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20% 오른 라면 가격, 정부 단속
농심 약 4.5%, 오뚜기 5% , 삼양식품 4.7% 가격 인하
라면 가격 인하...꼼수로 소비자 체감 적어
정부, 물가 집중 단속 TF구성... 라면 기업 실적 상승, 업계 숨죽여 집중

/사진=농심 인스타그램
[기획] 라면 가격 인하 전쟁...물가 단속에 다시 영향받나?/사진=농심 인스타그램

[문화뉴스 최은서 기자]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해 정부가 물가관리 TF팀을 꾸리면서 정부의 요청으로 한 차례 가격 인하를 겪은 라면 업계의 가격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심, 오뚜기, 삼약식품 등 시장 리딩 업체들은 원가 상승 압박이 높다는 입장이다.

2년 동안 20% 오른 라면 가격, 정부 단속

지난 6월, 정부가 라면 가격 단속에 나서면서 라면 업계가 한 차례 떠들석했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민감 식품으로 서민들이 가격 변동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정부도 서민 물가의 마지노선으로 주시하는 품목이다. 당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는 농심 등 주요 라면 제조사들의 2년 연속 가격 인상과 인상 후 실적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점이 배경이 되었다. 

라면값 1차 인상은 2021년 8~9월에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뤄졌었다. 당시 농심과 삼양식품은 4년 만에, 오뚜기와 팔도는 각 13년, 9년 만에 라면값을 6~12% 가량 인상했다. 4곳 모두 오랜 기간 가격 동결 후 인상이었기에 시장과 소비자의 반발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라면 업계가 1년 만에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차 인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 경제의 악화로 밀, 팜유 등 라면의 주요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농심은 평균 11.3%, 팔도는 9.8%,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각각 11.0%, 9.7% 올렸다. 이처럼 라면 제조업체가 짧은 기간 연속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라면값이 2년 동안 약 20% 오른 셈이다. 

가격 인상 후 라면 제조 기업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차 가격 인상 반영을 기준으로, 반영 전인 2022년 3분기와 반영 후인 2023년 1분기의 주요 라면 3사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하면 이전보다 농심은 4%, 오뚜기는 2.2%, 삼양은 0.6% 증가했다. 더불어, 지난해 농심은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6년 만에 매출이 2배 넘게 급성장하면서 매출 '1조 클럽'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라면 가격 인상이 단기간에 과하게 이루어졌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또한 핵심 원재료인 밀, 팜유 등의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운반비도 점차 안정되면서 원자재 비용이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와도 이전 수준의 가격으로 인하하지 않는 업계 관행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결국, 정부가 지난 6월에 라면 기업을 대상으로 국제 원재료 수급 가격이 하락했으니 가격을 적정하게 내리라는 가격 인하 압박을 가했다.

/사진=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홈페이지
[기획] 라면 가격 인하 전쟁...물가 단속에 다시 영향받나?/사진=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홈페이지

결국, 라면 가격 인하...꼼수로 소비자 체감 적어

정부의 압박에 눈치 보던 라면 기업들이 지난 7월 가장 먼저 총대를 멘 농심을 선두로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도 줄줄이 가격 인하 릴레이를 시작했다.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약 4.5% 내렸다. 오뚜기는 라면 15종에 대해 가격을 5%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라면 12종에 대해 가격 4.7%를 내렸다.

농심의 신라면 가격은 50원 내려 소매점 기준 950원이 된다. 삼양식품은 할인점 기준으로 삼양라면 5개입 멀티제품이 160원 인하되어 3,680원, 짜짜로니 4개입 멀티제품은 170원 인하되어 3,430원이 된다. 오뚜기의 스낵면 5개입, 참깨라면 4개입은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200원씩 인하되어 각각 3,180원, 4,480원이 된다. 진짬봉 4개입은 6,180원으로 300원 인하된 가격에 판매된다. 

그러나, 막상 소비자들은 라면 가격 인하에 대해 체감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격 인하 폭이 2년 동안 약 20% 인상한 것에 비해 너무 적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4개사 모두 약 4~5% 대의 가격을 내렸지만, 그동안 평균 인상률 10%에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추가로, 수익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라면 제조 기업들의 꼼수도 한몫했다. 농심은 다수의 라면 라인업 중 신라면 가격만 인하했다.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요 품목을 가격 인하 종류에서 제외했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 66%에 달하는 가장 수요가 높은 불닭볶음면을 제외했고, 오뚜기는 라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진라면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팔도 역시 매출 효자 상품인 '팔도비빔면'을 가격 인하 품목에서 제외했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고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라면의 가격이 이전과 다를 바가 없기에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 안정화 관련 식품업계 간담회 현장/사진=연합뉴스
가공식품 물가 안정화 관련 식품업계 간담회 현장/사진=연합뉴스

정부, 물가 집중 단속 TF구성... 라면 기업 실적 상승, 업계 숨죽여 집중

먹거리 물가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기며 끊임없이 오르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서민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7개 식품에 대해 담당자를 지정해 가격을 밀착 관리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관리 대상에 라면이 포함되면서 라면 업계의 가격 정책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7월에 라면 가격 인하를 둘러싸고 정부와 라면 기업이 한차례 대치했다. 결국, 라면 가격을 인하 했지만 가격 인하율과 가격 인하 대상 품목에 대해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심지어, 라면 제조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급성장세 전망을 보였다. 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실시했던 가격 인하가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 당시 원자재 가격의 부담을 내세웠던 것이 무색하게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에 돌입했고 신제품 및 수출의 호조가 좋을 실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예측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를 단행했을 때부터 실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가격 인하 영향보다 원재료 가격 안정화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라면 3사는 10월 20일 개최된 식품업계 대표·고위 관계자 간담회에서 "올해 라면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라면 업계는 당분간 정부의 움직임에 집중할 계획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가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이전 가격 인하에 대한 꼼수가 다시 비난받고 더 큰 폭의 가격 인하 압박이 뒤따르기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