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떠나 영흥도로
외지인이었던 우리가 또 다른 외지인을 맞이하는 기둥이 되기까지
바다를 찾아 인천으로 온 시골 부부가 만드는 바다의 맛
시간이 멈춘듯한 식당에서 만나는 푸짐한 인심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문화뉴스 MHN 권성준기자] 수많은 이주민이 사는 땅, 제2의 고향 인천, 가지각색의 고향 내음을 품은 사람들이 바닷길과 하늘길이 만나는 인천으로 모였다. 마음의 고향, 인천의 식자재와 태어난 고향에서의 그리운 추억이 만나 따스한 내음 나는 한 상이 차려진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철길 따라 모인 사람들이 정착한 인천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제2의 고향으로 삼은 곳이다. 사람 따라 함께 온 손맛으로 이들은 인천만의 달고도 짠맛을 창조했다. 

영흥도에서 많이 해 먹는 갱국을 바지락과 함께 볶아 북한식으로 만들고 기존의 빵과는 모양부터 다른 산둥식 빵을 정성스레 만들며 그간의 고생으로 이룬 맛을 버무린다. 게다가 그 당시 이주민들을 포근히 안아주던 변치 않은 오래된 가게들도 찾아간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전경에서 어린 시절 먹었던 맛과 향기에 한껏 취한다.

▶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떠나 영흥도로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영흥도 진두마을에서는 선선해진 날씨 따라 굴 캐기가 한창이다. 약 20년 전,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영흥도 주민들은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했다. 바닷길 따라 이곳에 시집온 후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어르신 중에는 북한이 고향인 사람이 많다. 마을의 김총각, 공복순 어르신은 어렸을 때 피란 나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인천에 정착했다. 어머니들이 눈물로 보낸 고단한 세월을 지나 이제야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음식을 만든다. 제2의 고향에서 만나 어우러진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갱국을 만들더라도 영흥도와 북한은 조리법에는 차이가 있다. 갱만 넣고 만드는 영흥도와 달리 북한에서는 갱과 바지락을 함께 넣고 볶아 풍성한 갱국을 만든다. 인천과 북한은 멀지 않아 사실 어렸을 적 먹었던 음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며 김치 굴밥을 만든다. 

무와 김치 그리고 굴을 한가득 넣은 굴밥은 배고프던 옛 시절 음식의 양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비록 고향은 다시 갈 수 없지만 이웃들과 함께 그 맛은 간직할 수 있어 행복한 어르신들의 그리움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한 상을 만난다.

▶ 외지인이었던 우리가 또 다른 외지인을 맞이하는 기둥이 되기까지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이후 산둥에서 많은 사람들이 건너와 이곳 인천에 정착했다. 인천에서 산둥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화교 3세 조지미 씨는 빠르게 흐른 세월 덕분에 그녀는 벌써 세쌍둥이의 할머니가 되었다. 지미 씨네 가족은 딸만 네 명이었지만 빵을 만들 수 있는 건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빵 만드는 법을 배운 지미 씨가 유일하다.

사실 지미 씨의 어머니는 짜장면 장사가 지겨워 딸들은 절대 중국집으로는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찌 된 운명인지 딸들 모두 중국집을 운영하는 곳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지미 씨는 인천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던 세월을 떠올리며 오래된 도마를 꺼내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지미 씨의 특기는 바로 중국식 빵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빵을 만들어 팔고 이웃에게도 나눠주던 시절을 기억하며 겹겹이 분리되는 빵, 총요우빙을 만든다. 세쌍둥이가 좋아하는 삼치 물만두도 정성을 가득 들여 만드는데, 만두소를 만들 때 한 방향으로 저어 주는 게 제일 중요한 요령이다. 

게다가 산둥의 문화가 담긴 전골 요리 따사이탕부터 중국식 갓을 절여 만든 수육까지 외지인이던 지미 씨가 이제는 또 다른 외지인에게 맛과 품을 내어주는 기둥이 되었다.

▶ 바다를 찾아 인천으로 온 시골 부부가 만드는 바다의 맛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양계영 선장과 아내 최은순 씨는 어렸을 적 충남 서산에서 아버지와 배를 타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인천으로 바다를 찾아왔다. 인천 바다에서 꽃게를 잡은 지 벌써 30년이 다 되었다. 은순 씨의 고향 역시 인천이 아닌, 전남 담양이었다. 

생선 종류도 잘 모르고 바다 일도 낯선 그녀는 이곳에 정착한 후 두 딸을 키우기 위해 그물 손질을 시작했다. 새벽에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이른 시간부터 시작해 하루에 약 600kg에 육박하는 그물을 손질한다. 시원하고 비릿한 바다 내음과 사랑스러운 딸들 덕에 모진 시간을 버텼다. 오늘도 두 딸과 함께 갓 잡은 꽃게로 맛있는 밥상을 만들어낸다.

막바지인 꽃게잡이를 마치고 양계영 선장이 배 위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소금에 막 잡은 게를 묻어 두는 것이다. 3일 정도 숙성하면 간장게장보다 구수한 맛의 소금 꽃게장이 완성된다.

뿐만 아니라 서대, 주꾸미, 꽃게를 몽땅 넣고 맑은 탕을 끓이는데, 뱃사람들이 좋아하는 맑은 탕을 오늘은 딸들을 위해 요리한다. 이어 꽃게를 찐 후에 양념에 무쳐 꽃게무침을 만든다. 여기에 그물 작업하러 가기 전 즐겨 먹는 꽃게 살 비빔밥까지 두 번째 터전에서 가족이 차린 밥상 위에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 시간이 멈춘듯한 식당에서 만나는 푸짐한 인심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인천에는 아직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40년간 한자리에서 생과자를 만드는 강동기 씨 부부와 53년째 한치 보쌈을 만들고 있는 김소자 씨는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었다. 

이런 오래된 식당 중 인천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60년 된 복어 전문 식당이 있다는데, 어머니가 차린 식당을 이어가고 있는 김현서 씨는 1.4후퇴 때 평양에서 내려와 이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있다. 아내의 고향은 강원도 철원으로 두 사람은 제2의 고향에서 만나 또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며 요리한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이곳의 숨겨진 원조 메뉴는 복탕이 아닌 바로 돈가스이다. 기술 전수를 위해 공장들에 들어온 외국인 기술자들을 위해 만들던 게 시작이다. 오랜만에 옛날 그 맛이 보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김현서 씨가 솜씨를 발휘해 본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고안한 복중탕은 고추장과 된장 양념이 섞여 한층 구수하고 개운하다. 거친 땅에서 마음 기댈 곳이 되어준 인천의 오래된 식당 주인들의 구수한 내음이 온몸을 감싼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2020년 11월 12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TV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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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바닷길 따라 도착한 인천... 굴밥, 갱국, 꽃게탕, 복중탕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떠나 영흥도로
외지인이었던 우리가 또 다른 외지인을 맞이하는 기둥이 되기까지
바다를 찾아 인천으로 온 시골 부부가 만드는 바다의 맛
시간이 멈춘듯한 식당에서 만나는 푸짐한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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