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배우 손숙이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며 연극 '토카타(Toccata)'를 선보인다.

'토카타'는 죽어가는 남자와 아들을 잃고 삶을 견뎌내고 있는 노년의 여인이 들려주는 단절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이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연극으로,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기념 공연이다. 

드라마센터에 오른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손숙은 대학 재학 시절인 1963년 '삼각모자'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연극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연극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 등을 통해 국내 여성 연극의 1인자로서 헌신해왔다. 

2023년 연극 인생 60주년을 맞이한 그는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잔치 같은 공연을 다시 보여드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연극을 꿈꿨던 그 어릴 적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라며 "배삼식 작가가 이런 저의 마음을 너무 잘 반영한 너무도 훌륭한 작품을 써줬다"고 전했다. 

'토카타'는 접촉하다, 손대다 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 영어 touch)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번 작품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삼식 작가는 “인간의 접촉이 대단히 불순하고 위험한 것이었던 2년, 그 시절을 겪으면서 촉각이라는 것, 인간의 피부, 촉감이 중요한 이야기의 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코로나19를 겪으며 맞이한 단절과 슬픔, 고독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립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일반 사람들보다 몰아붙여진 인간들의 이야기다. 외부와의 단절에 즉각적으로 고통을 표출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내면으로 더 눈을 돌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예술은 때론 다른 종류의 시공간을 경험하게 해주는데, 이번엔 우리 내면의 공간에 더 집중하는 이야기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즉흥적이며 기교적 건반 음악의 형식으로도 잘 알려진 ‘토카타’라는 제목답게 이번 극은 관객들에게 하나의 연주회를 보고 온 듯한 경험도 선사하고자 한다.

손진책 연출은 "내러티브가 없는 연극이기 때문에 그 낯섦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연극의 매력"이라며 "이 작품은 존재론적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침잠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찬미로 이어지는 그런 작품이 되기 바란다. 그리고 관객이 그 과정을 함께 산책하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위해 손숙(여자 역)과 김수현(남자 역)이 들려주는 독백과 정영두(춤추는 사람 역)의 몸짓, 그리고 최우정의 음악이 각각 독립된 악장으로, 그러나 하나의 악보처럼 모여 마치 한 곡을 연주하듯이 가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다졌다.

또한 배우 김수현, 정영두, 최우정 음악감독,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김창기 조명디자이너 등 손 연출, 손숙과 연을 맺었던 배우, 창작진이 함께 한다.

한편 '토카타'는 오는 8월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