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스릴러, 멜로 오가는 참신한 장르적 시너지
열정, 광기 뒤섞인 영화에 대한 애정 그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유쾌한 연기 앙상블
9월 27일 개봉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걸작을 기대하며 재촬영에 들어간 김열 감독의 '거미집'. 그러나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다시 찍지 않아도 충분히 걸작으로 불릴 만하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의 고군분투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작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한 편의 영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모인 각양각색 인물들의 이야기가 촬영 현장이라는 하나의 장소에서 펼쳐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현실을 담은 매개체이자 다양한 욕망이 뒤섞이는 곳이라는 점을 재차 시사한다.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영화감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큼, 실제 김지운 감독의 모습도 일부분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 영화에 대한 고찰이 극중 김감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점차 영화와 극장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영화 매체에 대한 감독의 애정과 찬양,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해서 영화인에게만 어필하는 건 결코 아니다. '열정'이라는 키워드로 남녀노소 누구든 공감할 여지가 있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운 감독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한 바 있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원하는 바를 이뤄내려는 김열 감독의 의지와 열정이 많은 이들에게 자극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하는 작품이다.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풍부하게 담겼다. 검열이 존재하는 당시 시대상을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극중극인 '거미집'을 통한 스릴러와 멜로 드라마까지 결합했다. 

자칫 어정쩡하게 뒤섞일 우려도 있지만, 여러 장르적 매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한 김지운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극과 극중극을 적절히 오가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아수라장 속 예측불가 타이밍의 변주로 끝까지 긴장감을 붙든다. 

다소 연극적이면서도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구성이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 참신했던 그의 초기작을 떠올리게 한다. 뻔한 영화에 질린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줄 수 있을 듯하다.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사진=영화 '거미집' 스틸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그리고 배우들은 이름값에 걸맞게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을 펼쳐냈다.

송강호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연기의 대가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박정수는 극중극 '거미집'을 연기하며 1970년대 특유의 과장된 표현법으로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전여빈의 귀여운 광기도 시종일관 그의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 그 외 모든 출연진이 예측 불가한 타이밍에 액션을 주고받으며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감독과 배우, 모든 스태프들이 한 마음으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할 때 최고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듯, '거미집' 역시 그런 순간을 맞이했던 건 아닐까 싶다.

한편 '거미집'은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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