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4남매 생애 다룬 록-다큐 뮤지컬
참신한 구성, 강렬한 넘버 돋보이는 작품
오는 2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웨이스티드(Wasted)'가 국내 초연 무대를 펼치고 있다. 록스타로 변신한 브론테 남매의 이야기는 강렬하고 참신하다. 첫 만남은 다소 난해하기도 하지만 볼수록, 들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웨이스티드'는 '제인 에어'의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그리고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브랜웰 브론테까지, 19세기 초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한 브론테 남매의 생애를 그린 록뮤지컬이다. 

연극 '타조 소년들'의 극작가 칼 밀러(Carl Miller)가 대본과 가사,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수상작인 뮤지컬 'Showstopper!'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애쉬(Christopher Ash)가 음악을 맡았다. 2018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샬롯 브론테의 인터뷰’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네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그려낸다. 시대적 고난 속 창조를 향한 갈망,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한 투쟁이 그려진다. "우리의 삶은 '헛된 것(Wasted)'이었을까"라고 자문하는 브론테 남매의 이야기는 꿈과 현실 사이 고민하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다큐 형식을 빌려서인지 일반적인 작품에 비해서는 기승전결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마치 몽타주처럼 4인의 단편적인 순간들을 이어 붙여 구성했다. 전형적인 서사의 진부함을 벗어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선이 뚜렷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어색할 수 있겠다.

샬롯의 인터뷰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지만 사실상 네 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런 만큼 각 캐릭터의 개성도 두드러진다. 진취적이며 카리스마 있는 샬롯, 방황하는 철부지 브랜웰, 소극적이면서 터프한 에밀리, 현실적이며 사랑스러운 앤까지 인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샬롯 역 정연, 브랜웰 역 황순종, 에밀리 역 홍서영, 앤 역 임예진 등 배우들의 이미지도 캐릭터와 잘 들어맞는다. 스탠딩 마이크와 핸드 마이크를 번갈아 쥐며 록스타로 변신, 연달아 이어지는 고음을 소화하는 실력도 돋보인다. 또한 극 중 짤막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을 표현하는 일인다역 연기도 눈여겨볼 부분.

평소 록 사운드를 좋아한다면 '웨이스티드'는 '극호'로 다가올 작품이다.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로 다크 포크 록, 개러지 펑크, 하드 메탈, 싸이키델릭 펑크, 컨트리, 블루스, 가스펠 록 등 다양한 록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때론 흥겹게, 때론 서정적으로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뮤지컬 '웨이스티드'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신선함이 크지만 조금 더 정돈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인물들의 동선이나 동작이 다소 어수선한 감이 있다. 넘버 역시 일부분 한국어 가사와 멜로디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건 아쉬운 부분.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2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이어진다. 샬롯 역 정연, 백은혜, 유주혜, 브랜웰 역 김지철, 황순종, 에밀리 역 김수연, 홍서영, 앤 역 임예진, 장민제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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