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어른에게 받는 위로, ‘위저드 베이커리’
또래 친구 고민 나누며 성장, ‘시간을 파는 상점’
다양한 인물 마주한 후 내면 변화, ‘아몬드’

사진='위저드 베이커리', '시간을 파는 상점', '아몬드'/창비, 자음과 모음 제공
사진='위저드 베이커리', '시간을 파는 상점', '아몬드'/창비, 자음과 모음 제공

[문화뉴스 임효정 인턴기자] 사람은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쳐 성장한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로서, 그 과정에서 자아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방황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풍노도의 시기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미래를 이끌어갈 10대 주인공들의 트라우마 극복과 성장 과정을 담은 소설 세 권을 소개한다.

올바른 어른 곁에서 성장,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사진='위저드 베이커리'/창비 제공
사진='위저드 베이커리'/창비 제공

'위저드 베이커리'는 마법사 점장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들을 담아낸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책의 주인공은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이다. 그에게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 여동생과 살고 있는 주인공은 새어머니인 배 선생과 자주 갈등을 겪는다. 가정에 무책임한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끊임없는 모욕적 언사는 그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든다.

그러던 와중 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까지 쓴 주인공은 집에서 도망쳐 나와, 단골 빵집이었던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위저드 베이커리에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다종다양한 마법의 디저트가 있지만, 이는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다. 마법사 점장의 일을 도우며, 주인공은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주인공이 몸을 피하도록 도와주지만, 점장은 착하거나 친절한 성격은 아니다.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벌인 일을 수습해 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는 점장은 올바른 어른이다.

소설 속 마법 디저트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에 따라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소설 속 메시지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교훈을 준다.

이 소설이 전하는 판타지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몽상이 아니다. 무거운 현실은 곧 마법의 세계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기도 한다. 마법사 점장과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충고를 듣고, 때로는 가족에게서도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을 받는다.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한국 청소년 문학의 외연을 한 단계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올바른 어른과 함께하며 치유해나가는 청소년의 성장 과정을 보며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또래 친구 도우며 성장,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사진='시간을 파는 상점'/자음과 모음 제공
사진='시간을 파는 상점'/자음과 모음 제공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공 '온조'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번번이 실패하고,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차리게 되는 열여덟 살 소녀다.

온조의 마음속에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소방대원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온조에게 '시간'이란 다소 특별한 개념이다.

사람에게 각자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며,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연 온조는 자신의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들의 특별한 부탁을 들어준다.

상점에 들어온 첫 번째 의뢰는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달라는 부탁, 두 번째 의뢰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식사를 해달라는 부탁이다. 의뢰의 내용이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그에 얽힌 청소년들의 다양한 사연과 그 속에 담긴 고민을 함께 나누며 온조는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그 뒤로도 여러 의뢰가 들어오고 온조는 이를 열심히 수행해나가지만, 첫 번째 의뢰로 인한 문제 상황이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흐르는 시간이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다루기에 평소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시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의 고민 해결을 도우며, 자신의 상처도 자연스레 치유해나가며 함께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준다.

 

다양한 인물 마주하며 성장, '아몬드'(손원평)

사진='아몬드'/창비 제공
사진='아몬드'/창비 제공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선천적으로 감정표현 불능증이 있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이면을 읽지 못하고 공포, 분노도 잘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위해 엄마는 고군분투한다.

윤재는 엄마에게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호의를 보이면 고맙다고 말하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감정을 공식처럼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윤재는 어느 날 비극적인 사건으로 함께 살던 가족을 잃게 된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윤재 곁에 새로운 인연이 나타난다. 

그중 하나인 '곤이'는 등교 첫날부터 문제아로 낙인찍힌 윤재네 반 전학생이다.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그는 처음에 윤재에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인물이다.

곤이와는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아이 ‘도라’와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어른인 ‘심 박사’도 윤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아몬드'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공감의 상실이라는 사회 문제를 녹여 내며 문학적 감동을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재의 덤덤한 어조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상처를 상처인 줄도 모르고 살아갔던 청소년이 다양한 인물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10대 청소년 간의 특별한 우정 또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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