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
6월 29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서 독주회 개최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듣는 이의 감정을 울리는 피아니스트 김희정. 그는 4살부터 다녔던 학원 정기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관객에게 들려주면서 느꼈던 감정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통영 출신이에요. 피아노 학원이 엄청나게 큰 곳이었는데, 통영 극장을 대관해서 정기 연주회를 개최했죠. 어린 나이에 힘들고 지칠 수도 있지만, 무대에 서는 일이 재미있고 전율 넘치더라고요."

정기 연주회가 큰 자극제가 되면서 월간 음악 콩쿠르 대상을 시작으로 서울예고를 실기 수석으로 입학하는 등 일찍이 재능을 꽃피웠다. 

이스트만 음대 재학 시절 Graduate Award in Accompanying, George. E. McNabb Scholarship, Avis D. Vaughan Scholarship Young Artist Concert, 등을 수상하였고 금호아트홀 출연 대전 시립 교향악단 Discovery Series- ( : ), Chautauqua 영 비르투오소 데뷔 콘서트 지휘 함신익 협연 미국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 Moscow 에서 상위 입상하기도 했다.

 

독주회 포스터/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독주회 포스터/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그는 귀국 후 독주와 앙상블 협연 솔리스트로 꾸준히 자신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그의 귀국 독주회 실황은 'Arte TV'를 통해 방영됐으며, 2008년 '음악 저널'이 귀국 독주회를 연 모든 연주자를 대상으로 심사, 그해의 가장 촉망받는 연주자에게 수상하는 '신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명지대학교 조교수로 재직 중으로 한국리스트협회, 한국피아노교수법학회, 한국피아노듀오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러 활동과 수상을 한 그는 이번 6월 29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독주회를 펼친다. 이번 연주회는 'hommage'가 부제로 붙여졌다. 라벨과 슈만 작품의 작곡 배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에 이런 부제를 붙였다고 한다.

"라벨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프란츠 슈베르트에 의한 동명의 춤곡 '우아한 왈츠'와 '34개의 감상적인 왈츠' 제목을 따왔어요. 공공연하게 슈베르트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곡이죠. 슈만의 '판타지'도 알려진 대로 베토벤이 작곡 당시 연인이었던 클라라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 곡이에요"

특히 그는 슈만의 '환상곡'이 이번 연주회에서 특별하다고 한다. 2017년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삶이 무너졌을 때 다시 일으키게 해준 곡이라고.

"'환상곡'은 입시 곡으로 많이 알려졌어요. 저도 고등학생 시절 많이 접한 곡인데, 어렵기도 하고 저한테는 맞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다시 삶에 대한 열의를 다질 수 있도록 저를 어루만져준 작품이에요. 그렇기에 이번 연주회는 작곡가의 고백이기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저의‘hommage’이기도 해요"

이번 독주회는 그 어느 때 보다 정성을 다해 연주에 임할 것이라고 한다.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히 들어봤다.


피아니스트 김희정 

 

피아니스트 김희정/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피아니스트 김희정/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Q. 오는 6월 29일 독주회가 열립니다. 소감을 알려주세요.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일상 회복이 빨라지고 있는 지금, 첫 연주회라 많이 떨리기도 하고 관객과 만남에 설렘도 가득해요. 인춘아트홀에서 처음 연주하는 것이라, 새로운 환경, 음향에 대한 기대도 하고 있어요.

Q.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슈만 판타지 작품들을 준비하면서 매우 어려웠어요. 슈만 '환상곡'은 피아니스트들과 음악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슈만의 대작이자 피아노 문헌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에요. 곡 길이가 길고 그만큼 계속해서 집중을 해줘야 하는데, 심리적, 체력적으로 힘이 들더라고요.

작품이 요구하는 긴 호흡을 계속해서 이끌어가는 것, 그리고 악장과 악장 사이의 관계, 작품이 요구하는 극적인 깊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는 작품이라 난곡으로 여겨지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게 됐네요.

사랑의 슈만 감정, 뜨거움을 곡을 완성해가는 가운데, 계속해서 유지하기가 힘이 들었어요. 곡을 처음 대할 때의 뜨거움과 신선함이 자칫 심드렁해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감정을 중시해서 뜨겁게만 연주하면 작품이 지닌 구조적인 측면들이 흔들리고, 반대로 너무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뜨거움이 사라져 버릴까 봐 균형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Q. 이번 독주회에 중점적으로 둔 부분은?

각 프로그램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영화도 여러 장르가 있는 것처럼 클래식도 장르가 있어요. 그 다양한 장르가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와 시점, 혹은 삶에 대한 통찰을 선사하는 것처럼 이번 독주회에서 펼치는 프로그램들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네요.

 

스카를라티는 바로크 특유의 절제미, 그렇지만 스카를라티 특유의 재치와 매력적인 선율선, 이국적인 색채를 통한 통통 튀는 재미가 있어요. 라벨은 다양한 맛을 음미하듯 다양한 음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곡이고 세 작품 중 가장 감각적인 곡이에요. 슈만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 감성이 풍부해요. 이 모든 작품을 이번 독주회에서 각각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요.

 

Q. 공연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불가할 때 라이브 연주와 온라인 스트리밍을 동시에 진행한 적이 있어요. 클래식계는 라이브 스트리밍이 매우 생소한 포맷이라 오프라인 연주에서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과 부담, 짜릿함이 뒤섞인 기억이 나네요.

온라인 스트리밍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저는 유튜브와 같은 방송에 많은 음악가의 연주가 박제되는 시대적 흐름에 대해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피아니스트 김희정이 가진 강점은?

회복, 탄력성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게 준비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안 나올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러면 쉽게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이러한 면이 다른 일을 하는 부분(연주를 포함)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머리가 괴로워지는 과정이 너무 오래가다 보면 넘어가는 편이죠. 어떻게 보면 장점이자 단점이네요.

Q. 과거 활동과 비교하면 최근 달라진 모습이 있나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포함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연주를 같이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부분 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체력인 거 같아요. 연습에 있어 시간이 아니라 연습의 질에 있어 더욱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와 활동계획을 알려주세요.

10월 24일 일산아트홀에서 오랜 친구와 함께 듀오 연주회가 있어요. 내년 독주회도 생각 중이죠. 특히 제 고향인 통영에서 독주회를 펼칠 예정지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관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영화도 장르가 다 다른 것처럼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 색깔이 다르고 분명하므로 즐기고 가시길 바라요.“

이번 독주회에서 피아니스트 김희정은 관객에게 풍성한 위로를 선사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학구적인 연주 활동으로 관객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기사
인터뷰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