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배급·상영 선순환 구조 구축 필요

사진 = 넥스트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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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배유진 기자] '한국영화 죽이기 - 천만 영화로 본 한국 영화산업 포스트 봉·찬·수는 없다'는 영화산업에서의 독과점 실상을 낱낱이 조명한 최초의 전문서적으로 현재 영화산업의 실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극장에서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 이는 스크린(상영) 독과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정 영화들(대기업의 대자본 영화 등)이 상영을 독과점해 여느 상업영화나 독립·예술영화들은 설자리가 없다”면서 “약 20년에 걸친 특정 영화들의 독과점으로 인해 영화 다양성 및 향유권이 급격히 위축된 점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영화의 미래를 선도할 만한 젊은 인재들이 기회가 없는 이런 시장에 뛰어들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한국 영화·영화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전망한다. “영화와 극장을 살리는 정책 수립과 시행이 시급하다”라고 역설한다.

상영 독과점은 사실 도를 넘었다. 일례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하는 날 전국 극장 좌석의 85.0%를 차지했다. 이날 총 상영작은 124건(편), '어벤져스: 엔드게임' 외 123건(편)의 총 좌석점유율은 15.0%다. 박스오피스 2위 영화 '생일'의 좌석점유율이 4.3%다. 이렇듯 123건(편)은 꽁꽁 매인 채 주저앉아 있는 것과 다름없는 가운데 '어벤져스: 엔드게임' 혼자 뛰었다. 그 결과 매출액 점유율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97.1%, 123건은 2.9%다. 상영 독과점의 폐해를, 영화산업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19년 천만 영화다. 2019년은 한국 영화산업이 정점에 이른 해다. 극장의 관객 수·매출액·관람 횟수 및 천만 영화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런가 하면 배급·상영 과정에서 특정 영화로의 쏠림 현상이 역대급을 기록했다. 이런 중 한국 상업영화 45편의 극장 수익률은 –21.3%를 기록했다. 이 또한 역대급이다. 

'한국영화 죽이기'는 영화 살리기를 주창한다. 3단 12장 73항으로 엮은 본문과 부록, 도표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해운대'부터 '범죄도시2'까지 천만 영화 24편의 상영현황을 들여다보고 이른바 관객 점유 지수(관객 수/빈 좌석수) 등을 산출했다.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의 자정 운동, 공정위의 시정명령, 영진위·문체부의 표준 계약서 권고, 초대권·VPF 소송 등 공정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도 주목했다. 이를 통해 “건강한 선순환 생태계를 근간으로 영화 다양성이 꽃 피어야 영화와 영화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완성도 뛰어난 새 영화가 속속 나오지 않으면 극장도, OTT도 없다.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은 영화 제작·배급·상영 선순환 구조 구축에 맞춰야 한다. 당장의 관객 수 증대 등보다 진정한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년 12월 현재 한국 천만 영화 감독은 16명이다. 24편이 제각각 천만여 명을 기록할 당시 16명의 감독들 나이는 36~49세다. '한국영화 죽이기'는 “한국 영화계의 아픈 현실은 이들 이후를 열어갈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데 있다”면서 “유능하고 열정적인 신진들이 부단히 찾지 않는 영화계에서 과연 영화·영화산업이 꽃 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포스트 봉·찬·수(봉준호·박찬욱·홍상수 감독)는 없다”고 단언한다. “상영 독과점 금지, 대기업의 배급·상영업 겸업 제한,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가 해결책”이라고 답한다. 사실, 오늘 바뀌지 않으면 내일도 없다. 다음은 지금이다.

독과점은 한국 영화·영화산업 발전에 역행한다. '한국영화 죽이기'는 “영화·영화산업 발전은 “제작·배급·상영 선순환 구조를 구축, 영화 다양성과 향유권을 폭넓고 드높게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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