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전하는 전쟁의 참상
대비(對比)에서 오는 유머, 메시지 돋보여
손석구, 최희서, 김용준, 이도엽 출연
8월 1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재밌게 즐기고 의미까지 크게 다가온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본 문학의 거장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공연된 바 있다.

영화 '범죄도시2',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등을 통해 대세로 떠오른 배우 손석구의 출연작이라는 사실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예정된 공연 회차를 전석 매진시키며 인기를 재입증했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손석구는 태어나고 자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신병 역을 맡았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신병은) 맑고 순수한 인물이다. 그 괴리가 커서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다"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직접 보니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범죄도시2'의 강해상도, '나의 해방일지' 구씨도 없었다. 그저 순진한 미소를 지닌 순박한 시골 청년만이 존재했다.

특히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였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와 달리 무대 연기는 객석 뒤쪽에 있는 관객에게까지 보여져야 하기에 다소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손석구는 관객이 면밀히 들여다보길 바라는 듯,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현장을 그려냈다.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극이라는 점도 이를 가능케 하는 데 일조했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그와 호흡을 맞춘 상관 역의 김용준, 여자 역의 최희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전쟁 경험이 풍부한 본토 출신 상관은 국가와 대의명분이 중요한 인물이다. 신병의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사람이지만, 동시에 신념의 차이로 충돌이 빈번하다. 이중적 면모는 밉다가도 안쓰럽다. 김용준은 관객에게 그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게끔 유도한다.

최희서가 연기한 여자는 극의 해설자이면서 나무의 혼령과도 같은 인물이다. '나무 위의 군대'는 특별한 무대 변화나 시공간의 이동 없이 신병과 상관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단순한 극이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여자의 존재. 최희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다가도 극 중반 유쾌한 변신을 가져가며 섬세하게 역할을 수행해낸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대비(對比)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극이다. 출신도 성격도, 전쟁을 대하는 태도도 다른 상관과 신병. 이들의 관계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다가도 의심하고 미워하게 되는, 시대와 전쟁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본토 국민과 오키나와 주민의 대립뿐 아니라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국가와 개인, 신념과 생존 등 다양한 관점으로 확장된다. 전쟁의 참상을 넘어 오늘날의 현 사회에도 전하는 바가 크다.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지만 극은 대체로 유쾌하다. 신병과 상관, 두 인물의 성격 차에서 기인하는 웃음 포인트가 많다. 희극의 형태로 전하는 비극. 그 극단적 대비에서 발현되는 씁쓸한 허무가 작품의 주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나무 위의 군대' 공연 장면 / 엠피엔컴퍼니 제공

아쉬운 게 있다면 실화라는 사실을 배제하고 볼 때, 두 인물이 나무에서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좀 더 도드라진 상황과 설명이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태평양 전쟁, 일본 속 오키나와의 상황 등 배경지식을 사전에 인지하고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1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이어진다. 김용준과 이도엽이 상관 역을 번갈아 맡으며, 손석구, 최희서는 원캐스트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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