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리뷰] "사랑은 그치지 않는다" 영화 '윤희에게' 리뷰
  • 이솔 기자
  • 승인 2019.11.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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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고찰, 영상미가 돋보이는 '눈'을 활용한 배경과 차분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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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누구나 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가족, 이성, 그리고 친구간의 사랑까지, "인종과 성별 그리고 국경 등을 깨면서도 서로를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임대형 감독의 말은 비단 영화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생활에서도 접할 수 있다.

영화는 새봄을 비추며 시작한다. 학생인 새봄은 문득 엄마인 윤희가 왜 아빠랑 이혼했는지 궁금하게 생각했고, 그 이유를 찾으러 삼촌과 아빠를 찾아가 묻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애매하기만 하다. 한편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던 윤희는 반복되는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딸만 바라보고 살아간다. 이런 와중에 도착한 한 편의 편지, 하지만 그 편지는 새봄이 먼저 발견한다. 새봄은 이러한 편지를 보고, 지쳐있는 엄마를 위해 엄마와 친구를 재회시켜줄 겸 졸업기념 일본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주제, '사랑 그리고 순서'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는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랑에도 순서가 있다는 점을 영화 내내 보여주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갈고닦은 뒤에야 가정과 나라, 그리고 세상을 돌볼 수 있다'는 의미의 이 말은 유교의 선비정신적인 말을 강조하는 의미이다. 영화에서는 사랑의 순서를 설명하는 단어로 이 고사성어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윤희의 변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항상 딸을 생각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던 기차여행도 못가고, 별다른 취미도 없는 등 모든것을 딸 중심적으로 생각하던 윤희는 딸의 한마디 "나 서울 가면 여기 자주 못와"라는 말을 계기로 문득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장면들을 통해 감독은 누군가를 위한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넌지시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영화는 윤희와 새봄, 그리고 윤희와 쥰의 과거 등 다양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기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공유하는 주제는 '사랑'임을 영화의 각 장면마다 고스란히 넣어 놓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차분하고 드러나지 않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관객에게 보이는 장르인 만큼, 작은 영화적인 장치를 잘 이해하고 알아채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관객도 많다. 사랑도 마찬가지로,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저 단 한장면(물론 기차를 바라보는 장면도 있지만)만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변화의 계기이기 때문에, 이를 놓친 경우에는 왜 갑자기?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변하게 되는 계기를 주는 단서가 너무 연하다.

 

등장인물, '전형적인 우리의 이야기?'

딸만 바라보고 사는 윤희는 일반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사는 새봄이는 일반적인 고등학생의 모습을 그렸다. 또한 이혼한 아버지, 그리고 결혼을 거부하고 홀로 살아가고 있는 쥰의 모습 등 가지각색의 전형적인 인물의 모습이 나온다.

약간은 특이할 수도 있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혼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음에도 멀쩡하고, 오히려 엄마(윤희)에 대한 반항심보다는 엄마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새봄의 모습이 다소 이질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는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깊은 주제에 반해 경수라는 캐릭터는 아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봄의 '사랑'이라는 탐험을 돕고, 자신과 가족, 그리고 타인(정확히는 친구나 이성)에게까지 넓어지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등장인물인 것 같으나 실제로는 사랑의 힘과 성격을 보여주는 등장인물이었다.

순수하고 맑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일보다 더 힘쓰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주제와 어울릴 법 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전형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주제에 묻히는 감이 있었다.

 

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소품 및 무대,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랑"

주된 무대는 홋카이도(북해도)의 오타루이다. 홋카이도 자체가 북쪽 지역이라 눈(Snow)이 많이 오기도 하고, 도시보다는 자연이 주가 되는 관광지들이 많기 때문에 촬영지로도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논외로, 겨울에는 눈꽃축제가 있기 때문에 혹시나 눈꽃축제를 다루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아무튼, 사건을 진행하며 나루는 큰 사건들은 소품으로써 무대를 적절하게 꾸몄다. 쥰의 아버지의 죽음, 윤희와 새봄의 관계, 새봄과 경수의 관계 등 다양한 사건들이 눈이 오는 오타루라는 무대를 장식했다.

작중에서 눈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임대형 감독은 "'그리움' 으로 해석한분이 있다. 쌓여도 쌓여도 그리움은 끊임없이 다시 마음속에 살포시 찾아오는 것 같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맞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눈(Snow)은 그 외에도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눈(Eyes)으로 볼 수 있게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깨끗함, 순수함을 나타내기도 하며, 눈을 가지고 장난하는 윤희와 새봄의 씬에서는 다른 측면에서 해석을 할 수 있었는데, 눈(사랑)을 뭉쳐서 상대에게 던지기(주기)도 하고 마음속에 추억이라는 형태로 눈사람처럼 쌓아둘 수 있다는 사랑의 모습을 나타낸 씬이라고 보여졌다. 감독이 시각적인 사항을 얼마나 신경썼는지 볼 수 있는 소품이었다.

그 외에도 겨울이라는 쌀쌀한 날씨를 가족의 따듯함과 대비시키기도 하고, 대부분 남성들이 주가 되는 '목욕탕 씬'도 있는 것을 보면, 감독이 정말 성별,인종, 그리고 국경을 초월해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시각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시각적(눈)으로 힘 썼는지 볼 수있는 작품이었다. (다분히 '눈'이라는 언어유희를 노린 느낌도 받았다)

 

사운드, "눈꽃이 필 무렵"

무언가 사운드를 격정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영화 내내 차분한 분위기로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데, 이러한 분위기에 맞는 사운드를 활용했다. 사람이 웅성거리거나, 발소리가 나거나 하는 부분도 거의 없고, 영화 내내 백색소음과 유사한 사운드를 활용해 인물의 대사를 부각시키고, 일어날 일들에 대해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점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윤희와 쥰의 재회 장면에서 극적인 연출을 위한 사운드를 활용했으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 내내 고조시킨 긴장감을 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는데, 의도적인 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방지턱을 넘어가며 충격 완화를 위해 차량의 속도를 줄이듯 이러한 긴장감을 너무 차분하게 넘긴 부분이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출처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연기,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극중 등장인물이 대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대부분 행동과 흡연 등의 소품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기에 미묘한 표정연기와 행동, 그리고 추운 상황에서도 감정을 잘 드러내는 연기력이 중요했다. 이 사항에서는 비단 윤희와 새봄 뿐만 아니라 경수, 그리고 쥰 또한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쥰의 연기에서 더 좋은 감정을 드러낼 부분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쥰이 아버지 묘소에 방문해 성묘하고 돌아가는 장면에서, 차에서 내린 쥰이 무덤덤하게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는 아직 쥰이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 부분인데, 이 걸어가는 장면에서 무심한 표정과 대비되는 몸의 떨림 등 조금 더 추운 기색을 나타냈으면 이후 보여지는 고모와의 애틋한 장면이 더욱 대비되어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훌륭하다고 보인다. 추운 환경 속에서도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윤희와 새봄, 그리고 그 긴장감을 부분부분마다 해소시켜주는 경수의 연기는 '겨울 속의 봄'을 보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고민과 역량,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어쩌면 영화에서는 스크린을 넘어서 우리에게 '눈으로 만들고, 눈으로 보는 사랑'보다 더 많은 모습의 사랑이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 리뷰의 끝에서 "사랑은 그치지 않는다"고 답하고 싶다.

윤희와 새봄의 여정을 그리는 영화 '윤희에게'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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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사랑은 그치지 않는다" 영화 '윤희에게' 리뷰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고찰, 영상미가 돋보이는 '눈'을 활용한 배경과 차분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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