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핸드링이 뭐에요?

세계의 눈과 귀가 하나로 모아지는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0.5%의 GDP증가라는 경제효과와 내수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우리나라는 부가가치 4조원, 국가브랜드 홍보 7조 7000억원, 기업 이미지 제고 14조 7600억원이라는 경제효과를 창출해냈다. 연인원 400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인류 최대의 스포츠 제전 월드컵은 황금알을 낳는 거대 산업임에 틀림없다.

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첼시와 맨U의 경기가 중계될 때 천문학적인 가치가 발생한다고 한다. 스포츠는 문화와 언어, 종교를 초월해 전세계의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만국 공통어. 4년을 기다려서 다시 찾아온 이 기회를 스포츠 산업의 발전기회로 삼고, 나아가 “코리아”의 브랜드 파워를 지구촌 곳곳에 전파해야 한다.

월드컵이라는 황금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경제전쟁의 현장에서, 글로벌 코리아의 미래를 본다!

2006년 독일 월드컵 SBS다큐멘터리 4부작 "황금그라운드의 경제전쟁" 기획의도 이다. ( 2006년 5월 14일- 6월 4일 SBS 매주 일요일 아침 6시50분 방영) 

2022년 카타르 도하 월드컵 개막식이 11월 20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래 묵은 자료지만 그라운드의 경제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취재했던 내용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잘못된 축국용어 부터 소개한다. 
 
1, 영국 사람도 모르는 한국축구 표현
 
박문성  2006년 SBS 해설위원  2006년 3월 취재일지 중에서.. 
박문성  2006년 SBS 해설위원  2006년 3월 취재일지 중에서.. 

핸들링이 뭐에요? 게임메이커는 무슨 뜻이죠? 헤딩은요? 2002월드컵 당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아일랜드 기자의 물음이다. 아니 이게 웬 생뚱. 축구의 땅 유럽에서, 그것도 전문기자가 축구용어를 모른단 말인가. 아무리 발음이 좋지 않아도 그렇지. 안되겠다 싶어 통역을 대동해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답답함이 풀렸다. 핸들링, 게임메이커, 헤딩 모두 유럽에서는 쓰지 않는 일명 ‘콩글리시’였던 것이다.

2002월드컵을 거치며 축구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선수들의 기량만큼이나 팬들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박지성 이영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 유럽축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 또한 몰라보게 팽창했다. 2002월드컵을 통한 대중적 확산과 유럽진출 러시에 따른 심층적 관심이 합쳐져 새로운 한국축구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 유럽의 축구전문기자를 알쏭달쏭 만든 콩글리시

이처럼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쉬운 게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 중심의 문화, K리그의 지역연고제 정착, 업다운 시스템의 도입 등 숙제가 적지 않은 한국축구다. 하지만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선후차를 따져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쉬운 것부터 고쳐나가자. 축구는 문화이다. 문화는 일상생활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축구용어의 오류를 잡는 것은 그래서 의미 있고 가치 있다. 더욱이 잉글랜드 독일 포르투갈 터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우리 선수들이 분전하고 있는데 축구의 대륙 유럽인들도 모르는 축구용어를 ‘애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꺼림직 하지 않은가. 골인(goal in)을 골(goal)로, 드리볼(driball)을 드리블(dribble)로 바꿨듯 바로 잡자.

▲ 센터링, 핸들링, 헤딩 모두 옳지 않아

세 가지 형태로 나눠봤다. 첫 번째는 잘못 쓰고 있는 표현, 오용의 사례다. 우선 센터링(centering)이다. 페널티지역 안으로 공을 띄우는 연결을 뜻하는 표현으로 써왔다. 유럽서도 센터링 패스(centering pass)라는 식으로 쓰기도 하나 일반적으론 사용치 않는다. 문전으로 공을 연결해 득점을 노리는 플레이는 크로스(cross)라고 표현한다. FIFA(국제축구연맹) 기술보고서에도 센터링 대신 크로스로 표기하고 있다.

