 내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이순재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그게 감사하신데, 80주년 공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때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이문수 배우는 '벤'을, 맹봉학 배우는 '찰리'를 소화한다.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이문수 : 대선배의 행적을 기리는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내가 누를 끼치지 않겠느냐는 염려도 앞서고 있다. 그래서 어느 공연보다 더 맹렬히 연습에 임하고 있다. 특별히 이순재 선생님께서 뽑아주셨다니 그 뜻에 부응하는 의미로 열심히 하겠다. 
 
맹봉학 : 이순재 선생님과 30년 차이 나고, 후배 연기자와도 20~30년 차이가 난다. 젊어 보이지만, 50대가 넘었다. (웃음) 내가 중간에 있는 역할이다. 안타까운 친구를 감싸는 역할로 출연하는데,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연극을 하는 후배들에게 영광이다. 손숙 선배, 이문수 선배님도 있어서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하려 한다.
 
   
▲ 맹봉학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어떻게 작품을 연출하고자 했나?
ㄴ 박병수 : 내가 이 작품 연출을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순재 선생님이 마지막 '세일즈맨의 죽음'이라고 말씀하실 때, 가슴이 울컥했다. 10년 전, 30대 초반이었을 당시 선생님을 모시고 조연출로 '바냐 아저씨' 일본 공연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직접적인 제자가 아니어도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영광스럽게 선생님의 연기 60주년 공연을 연출하게 됐다. 60주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번이라도 선생님과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손숙, 이문수 선생님도 계시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자리라고 생각하겠지만, 행복한 자리라고 본다.
 
이런 선생님들을 모시고 좋은 극장에서 평생 어떤 연출이 작업해 볼 수 있을까? 100명의 연출가가 있다면 1~2명 정도가 이 정도 극장에서, 이 정도 라인업에서 공연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운이 좋은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철저하게 이순재 선생님과 말씀을 같이 나눴다. 선생님께서 배우 중심으로 가고 싶어 했고, 이 작품은 나 역시 철저하게 배우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석 단계에서도 원본을 가져와 만약 어렵거나 분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선생님과 함께 분석했다. '윌리 로먼', '린다 로먼, '비프', '해피', '찰리', '벤' 등 모든 캐릭터가 원작에 가깝게 하려고 했다. 한국어로 바꾸면서 문제가 된 부분도 있지만, 그런 노력이 있기에 이런 공연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2시간 40분 공연 그대로 간다.
 
삭제가 거의 없고, 몇 장면만 드러냈다. 원본을 보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이 공연을 많이 했지만, 2시간 정도로 축약하거나 많은 부분이 삭제되거나, 번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원본으로 배우 중심의 맛 살려보는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게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다행히 1막 끝나고 20분 쉬신 후에, 1시간 30분을 달려간다. 충분히 쉬시고 보실 수 있어서 관람할 수 있다고 본다. 12월 초에 광주에서 공연하고, 13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데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배우 중심의 예술이 뭔지 고민하고 고민한 작품이다.
 
   
▲ 이순재 배우의 제자인 김기무(왼쪽)와 이무생(오른쪽)이 작품에 출연한다.
 
