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어두'가 좋다고 하셨어 – 부산 초량전통시장
맛도 삶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 서울 충무로
'고작' 껍질이 아니고 '무려' 껍질 –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아는 만큼 맛있어지는 별미의 세계, 생선 대가리와 소꼬리, 다양한 껍질 요리까지 몰라봐서 미안했던 재료들의 색다른 변신까지 한국인의 밥상에서 알아본다.

▶ 어머니는 '어두'가 좋다고 하셨어 – 부산 초량전통시장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부산역 근처의 초량전통시장,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박수양(71)씨의 식당이 있다. 음식 솜씨가 좋은 덕분에 여러 식당에서 환영받으며 일했던 수양 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의 식당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문제는 장사 밑천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어시장에서 버려지던 '명태 대가리'였다. 명태 대가리에는 살이 많이 붙어있어서 우습게 볼 것이 아니란 걸 알아본 것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어물전 사장에게서 1년을 공짜로 받기로 약속하고 전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던 '어두' 요리였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줄지어 찾는 대표 음식이란다.

그런데 수양 씨의 전은 어디에서도 못 보던 독특한 모양새다. 명태 대가리를 반으로 갈라 억센 부분은 칼로 내리쳐서 먹기 좋게 다듬고 큼지막한 것은 2개, 작은 것은 3개를 둥글게 이어붙이면 커다란 프라이팬에 가득 찬다. 여기에 매운 고추를 다져서 얹고 수양 씨 표 특제 양념을 바르는 것이다. 

이렇게 오후 장사를 시작할 재료 손질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이웃 상인들이 밑반찬을 하나 둘 들고 삼삼오오 가게로 모여들고 아침 일찍 어물전에서 반찬으로 먹을 생선들을 사 온 수양 씨가 솜씨를 발휘한다. 

'어두일미'하면 첫손에 꼽히는 도미 대가리 조림과 밥반찬으로는 제격이라는 명태 뽈찜을 내놓고 여기에 함께 식사하는 상인 정순덕 씨가 일손을 도와 볼락(열기) 섞박지를 만든다. 섞박지는 가을무가 맛이 들 때쯤 담그는 것이 제일 맛이 좋은데, 볼락의 대가리와 내장도 함께 넣어야 발효가 잘 된다. 별미들로 가득한 '어두' 밥상을 만나본다.

▶ 맛도 삶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 서울 충무로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유유순(68)씨는 30년 전만 해도 두 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그런 그를 소꼬리 요리사로 바꿔놓은 이는 외삼촌이었다. 외삼촌이 어린 시절, 시집간 누나인 유순 씨의 어머니를 찾아오면 할머니께서는 '사돈총각'을 매번 극진히 대접했다. 그 고마움을 깊이 간직했던 외삼촌은 소꼬리 곰탕집을 열고 제법 장사가 잘 되자 자신의 어린 자녀들보다는 조카 유순 씨에게 대를 잇도록 여러 차례 권했다.

유순 씨의 가게에선 다른 소꼬리 곰탕집처럼 호주 산도 판매하지만 한우꼬리곰탕이 주력 메뉴다. 한우 꼬리는 뒤에 방치(소 엉덩이)살이 붙어 있는 게 특징이다. 꼬리만 판매하는 수입산과 한눈에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온종일 바쁘게 일하던 유순 씨가 짬짬이 뭔가를 챙기는데 그것은 손님에게 내기엔 너무 작은 소꼬리들이었다. 유순 씨는 이것을 칼칼하게 볶아 한 상을 차린다. 요즘 육아에 한창인 딸 서희경 씨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보양식이란다. 유순 씨의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한 '육미'밥상을 맛본다.

▶ '고작' 껍질이 아니고 '무려' 껍질 –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박종숙(66) 씨는 자연요리연구가다.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20년 전 곤지암읍 연곡리로 이사까지 했다는 종숙 씨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전국을 누빈다. 좁고 거친 농로에도 끄떡없는 오프로드 차에 식탁보와 앞치마, 온갖 요리도구를 싣고 다닌다. 

좋은 재료를 발견했을 때 그 자리에서 요리를 만들어 신선한 상태로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번엔 수소문 끝에 충청남도 논산에서 청계, 토종닭, 오골계를 방목해 키우는 이효원, 오선미 씨 부부를 만났다. 요즘 종숙 씨는 여러 가지 껍질로 만드는 요리에 열중하고 있다. 보통 껍질은 버리는 거라 생각하지만 건강하게 키웠다면 껍질이야말로 특별한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종숙 씨의 생각이다.

선미 씨와 함께 밭에서 갓 따온 채소에 오골계 껍질을 튀겨 올리고 레몬즙으로 만든 소스를 얹으면 오골계 껍질 튀김이 되고 토종닭 껍질에 초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채소들과 무치면 토종닭 껍질 무침이 완성된다. 세 사람은 만난 지 하루밖에 안됐지만 요리를 통해 우정이 쌓였다. 그런데 헤어지는 순간 이효원, 오선미 씨 부부가 깜짝 선물을 내민다. 그것은 바로 청계가 낳은 청란이었다.

청란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박종숙 씨를 맞이해주는 건 딸 효정 씨와 손자 준희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껍데기 윗부분을 깨트려 알맹이는 쏙 빼고 뭔가를 채워 넣는다. 찹쌀과 흰자를 섞어 청란 껍데기로 만든 밥이다.

종숙 씨는 곧이어 단감 껍질 시루떡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옆에서 기가 막히게 채를 잘 써는 이가 눈에 띄는데 바로 수제자 윤정희 씨다. 박종숙 씨에게 자연요리를 배우는데, 그중에서도 채식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알고 보니 그는 가수 이효리 씨의 시어머니다. 채식하는 며느리를 위해 자연식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지금은 윤정희 씨 자신도 자연식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 밖에 복 껍질 호박꽃 찜, 돼지껍질 더덕 말이까지 호흡이 척척 맞는 선생님 박종숙 씨와 수제자 윤정희 씨의 매력적인 껍질 밥상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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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한국인의 밥상] 어두육미에서 껍질까지... 생선 대가리, 소꼬리, 다양한 껍질요리

어머니는 '어두'가 좋다고 하셨어 – 부산 초량전통시장
맛도 삶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 서울 충무로
'고작' 껍질이 아니고 '무려' 껍질 –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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