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통해 세상 마주하는 소년의 이야기
윤나무, 강기둥 출연...드럼 연주 실력 뽐내
미니멀한 무대, 배우 연기 몰입감 높여
6월 25일까지 대학로 TOM 2관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1인극이지만 허전함이 없다. 연극이지만 귀가 즐겁다. '온 더 비트', 단출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온 더 비트'는 프랑스의 배우이자 연출가인 쎄드릭 샤퓌(Cédric Chapuis)가 직접 쓰고 연기한 작품이다. 2016년 몰리에르 1인극상에 후보로 올랐고, 2021년 오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최고의 1인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11월 초연됐으며, 약 4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왔다.

자폐를 가진 소년 아드리앙이 리듬과 드럼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드럼에 처음 빠져들게 된 순간부터, 그로 인해 주변인들과 생기는 갈등,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관객은 아드리앙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아드리앙의 세계는 곧 리듬이다. 선생님에게 뺨을 맞아도, 엄마가 요리를 해도, 모든 것은 비트 위에 존재한다. 그리고 비트의 결정체인 드럼. 드럼을 향한 아드리앙의 순수한 열정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기쁨. 누군가에겐 공감으로, 누군가에겐 부러움으로 다가올 듯하다. 반면 아드리앙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 오직 드럼뿐이라는 점에서는 어쩐지 가슴이 찡하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의 차별, 편견에 홀로 맞서는 그의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1인극인 만큼 무대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이번 시즌은 윤나무와 강기둥이 무대에 오른다. 

이 중 윤나무는 눈빛, 표정, 동작 하나까지 완전히 아드리앙에 녹아든 모습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러나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소년을 데려와 소개한다. 일인다역에 가까운 연기도 일품이다. 여러 인물을 오가며 상황을 생생히 묘사, 허전함 없이 무대를 채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역시 드럼이다. 서사도 무대도 드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아드리앙은 친구이자 동반자인 드럼의 갖가지 매력을 소개한다. 겉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없으면 안 되는 존재. 손뼉으로, 빨래통으로,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는 음악.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드럼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사진=연극 '온 더 비트' 공연 장면 / 프로젝트그룹일다 제공

연주를 보는 재미도 크다. 루이 암스트롱부터 마이클 잭슨, 메탈리카까지.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음악에 맞춰 라이브 드럼 연주가 더해진다.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2021년부터 신동훈 음악감독에게 드럼을 배웠다고 한다. 드럼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일반 관객들이 보기엔 수준급의 실력이다. 다이내믹한 연주가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무대에는 드럼과 배우만이 존재한다. 조명 정도를 제외하고 특별한 장치나 효과도 없다. 그만큼 온전히 배우의 연기와 드럼에만 집중할 수 있어 몰입도가 높다. 미니멀한 무대지만, 그 어떤 크고 화려한 작품에도 보고 듣는 재미가 뒤처지지 않는 속이 꽉 찬 작품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6월 25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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