이순재 배우의 제자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ㄴ 김기무 : 10년 전,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다. "너는 귀공자 빼면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할 수 있으니 버텨라"였다. 버티다 보니 선생님과 한 공기를 마시면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온 것 같다. '비프'는 큰아들 역할로, 아버지, 어머니에게 소리도 많이 지르는 망나니 같은 모습이다. 감히 연기하는 젊은 배우가, 국민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소리 지를 수 있는 역할을 얼마나 해보겠는가? 원 없이 두 달째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무생 : 2000년에 '윌리'를 하실 때 나는 공연을 보러 갔다. 고등학교 수능 끝나고였을 것이다. 그때는 선생님 제자는 아니었고, 제자가 될지도 몰랐다. 나는 '비프'를 연기하는데, 최선을 다해 선생님께 누를 끼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비프'는 지금 이 시대와 다르지 않은 캐릭터다. 흔히 '5포세대'라고 하기도 하고, '7포세대'라고도 한다. '비프'가 이들의 언저리에 있다. 자기의 꿈까지 버리는 세대가 '7포 세대'라고 하는데, '비프'만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유정석 : 1998년에 선생님을 처음 뵙고 워크숍을 했었고, 드라마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이후 9년 후에, 선생님과 드라마 '이산'에서도 같이 출연했다. 또 9년이 흘러서 선생님과 '세일즈맨의 죽음'을 하게 됐다. 앞으로 9년 후에도 선생님을 뵙고 싶고, 그사이에도 같이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 '해피'는 이름처럼 '해피'한 역할처럼 보이지만, 사회와 가정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역할이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선생님이 건강하신 상태로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희가 선생님의 60주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
 
   
▲ 유정석 배우가 '해피'를 연기한다.
 
라경민 : 선생님께 지도를 받은 건 학교에서 6~7년 전이다.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데리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지도해주셨다. 공연이 끝난 후 분장실에서 선생님이 "혹시 아쉽냐"라고 하셨고, 학생들이 "너무 아쉽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이라고 하니, 선생님께서 "프로가 되면 아쉬울 새도 없이 또 다른 무언가 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반성하고 바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60년 동안 연기 인생을 하셨는데, 배우의 길로 걸어가는 제자들에겐 영광스러운 말이라 생각한다. 영화나 방송은 카메라에 기억된다. 연극이라는 예술은 그 순간, 그날 오신 관객들의 마음에 기억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60주년을 관객석이 아니라 무대에서 그 호흡, 그 소리, 그 눈빛 그대로 몸이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60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보다, 배우 이순재 선생님의 희망찬 앞날을 축하하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으로 공연, 출판, 영상 제작의 활동을 하게 됐다. 어떤 의미인가?
ㄴ 김태훈 : 이순재 선생님의 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많은 연극인과 대학로에서 앞으로 연극을 지켜가야 하는 후배들이 지금 당면한 과제와 힘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경제적 고민도 있는데, 연극인들이 직종 중 소득 하위 30%라고 한다. 그런데 직업 만족도는 상위 20%다. 참 아이러니하다. 고민을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싶었다. 오디션을 보면서도 떨어지고, 작은 무대라도 서려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생각했다.
 
많은 선배 선생님도 계시지만, 이순재 선생님의 60년 연기 삶은 배우로의 영광과 인기뿐 아니라 경제적, 생계적 고민을 모두 거쳐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젊은 세대에게 나눠준다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12월 15일 공연을 앞두고, 출판기념회와 영상시연회가 열릴 예정이다. 단순히 한 분의 삶을 기념할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삶을 사는 젊은이들과 배우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했다.
 
   
▲ 김태훈 배우가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앞으로 언제까지 현역 배우로 남고 싶은지 들려 달라.
ㄴ 이순재 : 연극을 하면, 한 달 반에서 두 달 동안 연습 기간이 있으니 밥 먹듯이 암기하면 공연할 수 있다. 그런데 TV 드라마는 암기력이 떨어지면 못한다. 이게 힘들면 그만둬야 한다. 누가 되기 때문이다. 당일치기 녹화를 하는데, 5~6번 정도 NG를 내서 죄송하다고 하면 내가 판단했을 때 그만둬야 한다.
 
