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은 배터리 구조와 미흡한 인프라?

사진 = 경북 영주시 전기차 택시 화재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경북 영주시 전기차 택시 화재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이현기 기자]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에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일, 경북 영주에서 건물 외벽을 들이받은 현대 아이오닉 5 택시 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7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채널 A가 공개한 사고 영상에는 차량이 건물 외벽을 들이받은 후 차량 하단에 불이 붙어 5초 만에 전면부까지 번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지난 6월 4일에도 아이오닉 5 차량이 부산 남해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 충격 흡수대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와 동승자 총 2명이 모두 사망한 이 사건은 국과수 조사 결과에 따라 사망 원인이 화재가 아닌 '충돌'로 지목되었으나 경찰의 CCTV 조사 결과 전기차 내 불이 번지는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위험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비교적 적은 수준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17건 중 대부분이 주로 충전 중에 발생했다.

한 예로, 지난 2월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배터리 과열로 인해 폭발했고, 인근 5대의 차량이 함께 불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차가 위험한 이유?

사진 = 제주 서귀포시 한 주차장서 이동식 수조를 이용한 전기차 화재 진압 /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사진 = 제주 서귀포시 한 주차장서 이동식 수조를 이용한 전기차 화재 진압 /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전체 차량 대수 대비 화재사고율은 0.017%로 전체 차량 화재사고율 0.019%과 비슷한 수치이다. 따라서 전기차라고 해서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사고 발생시 화재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고, 특히 전기차는 화재 발생시 진압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며 전기차가 어떤 경우에는 내연기관차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는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구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한 대에는 수 천개의 '배터리 셀'이 합쳐진 하나의 큰 '배터리 팩'이 장착되어 있다. 이러한 배터리 구성은 화재의 확산 속도를 더 키울 수도 있다.

만약 전기차가 충돌하게 되면 일단 전기차 내부 배터리 셀에 손상이 가해진다. 이때 전기차에 내장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배터리 사용을 중지시키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배터리 셀의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이 파괴되면서 두 극이 만나 과도한 열이 발생, 옆의 배터리 셀에 옮겨 붙으면서 내부 온도가 800℃까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지난 5일 발생한 경북 영주의 택시 사건처럼 5초도 안 되는 시간에 불길이 빠르게 번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 발생시 소화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생한 많은 전기차 화재 사건에서 진화에만 2시간 이상이 걸린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테슬라 모델S의 충돌사고 이후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방관이 7시간 동안 10만L의 물을 쏟아 붓기도 했다. 

전기차 화재의 진화가 어려운 이유는 배터리가 철제로 덮여있어 소화제가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를 이동식 수조에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나 현재 이동식 수조는 전국에 몇 개 없을뿐더러 불타는 차량 근처에서 소방관이 직접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크다.

 

전기차 안전을 위한 해결책

사진 = 영통구청 전기차 충전소 / 수원시 제공
사진 = 영통구청 전기차 충전소 / 수원시 제공

전문가들은 전기차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적 결함을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지난 16일 개최한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현정은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는 "전고체 전지·LFP 등 안전한 셀을 개발하고, 시스템 레벨 안전성 강화 등으로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으며, 김종훈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해 문제 발생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소화 시설 설치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지하 주차장에 많은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 지상 주차장에 비해 화재 발생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 진압이 어려워 사고 발생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구자금 국민의힘 의원은 "초동 화재 대처를 위해 충전소 근처 금속 소화기 배치를 의무화하고 충전 전원 긴급·강제 정지 기능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부는 전기차 화재를 쉽게 진압하는데 필요한 이동식 수조를 각 지역별 소방서에 더 많이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   

전기차 운전자는 차량에서 연기가 발생했을 때 즉시 소방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시 소방서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차량이 전기차임을 알린 후 사람이나 차량이 없는 공간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상황이 긴급하다고 느껴진다면 빠르게 차량에서 이탈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 충전시 배터리에 많은 부담을 주는 급속충전보다 완속충전을 권하고, 충전기 전원이 차단되어 있거나 충전기 커넥터 등에 물기가 있을 때 강제로 사용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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