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구 역 초연 멤버 정순원, 10주년 공연 복귀 "얼떨떨하고 뿌듯해"
"개그 아이디어, 애드리브 多...초연과 80%는 달라졌죠"
"튀려고 하지 않아...그래도 내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10주년 원동력은 사람...위로, 공감 주는 작품이죠"
뮤지컬 '그날들', 9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사진=배우 정순원 /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사진=배우 정순원 /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그날들'이 2013년 초연 이후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치고 있다. 유준상, 오만석, 지창욱, 오종혁, 서현철 등과 함께 초연 멤버로서 무대를 빛내고 있는 이가 있다. 상구 역 정순원이다.

"작품을 함께 만든 멤버로 10주년 공연을 하는 건 처음이에요. 세월만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잖아요. 얼떨떨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특히 상구는 (박)정표 형과 제가 거의 99% 만들어 낸 캐릭터거든요."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정학, 무영, 그녀 세 사람 사이의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낸 작품이다. 정순원이 맡은 상구는 대식과 함께 대통령의 딸 하나를 보호하는 청와대 경호원이다. 그러나 어리바리하고 눈치 없는 언행을 일삼는 '요주의 인물'. 그가 등장할 때면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사진=뮤지컬 '그날들' 상구 역 정순원 캐릭터컷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그날들' 상구 역 정순원 캐릭터컷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정과 의욕이 넘치지만 그에 반비례하게 눈치는 많이 떨어지는 인물이죠. 감정적으로도 폭이 크고요. 근데 자칫 무거워서 지루해질 법한 템포를 상구와 대식이 올려줘요. 또 의외로 상구의 대사가 정보 전달이 많아요. 관객의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는 사명감이 있죠. 어떻게 청와대 경호실에 들어갔을까 생각해보면, 운이 정말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정은 엉망인데 늘 결과가 따르잖아요.(웃음)"

웃음을 유발하는 건 짜여진 각본보다는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크게 작용했다. 정순원은 초연부터 함께 상구를 맡은 박정표를 비롯해 매 시즌 상구, 대식 역 배우들과 머리를 맞댔다.

'설마 그걸 무대에서 할까?' 싶었던 아이디어들도 무대에서 살려냈다. 알고 보니 어렸을 적 꿈도 개그맨이었다고. 그러나 웃기는 것에만 매몰되지 않으려 했다. 늘 극 전체의 밸런스를 생각하며, 배우로서 상구가 담당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사진=뮤지컬 '그날들'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그날들'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전 튀려고 하지는 않아요. 대신 제가 맡은 역할이 내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꼭 하죠. 그래야 관객들한테도 기분 좋은 웃음을 드릴 수 있거든요. 또 조연이 가진 역할 중 하나는 주어진 장면에 책임을 지고 큰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게 힘을 주는 거라고 봐요. 조화로움이 가장 중요하죠."

2019년 연극 '뜨거운 여름' 이후 잠시 무대를 떠났다. 그 사이 드라마 'WATCHER (왓쳐)', '멜로가 체질', '모범형사', '어사와 조이', '고요의 바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트롤리', 영화 '앵커', '드림' 등 작품에서 연기를 선보였고, '그날들'의 2019, 2020 두 시즌에도 참여하지 못했었다.

매체 연기에 대한 도전과 더불어, 상구로는 더 보여줄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 이번 시즌도 일정 문제로 참여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제작사 측의 배려와 애정 덕분에 매주 토요일에만 2회씩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와 상구를 마주하니, 다소 낯설어진 부분도 없지 않았다.

사진=배우 정순원 /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사진=배우 정순원 /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대본에 기본 틀이 있고 거기에 아이디어를 넣고 빼며 유기적인 과정을 겪어요. 그 상태로 공연을 올리고 다음 시즌 연습할 때는 대본 수정을 하는데, 이전 공연 데이터로 텍스트화하니까 달라지는 것들이 많죠. 저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처음 보는 대사들,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더라고요. 초창기 버전과 비교하면 80% 정도는 다르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정순원에게 '그날들'은 초연 멤버와 10주년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의 아내(뮤지컬배우 강지혜)를 만나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 누구보다 애정이 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그날들' 10주년의 원동력은 뭘까. 그는 '사람'을 꼽았다. 

"사람 때문에 힘들 때고 있겠지만, 결국 힘을 얻고 위로받기도 하잖아요. 고(故) 김광석이라는 사람이 남긴 노래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고요.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울기도 하죠.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도 좋았고요. 다시 돌아왔을 때도 정말 많이 반겨주셨어요. 감사했죠. 그래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뮤지컬 '그날들'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그날들' 공연 장면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0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돌아온 그가 앞으로도 '그날들'과 연을 이어 나가게 될지도 궁금하다. 물론 그에 앞서 작품이 계속 무대에 오르는 것이 먼저일 터. 정순원은 '그날들'이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점에서 향후 시즌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또한 정순원의 상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겨뒀다.

"김광석 님의 노래가 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나 보면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노랫말이 주는 위로, 내 얘기 같다는 공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날들' 역시 그렇죠. 정신없이 살며 지치고 힘들지만 극장에 찾아 공연을 보시면서 위로받을 수 있어요. 또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변화해 왔잖아요. 다음 시즌이 되면 또 많은 분들이 아쉬웠던 것들을 바꿔보자는 회의를 하실 거예요. 그런 식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더 자주 얼굴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공연으로 좋은 작품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죠. 분명한 건 공연에서 받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 때문에 공연은 놓지 않고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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