김태훈 : 사실 암기력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고전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이름이나, 예전 연극계에 있던 가물가물한 선생님 존함까지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

지난해 연말엔 '시련'을, 올해 연말엔 '세일즈맨의 죽음'에 출연한다. 두 작품 모두 아서 밀러의 작품이다. 이순재 배우에게 아서 밀러는 어떤 작가인가?
ㄴ 이순재 : 아서 밀러의 작품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번쯤은 경험 해야 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특히 우리 정서에 맞는다. 가족관계나 부부관계 등이 모두 동양적이다. 우리 한국 관객들도 선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고전들은 그 상징성이 상당히 앞서간다. 1978년도 할 때는 도시공해나, 환경공해 등 도시화 과정에서 개발 후에 오는 자연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세월이 갈수록 작가의 새로운 의지를 발견할 수 있는 게 고전이다. 상당히 심오한 내용과 의지가 있어서 자꾸 보고 반복해야 그때그때 발견하다. 여러 번 했으니, 이제 다 이해가 된다. 아서 밀러는 뭐니뭐니해도 미국을 대표하는 20세기 대표 작가다. 다 한 번씩 해볼 만한 작품이다. 
 
김태훈 : "Gee, Look at the moon moving between the buildings(빌어먹을 달이 빌딩 사이로 가고 있네)"라는 대사가 말이 안 됐을 때였다. 달이 평원이 아니라 빌딩 사이에 있으니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말인데, 당시에 그런 큰 빌딩이 어디 있겠는가. 환경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Gee'를 해석하신 선생님의 특유한 분석을 느낄 수 있다. 아서 밀러는 이러한 부분을 잘 그려낸 것 같다.
 
   
▲ 이순재 배우가 자리에 일어나 소감을 남기고 있다.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이순재 :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것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사람은 처절한 각오를 해야 한다.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순간에 우뚝 설 수 있지만, 그게 정지되고 완성된 자리는 아니다. 개인의 판단이지만, 연기의 완성은 없다. 끝은 없다고 본다. 그 보람으로 공연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야 하는 과정이 있어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나날이 후배들도 조건이 괜찮아지고 사회도 좋아질 것이라 본다. 문화융성이라는 이상한 정책 때문에, 공연예술계에 큰 데미지를 입는 문화말살이 이뤄졌다. 그건 그거고, 우리는 큰 의지를 갖추고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ㄴ 이순재 : 내년엔 영화 한 편을 찍게 된다. 드라마 한 편도 한다. 두 군데에서 공연하자고 하는데, 조건이 맞으면 할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 박병수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박병수 : 이 연극이 너무 많이 해석됐다. 20세기 최고의 연극이라고 해서 연출가나 학자들이 많은 해석을 했다. 그렇게 연극 공연을 해왔다. 이순재 선생님이 어떤 연출 방향을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 최근엔 특히나 자본주의 구조에서 무너진 생산요소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엔 한 인간이 다음 인간에게 물려줄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싶었다.
 
중요한 대사가 있다. '윌리'가 생면부지의 웨이터를 만나 이런 말을 한다. "이 근처에 씨앗 가게가 어디인가? 씨앗을 사야겠어. 내일이라도 묻어야겠다"라고 하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이 대사를 하시는 장면을 볼 때마다 뭉클하다. 아버지의 처절한 희망과 몸부림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조명과 음향을 당연히 거기에 맞춰간다.
 
대부분 비정한 사회에서 매장당한 '윌리'를 보여주지만, 이번 공연은 반대다. 다음 세대로 무엇을 전달할 것이냐다. '윌리'는 외판원이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따뜻하게 아들과 가족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갔고,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그것을 중점으로 '윌리 로먼'이 따뜻한 아버지였다는 것을 들여다보시면 좋겠다.
 
김태훈 : 프로덕션을 구미면서 이순재, 손숙, 이문수 선생님만 '원 캐스트'고 나머지 배우는 '더블'이다. 지방일정도 있어서 그렇기도 했는데, 다른 측면에서 워낙 선생님 후배나 제자들이 참가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분들이 다 참가하면 프로덕션 규모도 커지고, 자연스레 예산도 커져서 더블로만 구성했다. 12월 3일과 4일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아르코예술극장 공연 이후 내년 1월엔 지방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아시다시피 공연계가 사회적 이슈로 예매율이 저조하다. 이 작품으로 관객들이 연말과 신년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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