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엔진과 연료 문제" 추정
지금까지 총 6번 발사 시도… 성공한 적 한 번도 없어
2년 반 전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지시로 개발 시작
2차 발사 시기 두고 의견 엇갈려… 대통령실, "근시일 내로 2차 시도 가능성 충분"

사진 = 서해 해상에서 인양 중인 북한 우주발사체 잔해 / 합동참모본무 / 연합뉴스
사진 = 서해 해상에서 인양 중인 북한 우주발사체 잔해 / 합동참모본무 / 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발사체의 기술적 결함으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천리마-1형이 정상 비행하다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번 인공위성 발사는 지난 2년 전부터 계획됐다. 2021년 5년 만에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중, 김정은은 기존 7차 대회에서 발표된 5개년 전략의 목표에 크게 미달한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군사 부문에서 이루어진 지시 중 하나가 바로 군사정찰위성의 개발이었다.

사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그전까지 모두 다섯 번의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그중 두 번은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에도 성공했으나, 인공위성이 제대로 작동한 적은 한 번도 없어 결과적으로는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1998년의 '광명성-1호'로, 흔히 대포동 1호 미사일로 알려진 '백두산-1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당시 북한은 광명성-1호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시도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루빈 당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버드 우주물리학센터 역시 해당 인공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북한의 백두산 1호는 3단 로켓 점화에 실패하면서 추락, 광명성-1호를 궤도까지 올리는 데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11년 만인 2009년 4월, '은하-2호' 로켓에 실린 '광명성-2호'가 발사됐다. 이때도 북한은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으나 국제사회는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봤다. 러시아 국방 당국자 역시 광명성-2호의 궤도 진입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사진 = 북한의 우주발사체 '은하-3호'가 발사대에 세워진 모습 / Sungwon Baik / VOA
사진 = 북한의 우주발사체 '은하-3호'가 발사대에 세워진 모습 / Sungwon Baik / VOA

3년 뒤인 2012년 4월에는 '은하-3호' 로켓에 실린 '광명성-3호'가 발사됐으나 이 역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다만 북한은 앞선 사례와 달리 곧바로 실패를 인정했으며, 그해 12월에는 동일한 '은하-3호' 로켓에 '광명성-3호를 실어 궤도에 올려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2016년에는 '광명성' 로켓에 실린 '광명성-4호'를 발사해 역시 궤도에 올려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들 인공위성은 현재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는 광명성-3호의 발사 이후 "위성으로부터 어떤 신호도 감지되지 않는다"며 인공위성이 통제를 벗어나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 관계자는 광명성-4호의 발사 이후 위성이 "궤도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있다"며, "불안정해서 어떤 유용한 기능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광명성-4호 역시 현재까지 아무런 신호도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지시가 이루어진 뒤로 북한은 새로운 발사체와 인공위성의 개발에 돌입했다. 기존의 발사가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한 만큼 북한은 발사체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또한 기존의 인공위성은 실용위성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구색만 갖춘 수준이었는데,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수준의 군사정찰위성을 주문해 인공위성 역시 새롭게 개발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8차 당대회로부터 1년여 만인 지난해 2월 27일과 3월 5일, 북한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해당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발표했으나, 한미는 이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성능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 딸 '김주애'와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는 김정은의 모습 / 조선중앙통신 / 연합뉴스
사진 = 딸 '김주애'와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는 김정은의 모습 / 조선중앙통신 / 연합뉴스

같은 해 3월 10일에는 김정은이 직접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며 5년 내로 다량의 정찰위성을 배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다음날인 11일에는 서해 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며 '위성발사장 개건·현대화'를 지시했다. 당시 한미는 이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서해 위성발사장'이 기존 김정은의 '대미 선제적 신뢰 조처'에 따라 폐쇄됐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를 두고 북한이 기존 합의됐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을 파기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로부터 9달 뒤인 12월 18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 해당 시험에서 북한은 위성 모형을 탑재한 MRBM을 2발 발사하고, 해당 발사체의 사진을 공개하며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4달 뒤인 지난 4월 18일,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의 제작 완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김정은은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내에 발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4월 내로 위성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지난해 12월에도 위성의 준비 시한을 지시했을 뿐 발사의 시한을 지시한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근거가 있는 추측은 아니었다.

사진 = 이번 발사가 이루어진 동창리 발사장의 위성사진 / AP통신 / 연합뉴스
사진 = 이번 발사가 이루어진 동창리 발사장의 위성사진 / AP통신 / 연합뉴스

결국 북한은 5월 31일 오전 6시 27분 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신형 발사체인 천리마-1호에 군사정찰위성 1호가 실려 발사됐지만, 기술적 결함으로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발사 2시간 30분 만인 오전 9시 경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실패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신형 엔진과 연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 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할 것이라며,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CIA 분석관 출신인 수 킴 LMI 컨설팅 정책실무 책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실패가 김정은에게는 '일시적 차질'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 역시 AP통신을 통해 "이번 결과는 평양이 오늘의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곧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AP통신을 통해 북한이 기술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재발사가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예고 기간이 끝나기 전인 6월 11일 내로 2차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 역시 군 정찰위성 발사가 계획돼있다. 지난 2022년 시작될 예정이었던 군 정찰위성 사업인 '425 사업'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해 다각적 정찰·감시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지난 26일 3차 발사된 누리호에 실렸던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도 이 사업에 이용될 SAR(고성능 영상 레이더)기술 시험 장비가 탑재됐다. 425 사업의 첫 위성 발사는 오는 11월로 예정돼있다.

사진 = 이번 발사가 이루어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29일자 위성사진 분석 내용 / 연합뉴스
사진 = 이번 발사가 이루어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29일자 위성사진 분석 내용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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