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무희와 프랑스 공사 사랑 그린 작품
소재 개성 못 살린 서사, 연출 아쉬워
내년 2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사진=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공연 장면 /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공연 장면 /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조선의 무희와 프랑스 공사의 사랑. 그 사이에 놓은 왈츠.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될 요소가 많았으나, 소재를 살리지 못해 아쉬운 창작 초연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이다. 

'리진: 빛의 여인'(이하 '리진')은 조선의 초대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와 조선의 무희인 리진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의 정호윤과 엄다해가 각각 극본과 작곡을 맡았다.

리진은 우연히 프랑스 공사 콜랭을 만나 이국의 춤인 왈츠를 함께 추며 자신의 현실과 다른 자유로움을 동경,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그런데 둘 중 어느 쪽도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자유와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서는 리진이 주인공이어야 할 것 같은데, 콜랭의 관점이 더 크게 부각된다. 리진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우니 여운도, 감동도 옅어진다. 리진을 비롯한 인물들이 평면적이라는 점, 리진과 콜랭의 관계가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아쉬운 대목.

'리진' 만의 개성이라면 조선인과 프랑스인의 만남이라는 설정일 텐데, 이 부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사진=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공연 장면 /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공연 장면 /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한국 배우들이 한국 관객을 상대로 하니 외적인 부분과 언어적인 측면에서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공연무대 특성상 사실성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콜랭이 외국인이라는 것이 너무 와닿지 않는다. '난 조선말을 못 하지', '프랑스어를 할 줄 아네요'라는 식의 말로만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무대 세트와 조명의 색감이 아름답게 담기기는 했으나, 이 역시 서사의 배경과 괴리감이 든다. 리진의 의상과 말투만이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뿐. 조선의 춤과 서양의 왈츠 역시 안무로서 적극 활용되지 못해 아쉽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음악이나 안무적으로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러나 '리진'은 독특한 개성을 살리기보다 무난하고 안전한 길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4인조 라이브 밴드가 선보이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 흥미로운 설정은 분명한 강점이다. 자유와 주체성, 사랑과 소유 등 주제도 의미 있다. 향후 발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한편 '리진'은 오는 2024년 2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리진 역 전해주, 이서영, 서이빈, 콜랭 역 박건형, 김이삭, 정재환, 변우진 역은 김서환, 김제하, 권태하, 에스텔 역 홍륜희, 선우, 송지온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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