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
지하벙커 콘셉트 무대 "핵심 키워드인 불안 표현하고자"
오셀로 역 박호산, 유태웅 출연...이아고 역 손상규 눈길
6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사진=(왼쪽부터) 배우 손상규, 이자람, 유태웅, 박호산, 이설, 박정희 연출 / 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왼쪽부터) 배우 손상규, 이자람, 유태웅, 박호산, 이설, 박정희 연출 / 예술의전당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현대적 감각을 입은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현대미술을 보는 듯한 감각적 무대 디자인,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가 더해져 보는 재미를 높였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연극 '오셀로' 프레스콜이 열렸다. 박정희 연출과 배우 박호산, 유태웅, 손상규, 이설, 이자람이 참석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다. 주인공인 무어인 장군 오셀로를 중심으로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 기수장 이아고 사이 비극적인 사랑과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도 주인공도 오셀로지만, 극을 주도하는 건 사실상 이아고다. 오셀로에게 거짓으로 질투를 심어주고 결국 파멸로 이끄는 인물이다. 그런데 왜 셰익스피어는 제목을 '이아고'가 아닌 '오셀로'로 했을까. 박 연출이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부분이었다.

사진=연극 '오셀로' 공연 장면 / 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연극 '오셀로' 공연 장면 / 예술의전당 제공

그는 "'오셀로'를 흔히 이아고의 연극이라고 얘기한다. 거기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오셀로가 갖는 이질성, 그가 가진 사랑, 감정변화를 통해서 관객들한테 감정에 대한 것들을 다시 환기시켜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아고 역은 다수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 온 손상규가 맡았다. 인물들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날 프레스콜 시연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가볍고, 야비힌데 매력적이다.

손상규는 "가장 고귀한 인간이 가장 평범하고 저열한 인간에게 추락당하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평범하고 멋 없이 서사를 작동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사진=연극 '오셀로' 공연 장면 / 예술의전당 제공
사진=연극 '오셀로' 공연 장면 / 예술의전당 제공

모두가 알 만한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특히 시노그래퍼(무대미술가) 여신동과 함께 만든 무대 디자인이 돋보인다. 차갑고 어두운 질감의 지하벙커를 콘셉트로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연출은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불안'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무대 앞으로 뚝뚝 떨어져 고이는 물웅덩이. 조명과 함께 어우러지면 천장으로 흔들리는 물결치는 그림자가 맺히기도 한다. 박 연출은 "무대가 현대판 지옥도의 느낌이 있다. 물의 상징성이라면 죽음의 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보다 어려운 건 고전에 담긴 의미를 지금의 관객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느냐다. 배우들 역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진=배우 유태웅, 박호산 / 예술의전당 제공
사진=배우 유태웅, 박호산 / 예술의전당 제공

오셀로 역은 유태웅과 박호산이 출연한다. 먼저 박호산은 "대본 읽을 때 오셀로가 바보 같아 보였다. 그렇게 만든 건 사랑이다. 사랑이 크기에 질투도 생기고, 그것 때문에 큰 실수도 하게 되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유태웅 역시 오셀로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는 "연습하면서 답답했던 건 그냥 데스데모나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왜 혼자 끙끙 앓는지 모르겠더라. 아마 자존심일 수도 있고, 외로움, 고독 같은 것들이 혼합돼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데스데모나 역은 이설이 캐스팅됐다. 그의 첫 연극 데뷔작이다. 이에 그는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성녀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걸 깨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원작이 있기에 억지로 하기보다는 정통 연극에 맞게 충실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배우 손상규, 이설, 이자람 / 예술의전당 제공
사진=배우 손상규, 이설, 이자람 / 예술의전당 제공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 역은 국내 대표 소리꾼이자 연극, 뮤지컬에서도 활약 중인 이자람이 맡았다. 2021년 '오일'에 이어 박정희 연출과 다시 함께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연극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는 그는 "배우들의 해석이 매일 바뀌고 발전하는 걸 구경하는 배움의 시간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아고가 짠 그물의 중심인 손수건이라는 톱니바퀴를 담당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하나의 목표라면 마지막에 관객들이 하고 싶은 욕을 대신 해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개막한 '오셀로'는 오는 6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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