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현건(왼쪽)과 박리디아(오른쪽)가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사회를 진행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가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4관왕을 달성하면서 한국 연극 역사의 한 페이지가 막을 내렸다.

22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이라는 축제의 장을 화려하게 빛낸 또 다른 이가 있었다. 바로 사회자다. 영화계 시상식과 연말 방송계 시상식을 보더라도 사회자의 중요성은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시상식의 주인공을 더욱더 뽐낼 수 있는 사회자.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의 사회자는 내년 1월 '40캐럿 - 연상의 여자' 공연을 앞둔 배우 조현건과 최근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폐막작품인 '조용한 식탁' 무대에 섰던 배우 박리디아가 맡았다.

특히 박리디아는 과거 국내 여러 CF와 굴지 기업의 전속으로 활동할 정도로 뛰어난 모델 출신의 배우다. 대학교 1학년 때 프로극단인 '민중'에 들어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발탁되면서, 연극계에서 떠오르는 신데렐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1993년과 2002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로부터 우수연기상을 받으며 연기력도 인증받은 배우로 성장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다이나믹미디어학과 등 여러 곳에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열심인 박리디아. 그러나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무대 진행을 했지만, 연극 무대의 시상식에서 사회를 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모델 출신 연극 배우이기 때문에, 반쪽 인정만 받은 것 같았다"며 "이번에 사회자로 불러주시니 이제서야 연극인으로 인정받는 듯한 그런 느낌이 좋았다"고 사회를 하게 된 소감을 꺼냈다.

박리디아는 90년대 초반 KBS '전국은 지금' 등 KBS 교양제작국에서 3~4년 동안 MC를 진행한 바 있다. 영화인의 밤, 모델인의 밤, 안중근 평화 음악회 등 굵직한 행사를 진행했지만, 연극인의 밤(편집자 주 :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진행 후 연극인의 밤 행사가 이어졌다)을 맡은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는 고향에서 고향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잔치에 사회를 보게 된 것이 어떤 행사보다도 뜻깊었던 것 같다"며 "같이 진행하신 조현건 선배도 저와 같은 극단 민중에서 공연했던 선배님이다. 신기했던 것은 한국연극협회에서 MC 조합을 할 때 전혀 이렇게 친한 사이인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자들끼리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보니 진행하는데 심적인 부담감도 많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선배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내가 조금 채워주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선배가 채워주는 그런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진행에서 호흡을 이야기했다.
 

   
▲ 배우 조현건(왼쪽)과 박리디아(오른쪽)가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사회를 진행했다.

한편, 이번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빨간시' 작품으로 연기상을 받은 강애심 배우 역시 극단 민중 출신이었다. 그래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그녀는 전했다.

그녀는 "원래 진행을 하다 보면 내빈·귀빈·원로 분들의 명단이 빠질 때가 있다. 그러면 호명을 하지 못해 굉장히 예민해지고, 어떤 분들은 서운해하고 해서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원로 선생님들이 제가 사회 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제 저음이 신뢰감을 줬던 것 같다. 배우들이 모여있는 자리인 만큼 보이스톤, 발음이 상당히 쓰였는데 인정해주신 것에 감사했다"며 "원로 선생님들이 끝나고 손을 다 한 번씩 고생했다고 잡아주시는데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밝혔다.

박리디아는 이번 시상식에서 매끄럽고 무난한 진행을 했다. 신인연기상을 받은 임연주가 "예상치 못한 상을 받아서 사실 가족들이 와도 되는지 모르고 혼자 외롭게 왔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자 박리디아는 시상대를 떠나는 임연주에게 "가족들 없어도 저희 모두가 함께 가족이니 너무 외로워 마세요"라고 순발력 있는 멘트로 재치있는 사회를 보였다.

여기에 '죽기살기' 작품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권오현 연출이 소감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 "연출님이 저렇게 잘 생겨서 배우들이 기죽어서 어떡하느냐"고 재치 있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그녀는 이번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서울연극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시상식은 최근 '서울연극제'가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의 2015년 정기 대관 공모 선정결과' 명단에서 제외된 것에 항의하는 연극계의 호소가 화두에 올랐다.

한국연극협회 윤봉구 이사장은 개최사 중에 '서울연극제'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을 말하며 힘을 실었다. 이에 박리디아 배우는 "마음과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때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이 이번 대관 명단 제외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낭독한 후 "냉정한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필요할 때"라고 진행해 축제의 장이지만 민감하고 예민한 시기에 차분한 진행으로 안정감을 이끌어냈다.

그녀는 "지금 '서울연극제' 때문에 연극계가 상당히 어수선하고 민감한 상황이다. 그때 저를 이 자리에 세운 것은 신뢰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책임감 있게 진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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