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정수정은 '거미집'을 통해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박정수, 장영남, 전여빈 등 국내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것 자체로 많은 배움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수정은 "선배들 연기하는 걸 보면서 매 신마다 감탄했다"며 한명 한명에 대해 언급했다.

"송강호 선배의 유머에 모두 같이 박수치기도 했고, 영남 선배가 혼자 이끄는 신에서도 소름이 돋았어요. 정세 오빠랑 정수 선생님이 분위기메이커세요. 박정수 선생님께서는 맨날 간식 찾으시는데 너무 귀여우셔서 제가 먼저 챙겨 드리기도 했죠. 정세 오빠는 아이디어 뱅크예요. 애드리브도 찰지고 너무 재밌게 하세요. 감탄하면서 어떻게 받아칠까 고민도 했고요."

"여빈 언니한테 뺨 맞는 장면에서는 타이밍이 완벽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안 맞았거든요. 그렇게 말하면 다들 놀랄 정도로 타이밍이 좋았죠. 근데 언니랑 서로 머리 잡아당기는 신에서는 실제 머리카락 빠지기도 했어요. 미도 역이 너무 매력적이라 욕심나기도 했는데, 여빈 언니가 너무 잘해서 전 유림으로 만족해요."

'거미집'은 영화 촬영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 대한 생각과 애정이 잔뜩 녹아있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을 터. 정수정이 생각하는 영화란 어떤 것인지 물어봤다.

"저한테 영화는 로맨틱한 느낌이 있어요. 우리가 좋은 걸 표현할 때 '영화 같다'는 말을 하잖아요. 또 영화관에 가는 것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외출해서 직접 티켓을 사고, 팝콘을 들고 하는 행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다 귀엽고 로맨틱하게 느껴져요. 데이트도 하고 가족들 간의 사랑이 넘치기도 하는, 그런 느낌이 있죠."

정수정은 2009년 그룹 f(x) 멤버로 데뷔한 후, 2010년 MBC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을 통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거미집'이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 상영되면서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칸에 가기 전 영화를 봤을 때는 '난 뭘 했지' 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어요. 그러다 칸에 가서 제대로 다시 본 것 같아요. 거기서 본다는 것 자체도 영화 같은 일이었고요. 관객분들이 같이 웃어주시니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으로 행복했죠. 기립박수가 길기도 했지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이런 순간에 내가 같이 박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고요."

작품을 선택할 때 "시나리오 읽었을 때의 느낌을 우선시한다"고 밝힌 정수정. 그래서인지 그는 장르나 상업적 규모에 관계없이 다방면으로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스스로를 "난 오픈된 배우"라고 어필하며 어떤 변신도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거미집'이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연기, 더 성숙해진 연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거미집'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했기에 저한테 도움이 된 현장이었죠. 하나의 발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기억만 가득하죠", "언제 이런 배우들이 이렇게 다 같이 모여 한 신을 찍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내가 이 중 하나구나 라는 생각에 운이 좋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매번 처음 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시 신인이라는 느낌으로요.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하니까 난 거기서 새로운 사람인 거죠", "전 공포 빼고는 다 열려 있어요. 새로운 변신이 두렵거나, 걱정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안 해본 걸 꼽자면 멜로?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