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리밸런싱 유보
내달 다시 논의 예정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화뉴스 한진리 기자] 국민연금이 기록적인 매도 행진을 멈출 수 있을까.  

 

국민연금 올해만 15조원 순매도

'기계적 매도' 비판

지난 26일 국민연금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기금운용 목표 비중 유지 규칙(리밸런싱)’ 안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리밸런싱 규칙 변경에 대한 안건은 시장 상황과 운용결과 등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해서 다음 기금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금위원들 간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조급한 대응은 운용 방안에 배척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중 조정을 주장한 위원 측은 기계적 매도의 문제점, 달라진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조정에 찬성했다. 반면 반대를 주장한 위원들은 시장 상황 변화에 조급하게 대응하는 것은 국민연금 운용 방안에 맞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지금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시기"라며 "앞으로 증시가 더 조정을 받을 수 있는데 그때 더 과감하게 해도 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기계적 매도'를 한다며 불만을 쏟아내는데, 이는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면서도 원칙을 준수하는 자산운용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오는 2050년이면 완전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자산 운용을 통해 최대한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것"라며 "주가를 부양하라고 있는 재원이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11일 6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한 코스피 지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지수는 6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장기간 매도 이유 있다

現 국내 주식 비중 16.8% ±5%포인트

국민연금은 역대 최장기간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21.2%였는데 '16.8%±5%포인트' 한도로 맞추기 위해 현재까지 15조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은 당초 전체 투자 자산 중 국내 주식은 16.8%의 비중을 유지하도록 정하면서 목표에서 이탈이 허용되는 한도를 ±5%포인트로 설정했다. 범위 이탈은 전략적 자산 배분(SAA)과 전술적 자산 배분(TAA)에 의해 가능하다. 

SAA는 자산 시장의 가격 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것이고 TAA는 펀드매니저가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범위를 이탈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날 검토안에서 논의된 내용은 SAA 허용 범위를 ±3.5%포인트로 늘리고 TAA를 ±1.5%포인트로 줄이는 방안이다. 전체 이탈 허용 한도인 ±5%포인트는 그대로다.

지난 4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주식 과매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주식 과매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학개미 "'3천피' 하락 주범" 분통

조정되면 지수 상승? 전문가 '글쎄'

국민연금의 연이은 국내 주식 순매도는 '동학개미' 등 개인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로 이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코스피 지수가 3천선 이하로 하락하는 등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장에 국민연금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번 기금위는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4·7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보합권인 증시를 상승세로 돌려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지수 상승 외에도 국내외 금리 상승 등 산재한 변수가 많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기금이 사줄 수 있는 조건을 만들면 한편으로는 외국인이 더 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다음 기금위가 열리는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내달 중 재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