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무 위의 군대', 2년간 나무 위 생활 한 두 병사 실화 바탕
민새롬 연출 "응답 받지 못한 믿음 갖고 살아...우리 모두의 이야기"
신병 역 손석구 "맑고 순수한 인물...괴리 커서 고민"
여자 역 최희서 "日 의상 입지 않겠다고...韓 관객 공감에 초점"
8월 1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사진=(왼쪽부터) 연극 '나무 위의 군대' 배우 이도엽, 손석구, 최희서, 김용준 / 문화뉴스DB
사진=(왼쪽부터) 연극 '나무 위의 군대' 배우 이도엽, 손석구, 최희서, 김용준 / 문화뉴스DB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연극 '나무 위의 군대'가 80여 년 전 일본의 이야기로 2023년 한국 관객에게 공감을 전하려 한다. 알수록 복잡한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다.

2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민새롬 연출, 배우 김용준, 이도엽, 손석구, 최희서가 참석했다.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일본 문학의 거장, 작가 故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한 작품이다. 2013년 4월 5일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됐다. 이번 공연은 LG아트센터 서울 2023년 기획공연 ‘CoMPAS 23’ 라인업으로 기획됐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 / 문화뉴스DB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 / 문화뉴스DB

영화 '범죄도시2',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등을 통해 대세로 떠오른 배우 손석구의 연극 출연작으로도 주목받는 작품이다. 손석구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신병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지만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그는 "매체나 연극이나 똑같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라며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신 신병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온 역할들과 너무 다르다. 정서적으로도 맑고 순수한 사람이다. 그 괴리가 커서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MP&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MP&컴퍼니 제공

일본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다.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가장 중요했던 포인트는 어떻게 현시대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느냐였다. 

민새롬 연출은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 사이 믿음의 관계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응답 받지 못한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그게 붕괴되고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전쟁이 비극인 건 끔찍한 살육도 있지만, 아군인 우리가 뼛속까지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졌는지를 알게 된다. 그게 진짜 참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석구도 "당시 일본의 전쟁이야기를 다 빼고서 이들의 관계에서 뭐가 남는가 생각해 봤다. 제가 아빠와 가졌던 관계가 그런 것  같다"라며 "이해가 안 되더라도 믿고 따른다. 너무 힘든 일이다. 그 생활을 나무에 갇혀 2년간 한다면 살의도 가질 수 있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MP&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MP&컴퍼니 제공

이어 "지금 우리나라 가족, 직장, 학교에 다 있을 거라고 본다. 계급이 있고 서로의 경험이 다르면 충돌이 생긴다. 불협화음이 아닌 믿음으로 인해 썩어들어가는 부조리가 있다. 여태껏 봤던 작품에서도 다뤄본 적 없는 주제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이도엽은 전쟁 경험이 많은 본토 출신 상관 역을 맡았다. 그 역시 "전쟁의 상흔을 공감한다는 건 쉽지 않다.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비슷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한다"라며 "손석구가 아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심정이면 어떻겠냐며 자기를 아들로 보라고 하더라. 분노와 미움, 사랑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같은 역할의 김용준도 "상관이 나무에서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를 4개월간 고민했다"라며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내려오는 건 상관과 신병, 전쟁, 국가와 국민 사이 관계의 의미가 없어질 때다. 거짓과 진실이 의미 없게 될 때 내려가게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작품이 지닌 의미를 되짚었다.

사진=(좌상단 시계방향) 배우 손석구, 최희서, 김용준, 이도엽 / 문화뉴스DB
사진=(좌상단 시계방향) 배우 손석구, 최희서, 김용준, 이도엽 / 문화뉴스DB

최희서는 두 병사의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전하는 여자 역으로 나선다. 원작에서는 의상이나 음악, 대사에 오키나와를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최대한 배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신병, 상관의 상태를 알려주는 해설자 같은 역할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나무의 혼령 같은 역할도 한다"라고 캐릭터를 소개한 그는 "지명도 '이 섬'처럼 표현하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기모노나 유카타도 입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시대를 알 수 없는 의상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지난 20일 개막한 '나무 위의 군대'는 당초 오는 8월 5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 예정이었으나,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오는 8월 8일부터 12일까지 1주일 연장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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