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꿈의 나라에서 새로운 ‘나’를 맞이하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원한 칵테일 한 모금에 그리운 그때 그 순간으로, ‘달 드링크 서점’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저마다 별처럼 빛난다, ‘굴뚝마을의 푸펠’

사진='달 드링크 서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굴뚝마을의 푸펠'/문학수첩, 팩토리나인, 
사진='달 드링크 서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굴뚝마을의 푸펠'/문학수첩, 팩토리나인, 소미미디어 제공

[문화뉴스 백승혜 인턴기자] 대형 출판사의 독점 인쇄와 서점 대량 계약은 이제 옛말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독립 출판은 출판사의 제재 없이 작가의 자유로운 집필이 가능해 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판타지 소설의 발상지로 부상하고 있다. 

경력, 스펙, 인맥... 각종 홍보 문구 없이 오로지 ‘콘텐츠’ 하나만으로 펀딩 커뮤니티 텀블벅에서 입소문이 나 베스트셀러에 오른 판타지 소설 3권을 소개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사진=팩토리나인 제공
사진=팩토리나인 제공

목표 대비 모금액 1,800%를 초과 달성하며 크라우드 펀딩 계의 전설로 불리게 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원제는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이다. 전자책 발간 이후 두 달 만인 2020년 7월, 종이책으로 전국 서점을 찾아가게 되었고 2022년에 다다를 때까지 각종 베스트셀러 및 도서관 인기 대출 1위를 휩쓸며 열풍을 이어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소재는 단연 ‘꿈 상품’이다. 단잠에 빠진 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방문해 원하는 꿈을 골라 사 가는 고객들에게 몰입하며, 독자들 역시 본인이라면 어떤 꿈을 사갈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언뜻 본다면 좋은 꿈들만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악몽들은 진열대에서 먼지만 쌓여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 속 꿈은 단순히 일시적이고 비현실적인 즐거움을 주는 데에만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주인공 막심이 언급하듯,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꿈은 때로는 트라우마의 형태로 고객을 찾아가 밤새도록 괴롭히기도 한다. 

'악몽은 절대 사절'이라며 환불을 요청하던 고객들은 이내 꿈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 어제와 작별하고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과거의 시련을 이겨냈던 힘으로 새로운 오늘을 살아갈 기운을 얻는 것, 그리고 이전의 절망과 아픔을 털어내고 내일의 자유와 희망을 다시금 노래하는 것. 결국 고객들은 발걸음을 돌려 악몽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야지만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분연히 그리고 새로이 소중한 일상을 써 내려갈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밤, 일상의 고단함과 서운함을 훌훌 털어내줄 특별한 꿈을 원한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집어 들어 꿈을 물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냥 밝고 상쾌한 꿈이 아니더라도, 괴로웠던 어제와 아름답게 이별하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꿈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사진=문학수첩 제공
사진=문학수첩 제공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그날의 일이 마법처럼 당신 눈앞에 펼쳐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듣기만 해도 솔깃해지는 질문이다. 달토끼 종업원 보름과 푸른 머리의 바텐더 문이 운영하는 수상한 가게, 달 드링크 서점에 입장하면 마주할 수 있는 물음이다. 

삶을 돌아보다 사무치게 후회스러운 그날을 떠올리면 이내 ‘주문하신 이야기가 나왔다’는 보름의 서빙과 함께, 손님들은 개별 제작된 칵테일 한 모금을 들이켜 과거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들은 바라던 대로 과거의 오점들을 수정하며 후련해질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점이라 여겼던 실수 뒤에는 실은 자신의 헛된 이상과 미련한 감정 따위가 숨어있었음을 깨닫고, 단지 특별해지고 싶다는 이유로 열심히 살아왔던 삶의 방향키를 재조정하게 된다. 

더불어 우연이라 여겼던 수많은 순간들이 실은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이뤄진 필연이었음을 이해하는 순간,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의 문을 다시금 박차고 나갈 용기를 얻게 된다. 단 한 번뿐이라 더욱이 특별한 인생을 꿋꿋이 살아내며 갑작스레 맞닥뜨린 행운을 기꺼이 쟁취할 수 있게끔, 뒷걸음질과는 이별하고 삶의 풍파와 정면돌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바텐더 문은 그저 미소를 띤 채 묵묵히 칵테일을 제조할 뿐이다. 

보통의 일상을 오고 가며 스치는 사람들의 달달하고도 쌉싸름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면, 달에서 온 반항 토끼와 칵테일 장인 푸른 달이 기다리고 있는 ‘달 드링크 서점’을 추천한다. 

'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사진=소미미디어 제공
사진=소미미디어 제공

2021년 기준 69만 부가 판매되고 동명의 영화는 일본 흥행수입 20억 엔을 기록한 ‘굴뚝마을의 푸펠’은 일본 개그맨 니시노 아키히로에 의해 쓰인 판타지 그림책이다. 35명의 그림작가들과 분업 및 합작을 통한 이른바 ‘그림체 분업제’라는 파격적인 집필 방식을 제시하며 여러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지만, 결국 크라우드 펀딩으로 약 1000만 엔이 넘는 모금액을 달성해 이색적인 출판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배달부가 우연히 떨어뜨린 심장에서 탄생한 쓰레기 인간 푸펠. 낡은 우산 머리, 부러진 갈퀴손, 초라한 빗자루 발을 가진 푸펠은 마을 사람 누구에게도 곱지 못한 시선을 받으나 그를 소중히 대해주는 단 한 사람, 굴뚝청소부 소년 루비치와는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다.

푸펠과 루비치는 까만 연기 너머 선명한 밤하늘이 보이는 세상을 꿈꾸지만, 이는 모두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그러나 둘은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푸펠은 고장 난 배에 풍선 수백 개를 달으면서까지, 루비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이 보이지 않는 굴뚝을 오르면서까지. 결국 이들은 쏟아질 듯이 반짝이는 별들을 마주하며 생애 처음으로 광활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에 도달한다.

‘굴뚝마을의 푸펠’은 저자가 서문을 통해 밝혔듯 ‘꿈을 말하면 비웃고, 행동하면 비난받는’ 현대 사회의 자화상이다. 자본에 의해 꿈의 가치가 판가름 나고, ‘다름’을 ‘독특함’이 아닌 ‘이상함’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우리는 획일화된 목표를 좇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세상을 밝게 비추는 불빛은 실은, 당시에는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던 작은 이상으로부터 발화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걸으며 서로에게 고무된 이들이 추구해나가는 이상향은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해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이내 한데 모여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처럼 칙칙하고 어두컴컴한 세상을 잔잔히 비추며 밝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러니 현실에 가로막혀 꿈이 좌절된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굴뚝마을의 푸펠’을 추천하는 바이다. 비록 나의 꿈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세상의 단 한 사람에게라도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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