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의 과감한 변신을 주도하는 지휘자 최수열
압도적 가창력·세밀한 표현력을 묵직한 울림으로, 뮤지컬 배우 양준모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20세기, 21세기 실내악 작품 선보여

사진 =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사진 =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포스터 / 예술의전당 제공

[문화뉴스 배유진 기자]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이 현대음악시리즈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 두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는 11월 2일 리사이틀홀에서 진행되며 가을 끝자락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협연자로 나선다. 

지난 7월 처음 선보인 이 공연은 다소 늦은 저녁 9시에 시작해 신선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오감을 깨우는 감각적인 현대음악에 지휘자 최수열의 진솔하고 친근감 있는 해설이 더해져 현대음악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모두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11월 무대에서는 지휘자 최수열과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손을 맞잡는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랜 시간 음악적 교감 속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휘자 최수열이 직접 선곡한 현대음악 작품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KCO모더니즘이 연주한다.

첫 곡은 미국 최초의 급진적 작곡가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 ‘우주의 지형’이라는 부제로, 우주의 신비에 대한 철학적인 명상에 유머를 곁들인 실험적인 작품이다. 플루트 4중주와 오보에 독주, 현악 합주 선율이 조화롭게 섞이지 않고 마지막까지 독립적으로 연주된다. 현악은 ‘침묵’, 오보에는 ‘질문’, 플루트는 ‘대답’을 의미하는 이 곡은 질문에 대한 대답 없이 침묵 속에서 좌절과 포기를 표현하며 우리사회의 단편을 표현한다. 현악과 플루트는 무대 위, 오보에는 객석 2층 관객석에서 연주되어 입체음향 효과를 한껏 끌어올리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현대음악을 탐험하며 쾌감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악보상 독주 파트는 트럼펫 또는 오보에로 ‘집요한 질문’을 표현한다. 관객들에게 더 익숙할 수 있는 트럼펫 독주를 이번 무대에서는 특별히 오보에로 연주한다.

한국 작곡가 김택수의 ‘이상의 시에 의한 5개의 가곡’도 연주된다. 이 곡은 20세기 초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작가인 이상의 작품 중 초기 한글 시 5작품에 음악을 붙인 실험성 가득한 작품이다. 후기 낭만주의 이국적인 음률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꽃나무', 산문성과 액자 구성이 특징적인 '이런 시', 강렬한 자기 고백이 담긴 '1933.6.1.', 운문성과 유절형식의 '거울', 판소리의 빠른 창과 1920~1930년대 서양 근대음악의 어휘를 접목한 '오감도 제1호'를 연이어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20세기 현대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는 쇤베르크의 걸작 ‘정화된 밤’을 들려준다. 이 곡은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시 '여자와 세계' 중 '두 사람’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탄생되었다. 달빛 아래 숲을 걷는 두 남녀의 사랑과 격렬한 감정이 음악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이다. 실내악과 교향시의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탐미적이고 매혹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후기 낭만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문화뉴스 / 배유진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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