핸들링(handling)도 틀린 표현이다. 핸들링은 단어 그대로 ‘~을(를) 다루다’는 뜻이다. 손과 팔로 공을 움직이는 행위는 핸드볼(handball) 파울이다.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지만 헤딩(heading) 또한 옳지 않다. 머리로 골을 넣는 행위는 헤더(header)라고 해야 맞다. 오프사이드(offside)를 업사이드(upside)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에서 경기시작을 알리는 티오프(tee off)를 티업(tee up)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데 유사한 발음 때문이다.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뜻의 오프사이드로 발음해야 한다. 스로인(throw in)을 스로잉(throwing)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 게임메이커, 사이드어태커는 일본식 조어

두 번째는 일본식 조어다. 개인적으론 되도록이면 빨리 바로 잡았으면 하는 표현들이기도 하다. 흔하게 쓰는 게임메이커가 대표적이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사람, 전방 골잡이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해 주는 선수의 의미로 사용하지만 일본식 표현이다. 플레이메이커(playmaker)가 올바른 용어다. 게임메이커는 컴퓨터 업계에 어울리는 단어다.

사이드 어태커(side Atacker)와 골 게터(goal getter) 또한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다. 측면 공격수를 의미하는 사이드 어태커는 윙(wing) 혹은 윙 포워드(wing forward)가 바르다. 골을 만드는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골 게터는 스트라이커(striker) 혹은 포워드(forward)라고 써야 한다.

▲ 더블 볼란치도 일본식 표현?

일부에서는 요사이 즐겨 쓰이는 더블 볼란치(double volante)가 일본식 표현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브라질 등지에서 자주 쓰는 단어다. 스페인어로 ‘방향타’ 혹은 ‘자동차 핸들’이란 의미의 볼란치는 중앙 미드필더를 가리키는 말로 더블 볼란치는 2명의 중앙 MF 시스템을 뜻한다. FIFA가 영어와 불어, 독일어와 함께 스페인어를 공식 언어로 삼고 있는 만큼 사용해도 무방하다. 허나 쉽지 않은 표현인 만큼 설명을 곁들이거나 우리말로 풀어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세 번째는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잘못 알고 있는 표현들이다. 선심(linesman)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터치라인에 서서 주심을 돕는 심판을 일컫는 단어인데 부심(assistant referees)이라고 불러야 한다. 오프사이드나 스로인 등을 판정하지만 프리킥 거리를 통제하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등 터치라인에서뿐만 아니라 필드 내에서도 주심을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FIFA는 규정 6조를 통해 부심이란 표현을 명확히 하고 있다.

▲ 4-3-3은 전술이 아니다

리베로(libero)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90년대를 풍미한 홍명보 때문에 유명 단어가 된 리베로는 ‘공격하는 수비수’로 이해돼 왔다. 하지만 이탈리아어로 자유인이란 뜻을 지닌 리베로는 영어식 표현인 스위퍼(sweeper)와 동일어로 중앙수비수를 일컫는다. 공격하는 수비수라는 뜻보다는 대인방어 위주가 아닌 지역을 통제하는 역할을 갖고 있어 스토퍼(stopper)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자유스럽다고 해서 붙여진 단어다.

포메이션(formation)과 전술(tactics)의 혼용도 심각하다. 4-3-3 등으로 표현하는 포메이션은 형태이고 전술은 포메이션을 바탕 해서 행하는 플레이의 흐름이다. 포메이션은 형태고 전술은 흐름이다. 포메이션이 병이라면 전술은 내용물이다. 간장병에 콜라가 들어있다면 간장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콜라병이라고 해야 하나. 형태와 흐름은 별개다. 따라서 포메이션을 곧장 전술과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4-4-2 전술 등과 같은 표현이다.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측면을 활용한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팀 혹은 4-4-2 전형을 기본 틀로 미드필드진영의 압박을 강조하는 수비적인 전술을 갖고 있는 팀으로 나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포메이션이 동일하더라도 전술적 내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메이션 대신 전형, 시스템을 써도 무방하다.

▲ 구석차기, 자유차기 우리말 외려 자연스러워

터치라인(touch line)과 골라인(goal line)을 사이드라인(side line)과 엔드라인(end line)으로 표현하는 것도 옳지 않다. 사이드라인과 엔드라인은 축구가 아닌 농구와 배구 용어이다.

축구가 영국에서 건너온 탓에 용어 대부분이 영어다. 오용과 오류를 최소화해야겠지만 우리말로 바꿔 표현하려는 노력 또한 의미 있다고 본다. 코너킥을 구석차기, 프리킥을 자유차기, 스로인을 던지기 공격, 골키퍼를 수문장 등 우리말로 표현해도 무리가 없고 외려 자연스러운 말이 생각보다 많다. 어려운 영어단어나 일본식 조어보다는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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