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선, 두 번의 교차점, 2016, 80.3x60.5cm, 캔버스에 수채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갤러리 룩스가 권순영, 우정수, 전현선 작가가 참여하는 'A STORY WITHOUT A STORY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4월 27일까지 개최한다.

'A STORY WITHOUT A STORY 이야기 없는 이야기'는 그동안 화면 속에서 서사 구조를 만들어 세계를 연출하고, 감정 상태를 재현하는 방식의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세계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며, 세계가 작동되는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순영은 고통스러웠던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아름답고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모티브로 삼아 투명한 색감으로 상황과 감정을 재현해왔다. '인형놀이'(2013) 속의 눈이 큰 어린아이들은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지만, 눈사람과 풍선, 눈덩이와 물방울, 인형들에 둘러싸여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내 즐거운 순간으로 전복시킨다. 우정수의 '책의 무덤' 연작은 어쩔 수 없는 세계의 모습을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등장시키거나 중첩하는 방식으로 재현한다. 흑백의 대비되는 색감, 신경질적인 드로잉 선 등을 통해 불안하고 불온한 이미지로 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전현선은 정체불명의 '뿔'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확장하며, 여러 방식으로 '뿔'의 정체와 기능을 탐색하고, 이를 둘러싼 반응들을 재현해왔다. 최근 공동작업 이후에 '뿔'에 대한 끝이 없는 이야기는 불쑥 나타나는 '뿔' 이미지로 전환되고, 점차 입체감각이 평평해지는 격자무늬 속 사물들로 대체되고 있다.

동어 반복적인 전시의 제목처럼 전시는 출발점으로부터 역행한다. 세계나 감정 상태가 배제된 이야기 없는 그림들, 권순영의 상징만 남은 정물, 우정수의 바로크 시대의 꽃, 전현선의 감정 없는 사물이 전시의 또 다른 축이 될 것이다. 이야기 없는 그림들은 "이미지가 포획하고 있는 폭발 직전의 강렬한 에너지(질 들뢰즈, 이정하 옮김, 『소진된 인간』, 문학과 지성사, 2013, p.13)"를 보여줄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룩스 큐레이터 박은혜는 "이야기 있는/없는 그림은 우리의 상상력이 불완전한 영감이지만, 한편으로 풍요로운 확장성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줄 것이다"라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 권순영, 고아들의 성탄2, 2015, 한지에 먹, 35x37cm(2)
   
▲ 전현선, 숲 속의 하얀 산, 종이에 수채, 2014, 37x44cm

[글]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사진] 갤러리 룩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