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시 캐나다 갠더 마을 실화 바탕
켈틱 음악, 의자 활용 무대, 12인 배우 멀티 배역 소화
"무대, 영상, 한국 관객에 더 친절하게 수정"
"참여와 연대, 인류애의 실현...요즘 시대에 필요한 작품"
내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1964년생 배우 남경주부터 2000년생 스윙 김영광까지. 뮤지컬 '컴프롬어웨이'가 역대급 수의 배역을 소화하는 출연진과 함께 위로의 이야기를 전한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9.11 테러 당시 캐나다 뉴펀랜드의 작은 마을 갠더에서 일어난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캐나다 출신의 아이린 산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이 대본을 쓰고 작사, 작곡했다. 

2012년 45분짜리 워크숍 버전에 이어 2015년 샌디에이고에서 첫 공식 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시애틀, 워싱턴D.C., 토론토 등을 거쳐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한국 공연은 원작을 현지 사정에 맞게 수정, 구성할 수 있는 논 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제작됐다. 박소영 연출은 한국 관객에 맞춰 변화를 준 부분에 대해 "음악은 거의 비슷하지만, 무대나 영상이 많이 변했다"라고 소개했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이어 "9.11사건을 잘 모르는 관객분들이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미국 공연과는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무대나 상황, 배경 등을 한국 관객에게 더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켈틱 음악이 특징인 작품이다. 구소영 음악감독은 "왜 캐나다에서 아이리시 켈트 음악일까 궁금했는데, 뉴펀랜드가 과거 영국 식민지였고 잉글랜드 어부들이 많이 정착해 살면서 아이리쉬 켈틱 음악이 그곳의 전통 음악처럼 여겨졌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품의 주제와도 맞닿은 지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캐나다의 작은 섬마을에 다른 문화권의 외부인이 와서 문화를 함께 영위한다. 이국적이면서 익숙한 경계에서 다른 것들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하며 함께 어우러 살아간다는 작품의 메시지와도 닮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멈춰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작품이다. 무대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움직이고 변화한다. 특히 공간의 변화를 나타내는 소품인 의자의 활용이 돋보인다.

홍유선 안무감독은 "의자는 각자의 자리이자 삶의 무게, 고립된 섬이기도 했다. 비행기가 되기도 하고, 흩어졌다가 뭉치기도 한다. 또 무대에서는 다 같이 남의 의자를 옮겨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가진 메시지가 움직임에 녹아들도록 구성했다"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주연과 조연, 앙상블의 구분 없이 모든 배우들이 1인 2역 이상을 소화하는 캐릭터 구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12명의 배우는 7000명이 떨어진 마을의 인물들과 주민, 승객들 모두를 담당한다.

남경주, 서현철, 최정원, 이정열, 고창석, 정영주, 신영숙, 지현준, 최현주, 심재현, 장예원, 차지연, 김아영, 이정수, 주민진, 이현진, 정영아, 신창주, 김승용, 김지혜, 현석준, 나하나, 김찬종, 홍서영까지. 뮤지컬계 알만한 배우 24명이 12개 역할에 더블캐스팅됐다. 여기에 김주영, 김영광은 모든 배역에 대한 스윙으로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12인의 배우는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10개까지의 인물을 무대 위에서 표현한다. 한 배우가 주연과 조연, 앙상블까지 소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갠더의 경찰 오즈를 비롯해 최다 배역을 맡았다는 이정수는 "10개 정도 역할을 소화한다. 다 찔끔찔끔 나오지만 배우 입장에서 해내야 하는 무게감은 비슷하다"라며 "옷 갈아 입는 것도 퀵인데, 입는 순서도 다 있다. 물 마실 시간도 없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다이앤, 크리스탈 등의 역할을 맡은 최현주는 "연출님께서는 캐릭터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라고 하셨다. 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면서 "근데 배역을 생각하면 목소리를 일부러 바꾸지 않더라도 태도나 모습에서 다르게 나온다"라며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여러 인물이 빠르게, 많은 변화를 가져가야 하다 보니 그 어떤 작품보다도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요구됐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박 연출은 "속도감 있는 작품이라 하나의 약속이 틀어지면 다음 장면까지 영향을 준다.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라고 전했고, 최고참 배우인 남경주는 "선배나 후배나 무대에서는 똑같이 앙상블이 된다. 같이 세트도 움직이며 4-5개 배역을 한다는 게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캐나다에서 벌어진 일을 그린 작품이다. 2023년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창작진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박 연출은 "사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방식이 아닌, 사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고, 위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했고, 송한샘 프로듀서 역시 "위기에서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 인류애의 실현. 그것이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요즘처럼 흉흉한 시대에 좋은 작품"이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컴프롬어웨이'는 오는 2024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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