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재도약한 '존슨앤존슨'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본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의 중요성

뉴욕의 한 거리에 주차된 차들. [사진=PIXABAY]
뉴욕의 한 거리에 주차된 차들. [사진=PIXABAY]

[문화뉴스 한진리 기자] 1969년 미국. 두 대의 차가 있었고, 이 둘의 최후를 가른 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였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두 대의 차를 활용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길에 보닛을 열어둔 동일한 컨디션의 차량 두 대를 주차했다. 여기에 한 대는 유리창을 깨 놓고 다른 한 대는 깨지 않은 상태로 일주일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자동차는 아무 이상 없이 처음 상태를 유지했지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방치된 지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유리창이 깨진 1주일 뒤에는 낙서와 오물 투기가 일어났고 부속된 차량 부품들도 없어졌다. 자동차에 더 이상 훔쳐갈 것이 없어지자 자동차를 파손하는 행동까지 나타났다.

단지 유리창이 조금 깨어져있을 뿐 다른 차이는 없던 두 차량의 사례는 사소한 균열이 무질서와 범죄를 촉발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서 돈 코를레오네로 분한 말론 브란도. 돈 코를레오네는 시칠리아에서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갱단의 두목으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다. [사진=(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서 돈 코를레오네로 분한 말론 브란도. 돈 코를레오네는 시칠리아에서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갱단의 두목으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다. [사진=(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갱들의 도시 뉴욕을 바꾼 힘

1980년 대 뉴욕은 급속하게 진행된 슬럼화로 인해 범죄가 만연한 도시였다. 

뉴욕 거리의 벽마다 낙서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갱단을 필두로 한 각종 흉악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하철의 치안상태는 최악으로, 뉴욕을 찾은 관광객들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악명 높은 장소로 꼽혔다. 

높은 범죄율로 고민하던 뉴욕시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활용해 지하철 범죄 근절 프로젝트를 펼친다. 장장 5년여의 걸쳐 벽마다 가득한 낙서를 지우고 깨지고 부서진 곳을 수리하면서 나타난 변화는 놀라웠다. 1994년 뉴욕 지하철 중범죄 발생 건수는 50% 감소했고, 1995년에는 75%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뉴욕을 변화시킨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제시한 이론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앞서 필립 짐바르도가 실시했던 실험과 같은 맥락으로,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서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을 가져왔다. 

존슨앤존슨사 로고. [사진=존슨앤존슨]
존슨앤존슨사 로고. [사진=존슨앤존슨]

기업의 존폐를 가르다 

위기를 기회로 '존슨앤존슨' 

미국 제약회사 시가 총액 1위, 50년 간 꾸준히 배당을 늘려와 '배당왕'으로 불리는 기업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타이레놀을 비롯한 다양한 약품과 뉴트로지나, 아큐브, 니조랄, 리스테린 등을 판매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지만 존폐를 가를만한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1982년 9월 30일 아침, 시카고에 거주하는 애덤 야누스는 가슴에 가벼운 통증을 잠재우기 위해 해열 진통제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같은 날 시카고 교외에 사는 메리 캘러맨은 콧물이 멈추지 않아 타이레놀을 복용했고, 승무원 폴라 프린스와 넷째 아이를 막 출산한 메리 라이너 역시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이들 4명 모두는 타이레놀을 복용한 당일 사망했다. 여기에 48시간 이내에 추가로 7명이 같은 이유로 사망하면서 도시는 패닉에 휩싸였다.

연쇄 사망 사건의 공통분모는 시카고 내 인접거주지에 살고 있다는 것과 타이레놀을 먹었다는 사실 뿐. 

사건이 미궁에 빠지던 시점, 사망자가 먹다 남은 타이레놀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제조·판매사인 존슨앤존슨으로 향했다. 

미국 내 마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타이레놀. [사진=연합뉴스]

존슨앤존슨의 대처는 신속하고 정확했다.

첫 사망자가 생긴 직후 타이레놀 십만병 회수 조치에 들어갔고, 시카고 근교의 실험실을 세워 수거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했다.

언론을 통해서는 타이레놀 섭취를 중단할 것을 대대적으로 광고했고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은 범인을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후 범인이 밝혀지면서 존슨앤존슨은 혐의를 벗었지만, 전 세계의 유통되는 모든 타이레놀 전량 회수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전량 회수 결정은 1억달러, 현재로 환산하면 2억6천2백만달러(약 3천2백6억원)를 포기한 결단이었다.

미국내 시장점유율 35%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타이레놀은 사건 이후 8%까지 고꾸라졌지만, 전량 회수 조치와 3중 보호 패키징 도입에 힘입어 1982년 다시 1위를 회복했다.  

이듬해에는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가장 칭송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어떤 한 가지 일을 보고 전체를 미루어 알 수 있다는 뜻의 속담이다. 

존슨앤존슨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보다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하는 행보를 통해 손실액을 뛰어넘는 신뢰를 얻었다.

이처럼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학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과 조직 관리에도 적용된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고객센터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을 경우, 직원 한 명의 미숙한 응대가 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고객의 불만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고 확산되어서 그 내용을 접한 모두가 불매 운동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위기 관리의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남양을 들 수 있다. 

남양은 대리점에 물량을 밀어내며 막말을 일삼는 등 '갑질 파문'이 불거졌음에도 제대로 된 시정 조치 없이 부인하는 데 급급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났다. 

실제 갑질 사태 발생 직전인 2012년 637억 원에 달했던 남양의 영업이익은 2019년 4억 원대로 크게 내려 앉았고,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더해지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존슨앤존슨과 남양 모두 위기에 직면했지만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처를 통해 뚜렷하게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즉 '깨진 유리창 이론’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위기는 사소한 관리의 부재에서 온다는 뼈아픈 교훈을 통해 즉각적 위기 관리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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