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백조의 호수중 발췌곡 연주로 러시아 연주단체로 화현”

629일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러시아 출신의 저명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미하일 플레트네프 에디션의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중 발췌를 연주하는 서울시향이 러시아 연주단체로 흡사 화현(化現)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목요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스타급 연주자들의 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러시아의 명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서울시향 연주회 얘기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 플레트네프의 공연과 음반은 그가 방대한 레퍼토리의 특출한 해석자임을 증명해왔는데 이번 서울시향과의 백조의 호수 발췌곡 연주에서도 그의 해석과 입김이 많이 반영돼 관객들에게 서울시향이 러시아 연주단체로 화현한 것 같은 인상을 불러왔던 것 같다.

서울시향이 러시아 연주단체로 화현한 것 같은 인상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방대한 레퍼토리의 특출한 해석자인 플레트네프(지휘)의 해석과 입김에 힘입은 바 크다. (사진 서울시향)
서울시향이 러시아 연주단체로 화현한 것 같은 인상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방대한 레퍼토리의 특출한 해석자인 플레트네프(지휘)의 해석과 입김에 힘입은 바 크다. (사진 서울시향)

-“가슴이 크게 뛸만큼 압도적 연주로 플레트네프의 해석과 입김 많이 반영

내 개인적으로 27년전 1996년 당시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던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RNO)의 첫 내한공연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들었던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Rusland and Lyudmila Overture)의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얼마나 빨리 연주하는 것이 관건인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의 경쾌하고 박력과 화려함, 유려함이 돋보이던 당시의 최고 열기의 지휘를 이끌던 플레트네프가 이후 내게 내한공연의 최우선 예매 관심사가 되었음은 물론이다2015RNO의 내한공연시 클래식잡지 월간 객석 20156월호 기고를 통해 피아니스트 김주영씨 역시 진하고 강렬했던 RNO와의 내한공연 추억을 떠올리며 진정한 러시아 올드 보이들의 귀환으로 8년전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특징을 규명했는데 같이 공감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매우 반가운 기사였다.

8년전인 201571(신세계클래식)72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미하일 플레트네프 &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공연은 이런 전율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임했었는데 여전히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는 미하일 플레트네프를 위한, 미하일 플레트네프에 의한,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보이지 않는 잠재적 포스 영향력하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플레트네프에 대한 그간 이미지는 뛰어난 지휘자이자 여러차례의 내한 단독 피아노 리사이틀에 의한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로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비쳐져왔다.

그렇지만 이번 서울시향 지휘 무대에선 플레트네프가 펼쳐보인 핵심 키워드는 편곡으로 독창적인 작곡과 편곡으로 플레트네프가 이름이 높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그는 국내관객들에게 열띤 무대지휘로 십분 선보였다. 그래서 글라주노프 쇼피니아나는 쇼팽의 곡들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작품이며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는 기존의 발레 곡에서 플레트네프가 6곡을 선택해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시향이 러시아 연주단체로 화현한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포효하는 금관과 볼가강의 물결처럼 유장하게 흐르는 현, 가슴이 크게 뛸 만큼 압도적인 연주등으로 무대용 발레작품을 요약한 버전과도 같아 청중 모두 작품을 통해 묘사된 드라마를 기대해주셨으면 한다는 플레트네프의 의중이 충족된 연주 같아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선우예권은 플레트네프가 역점을 기울인 쇼팽의 원곡과 연주를 더욱 놀랍고 빛나게 하기위해 고군분투, 원곡과 다른 점을 찾아보며 듣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했다.
선우예권은 플레트네프가 역점을 기울인 쇼팽의 원곡과 연주를 더욱 놀랍고 빛나게 하기위해 고군분투, 원곡과 다른 점을 찾아보며 듣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했다.

-“서울시향의 연주로 플레트네프가 펼쳐보인 핵심 키워드 편곡’”

8년전 러시안내셔널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시 자신이 직접 피아니스트 협연자가 되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을 연주키위해 무대에 피아니스트로 등장했음에도 플레트네프는 당시 RNO의 트럼펫 수석 연주자로도 활동중이던 부지휘자 블라디슬라브 라브리크에게 자신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음에도 지휘 훈수를 한수 주는 느낌으로 연주회의 포스를 은연중 강하게 발산했었다. 플레트네프의 앵콜곡 모차르트의 론도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하는 피아노 협주곡 24번과 좀 밝은 톤에서 대비되었다.

20146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플레트네프의 피아니스트로서의 9년만의 귀환도 전반부에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No. 4No. 13을 연주하고 후반에 바흐의 영국 모음곡과 스크리아빈의 24개의 프렐류드 Op.11이 연주돼 평정심을 잃지않고 암보에 의해 차분한 연주가 돋보인 무결점 피아니스트로서의 그의 위상과 색깔을 다시 한번 확인해볼 기회인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전반부에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No. 4No. 13으로 연주한 플레트네프는 소나타 No. 13에서 No. 4보다 영롱하고 더 부드러운 톤을 보였다. 2부에서는 바흐의 영국모음곡 No. 3와 스크리아빈의 24개의 프렐류드 Op. 11가 연주돼 과장이 없이 때로는 원전 악보의 내용에 충실하지 않은 자의적 모습도 보이기도 하지만 음의 전달자에 충실한 역할이 두드러지는 한편 스크리아빈의 24개의 프렐류드에서는 하나의 독립된 악구의 프렐류드로서 풍부한 선율의 서정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시향과 선우예권의 무대에 플레트네프의 예전 피아노 연주 리사이틀을 상술(詳術)한 까닭은 플레트네프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2번 편곡 악보가 쇼팽의 관현악 파트를 손본 것이라기 보다는 새로 쓴 것에 가깝다고 밝힌 대로 리사이틀에서의 플레트네프의 그런 피아니즘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서 실제로 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무대 전반부에서 플레트네프 편곡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협연한 선우예권은 플레트네프가 역점을 기울인 쇼팽의 원곡과 연주를 더욱 놀랍고 빛나게 하기위해 고군분투, 원곡과 다른 점을 찾아보며 듣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몇 년전만 해도 조성진과 관객몰이 경쟁의 쌍두마차를 형성하는 듯 싶었던 선우예권은 최근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 새로운 아이돌 같이 급부상하며 6월말과 7월초 루체른심포니와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협연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는 것을 증명해낸 피아니스트 임윤찬 및 조성진과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 삼각 트로이 경쟁편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 피아니스트에 대한 내 인상은 임윤찬이 꿈같은 타건을 친다는 최근 뉴욕타임즈의 평대로 그런 꿈같은 타건을 이어간다면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쇼팽음악의 우아함, 드라마틱, 시적 노스탤지어 요소를 보이는 섬세함의 극치인 반면 선우예권은 꾸준한 정진형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로 내게 오버랩되어 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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