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보안관' 김형주 감독 "사투리 위화감 없는 배우 찾아다녔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 주의 : 인터뷰 내용 중, '보안관'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겠다. '보안관' 뿐만 아니라 여태껏 작품에 참여하면서 감독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누구였는가?
└ 한 사람만 꼭 집어 말하기 힘들다. (웃음) 일단 이번 '보안관'의 주연으로 나온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기자회견에서 보트 자격증이나 대형운전면허증을 따라고 요구했냐는 질문에 그동안 그분들이 임해왔던 모습과 열정들을 생각해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취득하겠지'라고 생각했고, 전부 자격증을 알아서 취득했다. 그 태도를 매우 높게 샀다.

영화 후반부에 보면 '종진(조진웅)'이 가발 벗겨지는 설정도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 계획되어 있던 건 가발이 벗겨지면 바로 쓰고 다시 싸우는 설정이었는데, 조진웅이 그냥 벗겨진 채로 촬영하자고 제안했다. 배우 입장에선 얼른 가리고 싶을 수도 있을 만큼 민감한 부분이었을 텐데, 작품과 인물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보며 이분들은 나보다 더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고, 지금도 존경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복싱 VS 유도' 격투 씬도 있었는데, 이것도 미리 배워오라고 하지 않았나?
└ 그렇다. 이 격투 씬은 마치 '찍먹이냐 부먹이냐' 논쟁하듯, 종목 간으로 남자들끼리 논쟁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복싱 VS 유도' 설정을 집어넣었다. 이것 또한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준비할 거라 예상했고,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배워왔더라. (웃음)

기자회견에서 배우들이 유도 연습이나 자전거 트레이닝 등 일부 씬이 편집되어 아쉽다고 밝혔는데, 편집된 이유는 무엇인가?
└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씬이다. 두 사람이 훈련하면서 교감을 하는 게, 관객들로 하여금 두 사람을 응원하고팠던 마음에 찍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대호'가 '종진'의 정체를 안 뒤의 장면을 매끄럽게 이어야했고 이 씬들이 영화의 호흡을 많이 끊게 되었다. 그래서 피눈물을 머금고 편집하게 되었다. 많이 아쉽지만, 대를 위해서 선택했다.

그리고보니, '보안관'을 '로컬 수사극'이라고 소개했는데, 영화 느낌은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동네 영화에 더 가까웠다. 왜 '로컬 수사극'이라고 정한건가?
└ '보안관'을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썼던 부분은 코미디와 드라마, 그리고 수사극 사이의 균형이었다. '로컬수사극'이라는 단어는 내가 쓰자고 제안했던 것인데, 코미디가 전면에 나가는 게 약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보안관'이 즉각적인 웃음이 계속 유발되는 영화가 아니기도 했다.

'로컬'이라는 단어에서 뭔가 투박한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 정겨운 느낌이 포함된 것 같아서 사용했다. 영화를 알리는 데 있어 약간 혼동할 수도 있었지만, 좀 더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했다. '로컬수사극'이라는 수식어를 듣고 왔다가 그 안에서 코미디가 느껴졌다면 덤이라 느끼면 된다.

 

'보안관'을 보다보면 곳곳에서 '영웅본색'이 묻어져 나왔는데, '영웅본색'은 어떤 의미인가?
└ 영화 내에서 '대호(이성민)'가 '영웅본색'의 '마크(주윤발)'를 좋아한다는 설정도 있었지만, 이 시대에 머리 빠지는 것에 노심초사하고 집안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년 남성들을 위한 판타지 혹은 위로 영화로 반영하려는 게 취지였다.

또한, '대호'와 '마크'가 맞닿아있다. '대호'라는 사람이 우스꽝스럽고 동네대장 노릇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송자호(적룡)'를 구하러 왔듯이 '대호'가 '의리'와 마을을 지키겠다고 돌아온 게 같다. 우리는 이런 향수가 흐릿해져 가는 세상을 살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감독님의 인생영화도 혹시 '영웅본색'인가?
└ 11살 때 VCR로 봤는데 처음 보고 울었던 영화다. 왜 11살짜리를 가슴 뜨겁게 만들었을까? (웃음) 지금 '영웅본색'을 보는 사람 중 일부는 우스꽝스럽고 허세 가득한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무언가 와 닿았다.

지난해 재개봉했을 때, 바쁜 와중에도 심야로 보러 갔다. 나를 포함해 상영관에 스무 명 이상 있었는데, 다 남성분이셨다. 엔딩크레딧 끝까지 올라가는 동안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그분들에게도 '영웅본색'이 뭔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웃음)

감독님의 실제모습은 '마크'에 가까웠나? '송자호'에 가까웠나?
└ '마크'를 닮고 싶으나 아쉽게도 '송자호'에 가까웠다. '마크'를 닮기란 쉽지 않다. (웃음)

보안관에서 인상 깊었던 또다른 장면이 바로 '롯데 VS NC 야구경기'였는데, 이를 특별히 넣었던 이유가 있는지?
└ 다른 데에서도 잘 안 밝혔던 사실인데, 나도 야구를 좋아하고, 롯데 팬이다. 다만, 홍길동이 아버지가 아버지를 못 부를 뿐이다. (웃음)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를 떠난 이후, 한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정떨어졌던 적도 있다. 굳이 롯데가 NC에게 패배했던 장면을 넣은 건 부산 배경이라 야구와 관련된 걸 안 넣을 수도 없었지만, 롯데 팬으로서 따끔한 디스 한 번은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각성하라는 차원에서 한 번 넣었다. (웃음)

기자회견 당시, 조진웅은 주위에 NC로 갈아탄 지인이 있다고 밝혔는데 감독님 주위에도 있는가?
└ 다행히 내 주변에는 없다. 가끔 부산 내려가면 만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면서 사직야구장으로 향한다. (웃음)

지금 박스오피스를 보면 '보안관'의 흥행을 위협하는 경쟁작들이 많은데 불안하지 않은가?
└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언론 시사회 이후 한결 편해졌다. 언론시사회 때 배우들과 처음 영화를 봤는데, 그 같이 보는 시간이 스트레스였다. 배우들이 촬영할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받아들이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다행히 잘 넘어갔다.

그리고 흥행은 하늘의 뜻이고, 대중들의 기호나 선택이 좌우하기에 감히 함부로 예상 못 하지 않을까? (웃음) 본전만 하자는 바람이 있다. 이미 화살은 내 손을 떠났기에 하늘이 점지할 것이다.

(※ '보안관'은 개봉한 지 일주일이 된 5월 10일 기준으로 171만 명 관객동원하며 선전하고 있다)

다행히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자 위주로 나와 피로감이 든다는 반응도 있었다.
└ 피로감 든다는 말은 이해가 된다. 그래도 '보안관'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마초가 되고 싶은 허술한 아저씨들'이라 조금 다르다고 보면 좋겠다.

 

최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들도 부산에서 촬영을 많이 하는데, 부산 출신이기도 한 감독님이 생각하는 촬영지 부산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 음, 많은 것들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기장만 하더라도 도시적이지만, 한편으론 한적하고 고즈넉한 어촌마을의 풍경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역동적인 이미지와 공간들이 시대를 아우를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마치 헐리우드 종합세트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부산시민들이 촬영하는 데 상당히 호의적이다. 그래서 촬영여건도 좋았다.

'보안관' 이후 해보고 싶은 장르는 있나?
└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다. '보안관'과는 다른 방향의 작품을 해보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뭘 할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작품 흥행 여부에 따라 기회가 없을지도 있으니까. (웃음)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